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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갈등과 '석유 전쟁'

중-일 갈등의 표면적인 이유는 과거사 문제이지만 그 이면에는 아시아의 경제 패자(覇者) 자리를 노리는 두 나라간 에너지 갈등이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의 BBC방송은 "고도성장을 지속시키려는 중국과 10년 불황에서 탈출하려는 일본 사이의 에너지 확보 경쟁이 양국간 갈등의 숨은 원인이 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두 나라가 현재 첨예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러시아 송유관의 종착역이 중국이 되느냐, 일본이 되느냐 하는 것. 지난해말 러시아 총리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에서는 극동 송유관 지선(支線)을 일본 나홋카까지 확장하는 것에 합의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시베리아 석유를 중국 다칭에 끌어들이기로 러시아측과 협의 중이던 중국은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2월 러시아 에너지 장관이..

안전지대 고라즈데

안전지대 고라즈데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글논그림밭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을 대단히 감명깊게 읽었다. 너무 상투적인 표현같지만, 그 책은 정말 재미있었다. 역자의 말마따나 ‘코믹 저널리즘’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했다 할만한, 공들인 역작이었다. 단아하지 않고 섬세하지 않고 격렬하지 않고 심금을 울리지도 않고 심지어 코믹하지도 않은, 저자 특유의 저널리즘. ‘팔레스타인’의 매력은 적어도 내겐 그 성실함에 있었다. 네모칸 구석구석, 얼마나 성실한지. 지겨운 것은 지겨운 대로, 우울한 것은 우울한 대로 그저 성실하게 그려내는 만화가라니. 그리하여 그 지긋지긋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의 진면목을 여지없이 보여줘 버리는 성실함이라니. 그러니 이 작가의 또다른 작품을 고르면서 주저함이란 있을 수 없었다. ..

딸기네 책방 2005.04.13

수난의 오벨리스크

이탈리아에 약탈됐다가 근 7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 에티오피아의 유명한 악슘 오벨리스크(사진)가 귀국 직전까지 `노심초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현재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악슘 오벨리스크가 당초 오는 13일 에티오피아행 비행기에 실릴 예정이었지만, 악슘 공항에 레이더 관제시설이 없어 기상조건이 좋아질 때까지 좀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11일 보도했다. 과거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 정권이 약탈했던 악슘 오벨리스크는 높이 24m, 무게 160톤의 대형 석조물. 1700여년전 만들어진 에티오피아의 대표적인 문화재이지만 1937년 이탈리아 침공군에 약탈 당했다. 로마에 있는 동안 대기오염에 시달렸고, 지난 2002년에는 벼락을 맞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1947년 유엔의 권..

라니아왕비

예쁘지요? 지난 8일 바티칸의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린 교황 요한 바오로2세 장례식에는 중동 정치지도자들도 대거 참석했었지요. 모셰 카차브 이스라엘 대통령,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 사이에 미모의 여성이 끼어있어 조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는데요. 바로 중동의 소국인 요르단의 왕비 라니아(35)입니다. 여성의 대외 활동이 제한된 이슬람 국가의 퍼스트 레이디로서는 극히 드물게 국제무대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라니아 왕비랍니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 유럽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면서 남편인 압둘라2세 국왕보다 더 많이 화제에 오르곤 한다더군요. 라니아 왕비는 쿠웨이트에서 교육받고 이집트 카이로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습니다. 시티은행과 애플컴퓨터 요르단 지사에서 근무하다 1991년 왕세자였던 압둘라와 결혼을 했고요. 팔레..

10년전 책꽂이

책꽂이를 뒤져서 10년전 독서노트를 찾아냈다. 컴퓨터 의존증이 없었던 시절, 파란 펜글씨가 어지럽게 널려있는 작은 공책. 실은 연말부터 이 노트를 꼭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오래전 어느 친구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10년 뒤에는 무얼 읽을까'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 글을 다시 읽어보고, 10년 뒤가 아닌 10년 전을 생각했다. 1995년, 사회생활 시작하고 정신없었던 반년, 그리고 아주 잠깐 '느슨한' 일을 하면서 줄기차게 책을 읽었던 반년. 책 읽기에 매진하기엔 엉덩이가 너무 가벼운 나에게는, 1995년과 2004년이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해였다. 그 때의 독서노트에 들어있는 책들.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정말 재미있었던 시집. 당대를 풍미했던 이 시집을 펴낸 뒤 저 시인이 ..

내 모든 사랑을 아이에게- 고전적인 처방, 엄마의 답답함

내 모든 사랑을 아이에게? Die Kinderfrage 엘리자베트 벡-게른스하임 (지은이) | 이재원 (옮긴이) | 새물결 | 2000-09-27 내 모든 사랑을 아이에게. 내 ‘모든’ 사랑을 아이에게. ‘한 조각’ 내 인생. 이런 말들이 아주 무겁게 내 귀에 들어오고, 아주 가볍게 내 입에서 흘러나간다. 과연 어떤 걸까, 21세기 초입, 한국 사회에서, 한 아이를 기르고 있다는 것은. 책은 독일 여성학자가 독일(주로 동독) 사회의 변화와 독일 여성들의 출산/육아문제를 검토해 쓴 것이지만 전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나는 20세기 한국의 여성이었다. 큰 고민 없이 결혼제도에 뛰어들었고 21세기 초에 아이를 낳았다. 좀 일찍 결혼했고, 좀 늦게 아이를 가졌다. 책을 읽으면서 뒤늦게 어머니가 된다는 것/아이..

딸기네 책방 2005.03.25

외국인 환경운동가의 한국화장실 체험기

그린피스의 유명한 배 '무지개전사'호가 서해안을 돌고 있다. 그린피스 쪽 멤버 중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승선하고 있는 한 대학생과 위성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학생은 호주 출신 그린피스 환경운동가랑 같이 블로그에 항해일지를 올리고 있다. 한국 학생은 한국어로, 호주 사람은 영어로. 그런데 이 호주 분(여성)이 블로그에 올린 글이 넘넘 재밌다. 아침에 한참 웃었다. 파란 글자는 내가 멋대로 번역한 것. 미리 말하자면 이 글은 한국이 얼마나 선진국이며 최첨단 테크놀로지 국가인지를 낱낱이 파헤치는 글이다. ----March 21, 2005 An ode to Korean gadgets: confessions of a confounded westerner imgoVtHoz.jpg Slightly irrele..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글로벌 시대의 신랄한 풍자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Patas Arriba: La Escuela Del Mundo Al Reves (1998)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은이) | 조숙영 (옮긴이) | 르네상스 | 2004-06-15 신랄함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흔히 말하는 ‘씨니컬’하다는 것, 냉소, 차가운 웃음, 이런 것이 신랄함의 한 종류가 된다. 냉소를 듣고 나면 씁쓸하다. 한 대 때려주고 싶어진다. 나는 그만 ‘너나 잘해보시지’ 하는 심사가 되어버린다. 냉소와 다른 맥락의 신랄함, 유쾌한 비꼬기도 있다. 갈레아노의 글이 그렇다. 비유는 비유이되 작은따옴표가 없으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담이고 농담인지 새겨들어야 한다. 귀담아 듣다보며 모든 것이 농담 같으면서 동시에 진담이다. "이 책에는 공범이 많다. 그들을 고발하는 ..

딸기네 책방 2005.03.19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축구의 정치학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How Soccer Explains the World: An Unlikely Theory of Globalization 프랭클린 포어 (지은이) | 안명희 (옮긴이) | 말글빛냄 | 2005-03-11 “그놈들이 아이의 가슴팍에 불을 붙였죠. 그 괴물 같은 놈들이 아이를 죽였어요.” “그들의 손에는 쇠몽둥이와 나무 몽둥이가 들려 있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마치 잔디 깎는 기계가 지나간 것처럼 부상자들이 널려 있었다.” 책은 옛 유고연방의 수도였던 베오그라드에서 시작된다. 수비에 능한 슬로베니아계, 공격성이 강한 크로아티아계, 날카롭지만 전술적인 예리함이 모자라는 보스니아계와 세르비아계. 지금은 세르비아-몬테네그로 공화국의 수도로 되어있는 베오그라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딸기네 책방 2005.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