다음달 11일 투표가 실시되는 일본 총선 선거전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잇달아 새로운 인물들을 내세우며 기선을 제압해 나가고 있다.
자민당은 우정민영화법안에 반대한 중의원 37명의 지역구에 전원 ‘대항마’를 세운다는 방침에 따라 공천을 진행 중이라고 18일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미 지명도를 갖고 있는 ‘반란파’ 의원들에 맞세우기 위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정치권 밖의 인물들을 발탁하는 고이즈미 식 ‘표적공천’을 가리켜 일본 언론들은 ‘자객 공천’이라 부르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은 ‘누가 후보로 나설 것인가’에 쏠리고 있고, 이에 따라 초반 판세는 독특한 화제의 인물들을 속속 발탁하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의 자민당 우세 쪽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60%에 육박하고 있다. 파벌 정치에 신물난 국민들은 새 얼굴을 원하고 있고, 여기에 ‘파벌 청산’과 ‘개혁’을 양대 키워드로 내세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전략이 먹혀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후지TV 인수 시도로 유명해진 라이브도어의 호리에 다카부미(堀江貴文·31) 사장. 그의 경영 방식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벤처기업 스타인데다 나이가 젊어 개혁 이미지에 어울린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만화 ‘포켓몬스터’의 주인공 포켓몬에 빗댄 ‘호리에몬’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자민당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간사장의 아들과 친구이기도 하다. 다케베 간사장의 권유와 고이즈미 총리의 직접적인 요청으로 공천을 승낙, 17일 출마가 결정됐다.
눈길을 끄는 또다른 인물은 요리연구가 후지노 마키코(藤野眞紀子·56). TV에 자주 출연해 ‘카리스마 주부’라는 애칭을 얻은 그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다. 자민당이 미리부터 공천 1순위로 점찍었던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46)는 재무성 첫 여성 고위간부로 예산 개혁을 주창, ‘개혁의 마돈나’로 불린다. 이밖에 지난해 니가타(新潟)현 주에쓰(中越) 지진 뒤 피해를 입은 촌락을 되살리는데 앞장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촌장 출신 나가시마 타다요시(長島忠美·54)도 ‘알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로 주목됐었던 반란파 의원들 쪽은 세력 규합이 안 되고 있다. 우정민영화 법안 반대에 앞장섰던 와타누키 다미스케(錦貴民輔) 전 중의원 의장 등 5명이 ‘국민신당’ 결성을 선언했지만, 아사히(朝日)신문이 17일 반란의원 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3명은 신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신당 결성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중의원 해산 직후 ‘정권 교체’를 공언했던 민주당은 세간의 관심이 자민당에 쏠리는 동안 이렇다 할 화제거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정권 공약’을 발표했으나 기존 정책의 나열이어서 언론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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