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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서사시, 샤나메 (3) 페리둔의 반란

사람들은 카와를 둘러싸고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카와는 군중을 이끌고 깃발을 휘날리며 도시를 벗어나 페리둔이 살고 있는 곳을 향해 몇날며칠을 행진했다. 그러는 동안 8년이 스무번 지나갔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자 페리둔은 알베르즈 산을 내려와 어머니와 가족들의 행적을 찾았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젬시드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사실과, 조하크의 악행들을 일러주었다. 페리둔이 말했다. "저 악마를 이 땅에서 몰아내고 악마의 궁전을 먼지로 만들어버리겠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젊은 혈기로 나서지 마라. 온 세상을 쥔 자에게 어떻게 맞서겠다는 것이냐"며 페리둔을 말렸다. 그러나 아들을 오래 붙잡아앉힐 수는 없었다. 카와가 이끄는 군중들이 창 끝에 깃발을 높이 매어달고 페리둔을 향해 오고 있었다. 페리둔은 군중..

왕의 서사시, 샤나메 (2) 뱀의 왕 조하크

아흐리만이 바랐던 대로 세상은 황폐해졌다. 뱀들은 날마다 자라났다. 세상은 두려움에 떨었다. 사람들은 노예처럼 움츠렸다. 미덕은 사라지고 사악한 욕망이 자리를 채웠다. 타시스에 적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막강한 왕이 있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왕과 귀족들은 젬시드에게 반란을 일으키고 조하크를 샤 Shah 로 칭송하게 됐다. (‘샤’는 왕 king 보다 훨씬 윗전의 인물이다. 똑같이 왕으로 번역하면 헛갈릴 것이기 때문에 그냥 ‘샤’로 쓴다) 아라비아와 페르시아의 군대가 쳐들어오자 젬시드는 도망쳐버렸다. 젬시드는 50년이 20번 반복되는 동안 뱀의 분노를 피해 숨어 다녔지만 조하크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조하크의 부하들은 카타이(중국)의 바닷가에서 젬시드를 찾아내 반토막을 내고 조하크에게 그 사..

왕의 서사시, 샤나메 (1) 아흐리만의 유혹

(HELEN ZIMMERN 영역본을 대충 옮김.) 페르시아의 왕좌에 올랐던 첫번째 임금 카이우메르스 Kaiumers 는 세계의 지배자. 그는 산맥에 거처를 잡고 스스로는 물론 백성들에게도 호랑이가죽 옷을 입혔고, 그때까지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의복 만드는 기술과 자양분을 섭취하는 모든 방법을 자세히 가르쳤다. 인간과 모든 뭍짐승들이 그에게 와 복종을 맹세했고 그의 손에서 법률을 받아갔다. 그의 광영은 태양과 같았다. 악의 세력인 아흐리만 Ahriman the Evil 은 왕의 광영이 퍼져가는 것을 보고 질투심에 달아올라 세계의 왕좌를 빼앗을 궁리를 한다. 아흐리만은 막강한 힘을 가진 아들 디브 Deev 들과 함께 군대를 모아 카이우메르스와 그 아들 사이아무크 Saiamuk 를 쳐부수고 왕국을 파괴하기로 ..

석유 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

석유시대,언제까지 갈 것인가 이필렬 (지은이) | 녹색평론사 | 2002-10-31 내용으로만 치자면 이 책에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 솔직히 글솜씨는 좀 아니올씨다...싶은 것이, 이필렬이라는 분은 작가도 아니고 저널리스트도 아니고 과학자다. 틀렸다. 이 분은 국내에선 꽤 유명한 환경운동가다. 약력을 보니 '베를린 공대 졸업(디플롬 화학자)'라고 써있다. 디플롬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독일 대학의 무슨 학위제도 비슷한 것인 것 같고, 요는, 이 분은 화학을 전공한 분이라는 얘기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에너지대안센터라는 곳이 있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 연구하고 캠페인하는 환경단체인데 작년인가 올초인가 환경운동연합에서 분리되어 나왔다. 거기 대표로 계신 분이 바로 이필렬선생이시다. 센터의 어느 분과 이..

딸기네 책방 2005.04.18

나쓰메 소세키, '그후'

그 후 それから 나쓰메 소세키 (지은이) | 윤상인 (옮긴이) | 민음사 | 2003-09-25 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는 섬세한 사람 같다. 이 사람이 그려낸 19세기말 일본의 풍경은 희한하게도 정적이다. 일본이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였던, 유신 세력과 봉건주의자들 사이에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국제무대에서 일본이 용트림을 하려하던, 서양 문물이 마구 쏟아져들어오고 일본의 '선각자'들이 서양을 따라잡으려고 기를 쓰던 그 때에, 나쓰메 소세키가 그려낸 일본의 한 지식인은 '느림의 미학'을 구가한다. 아버지 돈으로 먹고 놀고 우아방탕한량스런 생활을 즐기며 유유자적 산책과 사색으로 시간을 보낸다. 제법 오래전에 쓰여진 소설인데 어쩐지 새롭다. 이노무 주인공 꼬락서니는 전혀 내 맘에 안 들지만, 그를 통해 작가가..

딸기네 책방 2005.04.18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채인선 (지은이) | 이억배(그림) | 재미마주 | 2001-01-02 '참 재미있다' 이런 허망한 제목을 붙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 책의 리뷰는 어쩔 수 없이 상투적인 말로 시작하지 않을 수 없겠다. 네 살 아이가 읽기엔 조금 수준이 높은 책 아닐까 싶기도 했는데, 아이랑 같이 읽다보니 엄마의 기우였다는 걸 알았다. 그림도 줄거리도 '한국적'이다. 그림에서 어딘가모르게 해학 같은 것이 묻어난다. 세상에, 만두속을 그렇게 많이 만들면 어떡해요, 할머니! 만두를 너무너무너무너무 크게 만들면 어떻게 먹나요? 할머니랑 동물들의 만두 준비하기, 빚기, 끓이기, 먹기. 앞으로 두고두고 설날 전에 아이랑 같이 이 책을 읽어야겠다.

딸기네 책방 2005.04.18

색깔나라 여행

색깔 나라 여행 제롬 뤼이이에 (글) | 제롬 뤼이이에 (그림) | 크레용하우스 | 1999-04-28 꼼꼼이는 이미 네 살이어서 색깔을 구분하는 단계는 진작에 거쳤지만, 색깔 이야기를 좋아한다. 색깔 그림책만 해도 '야옹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아기물고기 하양이 색깔여행' 등등 몇권을 봤었다. 이 책은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사 준 색깔책. 유아용으로 읽힌다면, 앞서 언급한 다른 색깔 책들을 먼저 보여주고 나서 이 책을 보여주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일본에서 산 팝업북 중에 색깔이 아주 곱게 나온 것이 있어서 그걸로 우선 색깔공부(?)를 했고, '야옹이가~'와 '하양이'를 봤었다. 꼼꼼이가 보았던 색깔책들을 굳이 순서대로 구분한다면 팝업북->하양이->야옹이->그리고 이 책 순서로 보여주는 편이..

딸기네 책방 2005.04.18

모래의 여자

모래의 여자 沙の女아베 코보 (지은이) | 김난주 (옮긴이) | 민음사 | 2001-11-10 너무나 '본질적'인 얘기를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버리는 작가. 이런 책을 읽을 때면 작가라는 사람들이 무서워진다. 그들이 툭툭 던진(사실은 고도의 계산 속에서 나왔을 터인)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내 몸뚱아리가 저만치 내팽개쳐지는 듯한 기분이 든단 말이다. 소설을 손에 쥐기 전, 나보다 먼저 이 책을 읽은 이에게 물어봤었다. "재미있어?" "응." 대답하는 사람의 말투에 잠시 뭔가 착잡한 기운이 스쳐지나갔다.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일단 나는 이 작가에 대한 사전 지식이라고는 한 알갱이도 없었다. 다만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 어쩐지 끌린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소설은 금새 읽혔다. 순식간에, 정확히 말하면..

딸기네 책방 2005.04.18

있는 넘들이 더하다더니... 원조 약속 안 지킨 부국들

세계의 부국들이 빈국 어린이 교육을 위해 돈을 모으기로 합의했지만 정작 약속대로 돈을 낸 국가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기구들이 각국에 기금을 요구하고 있으나 모금에 실패, 유엔의 아동 교육계획이 위기에 처했다고 국제기구들이 17일 밝혔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합동회의에서 `양성평등과 초등교육' 보고서를 발표, 전세계에서 초등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가 1억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2001년의 1억1500만명에 비하면 떨어진 수치이지만 여전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빈국에서는 최소한의 아동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여자 어린이의 취학비율은 남자 어린이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유니세프는 설명했다. 유엔은 지난..

유라시아 동맹축 '지각변동'

유라시아의 ‘동맹축’이 변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접근하고, 이란과 인도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매개로 밀착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미국과 파키스탄, 러시아와 인도·이란 등 전통적인 우호관계의 틀을 넘어 과거 적대하던 나라들 간에 동맹관계를 다시 짜기 위한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적대에서 협력으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지난 11일 인도 뉴델리에서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관계’임을 천명하는 11개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1962년 국경지대 영토갈등으로 전쟁까지 치렀던 두 나라는 오랜 분쟁을 끝내고 경제·문화·과학기술·관광 등 전방위적인 협력에 합의했다. 인도는 올초 잠재적인 중동의 패권국인 이란과 400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수입계약을 맺고 파이프라인 설치에 합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