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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소설읽기 6/ 고리오 영감- 돈 毒 오른 사회

고리오 영감 Le Pere Goriot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은이) | 박영근 (옮긴이) | 민음사 | 1999-02-15 고리오 영감.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이 어쩐지 안 좋았다. 발음에서 '고리대금업자'가 연상되기도 하고, 어쩐지 구질구질하고 쪼잔한 느낌이 나기도 했다. 어느 분의 리뷰를 보니 '딸이 둘 뿐인 리어왕 이야기'라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맞다. 리어왕은 리어왕인데, 영감탱이 날로 추락해 지지리 궁상으로 떨어진다는 점에선 리어왕이지만 셰익스피어의 리어왕만한 최소한의 존엄성도 없다. 책 설명에 '부르주아의 몰락' '시대를 예견한 소설' 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좀 뜨아했다. 굳이 '시대'를 운운한다면, 봉건귀족제가 끝나고 부르주아의 시대가 온 것이어야 할텐데(왕정복고시대가 있긴 했지만) 어째 소설..

딸기네 책방 2005.03.15

세계의 어린이들은 지금

세계의 어린이들은 지금 ▲ 멕시코시티, 마닐라, 라고스의 쓰레기 하치장에서 유리, 캔, 종이를 찾아 모으고 음식 찌꺼기를 놓고 까마귀와 싸움을 벌인다▲ 진주를 찾아 자바의 바다 속으로 뛰어든다.▲ 콩고의 광산에서는 다이아몬드를 찾아 나선다.▲ 페루의 광산 갱도에서 어린이들은 없어서는 안 될 두더지가 된다. 키가 작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의 폐가 더이상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쥐도 새도 모르게 묘지에 묻힌다.▲ 콜림비아와 탄자니아에서는 커피를 수확하다 살충제에 중독된다.▲ 과테말라의 목화밭과 온두라스의 바나나 농장에서도 살충제에 중독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새벽부터 별이 뜨는 밤까지 고무나무 수액을 채취한다.▲ 미얀마에서는 철로를 놓는다.▲ 인도 북부에서는 유리 만드는 가마에서, 남부에서는 벽돌 굽..

농담, 치고는 지독한.

농담 Zert 밀란 쿤데라 (지은이) | 방미경 (옮긴이) | 민음사 "이 운동에서 무엇보다 나를 매혹시키고 심지어 홀리기까지 했던 것은 내 시대의 (또는 그렇다고 믿었던) 역사의 수레바퀴였다. 그 당시 우리는 정말로 사람이나 사물의 운명을 실제로 결정했다. (중략) 우리가 맛보았던 그 도취는 보통 권력의 도취라고 불리는 것인데, 나는 그러나 (약간의 선의를 가지고) 그보다 좀 덜 가혹한 말을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는 역사에 매혹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역사라는 말 위에 올라탔다는데 취했고, 우리 엉덩이 밑에 말의 몸을 느꼈다는 데 취해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결국 추악한 권력에의 탐욕으로 변해버리고 마는 것이었지만, 그러면서도 (인간의 모든 일에 여러 가지 면이 있듯) 거기에..

딸기네 책방 2005.03.08

★ 세계 **의 날, **의 해

★ 세계 **의 날 2월 21일 세계 모국어의 날(International Mother Language Day)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 International Women's Day) 17일 세계 해양의 날 (World Maritime Day)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 세계 시의 날 (World Poetry Day) 22일 세계 물의 날 (World Day for Water) 23일 세계 기상의 날 (World Meteorological Day) 24일 세계 결핵의 날 (World Tuberculosis Day) 4월 7일 세계 보건의 날 (World Health Day) 2..

수상한 과학- 과학은 언제나 수상했다

수상한 과학 전방욱 (지은이) | 풀빛 | 2004-01-30 과학은 언제나 수상했다. 고대 중국인들에게 신농씨 하는 일은 그저 신화였을 것이고, 아크로폴리스의 평범한 ‘시민들’이 아리스토텔레스가 하는 일을 이해했을 리 없다. 평범한 지식, 그냥 ‘상식’만을 가진 대다수 사람들에게 과학은 언제나 수상한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유사 이래 수상했던 과학은 그 비밀스러움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존재를 규정하고, 변화시키고, 때로는 편하고 행복하게, 때로는 불안하고 두렵게 만들어왔다. 과학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과학을 수상하게 여기는 시선도 오래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굳이 수상한 과학에 ‘윤리’의 칼날을 들이댈 필요가 있는가? 지금 우리가 과학에 들이대는 칼날은, ..

브레인 스토리

브레인 스토리 Brain Story (2000) 수전 그린필드 (지은이) | 정병선 (옮긴이) | 김종성 (감수) | 지호 | 2004-08-01 별로 큰 기대를 안 갖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인간의 뇌, 해소되기 힘든 궁금증들에 대해 정말 쉽고 재미있게 대답해주는 책. 지금까지 알려진 뇌와 관련된 사실들을 가장 최근의 것들까지 포괄해가면서 핵심을 추려 설명하고, 동시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혹은 ‘앞으로 연구해야할 것들’까지 이야기한다. 질병, 약물, 꿈 등 뇌와 관계 있는 소재들을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정말로 쉽고 재미있다. ‘쉽고 재미있는 과학책’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말그대로 쉽고 재미있다. 술술 읽힌다. 그러면서도 ‘상식백과’ 수준의 교양서..

2005 소설읽기 4/ 새들은 왜 페루로 갈까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Les oiseaux vont mourir au Pe'rou 로맹 가리 (지은이) | 김남주 (옮긴이) | 문학동네 | 2007-10-31 제목을 하도 많이 들어서... 기대를 쎄게 했었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니. 어째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을까? 책을 구경해보기도 전부터 저 타이틀만큼은 인상깊게 내 머리속에 박혀 있었다. 한술 더 떠서, 나는 이런 생각까지 했었다. 새들은 베네수엘라에 많이 살고 있는데(예전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것) 어째서 페루에 가서 죽을까? 잡생각이 길었다. 그리고 기대에 부풀어, 뭔가 쿨하면서도 날카로우면서도 멋지구리한 내용이 펼쳐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 책을 샀다. 집으로 배달되어온 한권의 소설, 알고보니 단편집이었다. 일단 김이 빠졌다..

딸기네 책방 2005.03.04

평화의 발명- '평화'도 배워야 한다

평화의 발명 -전쟁과 국제 질서에 대한 성찰 마이클 하워드 (지은이) | 안두환 (옮긴이) | 전통과현대 | 2002-10-28 바람구두님의 서평을 읽고, 한껏 기대를 하면서 산 책. 뜻밖에도 가벼웠다. 부피가 작고 두께도 얇고. 얼렁뚱땅 만든 듯, 어딘가 엉성해보이는 편집이 황당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니 이런 책이었나? 제목에서 느껴졌던 부피감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분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내 수준에선) 굉장히 빨리 읽었다.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내겐 익숙치않은 문체, 생각할 거리들, 생각의 꼬리를 붙잡지 못하고 물러서버린 나. 책을 읽고 시간이 좀 흘렀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수첩에 메모해뒀던 내용들을 다시 읽어봤다. 역시 ‘평화’는 어렵다. 이루기 어려울뿐더러 이해하기도 어려운 개념이다..

딸기네 책방 2005.03.04

2005 소설읽기 3/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El Cartero de Neruda (1985)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은이) | 우석균 (옮긴이) | 민음사 | 2004-07-05 소설이건 영화건 만화건, 정말 재미있는 것은- 한참 웃다가 눈시울 시큰하게 만드는 그런 것이 아닐까. 이 책이 딱 그런 책이다. 너무 마음에 들어버려서 다 읽고난 이 책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금박으로 포장해서 나무 상자에 넣어둘까? 한장 한장 찢어내서 벽지로 발라버릴까? 꽃띠로 리본을 매어 액자에 넣어 걸어놓을까? 차라리 몽땅 베껴써볼까? 독자를 웃게 만들려면 작자가 웬만큼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너저분하지 않게, 살짝살짝 감각적이면서 솔직한 언어로 찌꺼기 없는 웃음을 선물해주는 책. "몇달 전부터 그 마리오란 놈팡이가..

딸기네 책방 2005.01.21

도쿄와, 코알라 마을과, 이제 작별-

저녁때 아사코씨가 일부러 집에 들러서 선물을 전해주고 갔다. 코알라마을 건물을 내어준 다카야마씨의 책 한권, 그리고 내게 주는 머리핀과 이현이에게 주는 스티커들. 선물값도 적잖이 나갔을 것 같은데, 아사코씨에게는 처음 이 곳에 와서부터 지금까지 도움을 받은 것 투성이여서 미안하고 고맙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일본인이라고 하면 쌀쌀맞고 타산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내가 이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아서 이상할 정도. 사실 서울에, 내 이웃에 외국사람이 이사온다면 나는 이 정도로 해줄 수 있는가? 전혀 아니다. 이 사람들같이 친절하게 남을 도와주고, 마음을 열고 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일본 사람들 '더치 페이'한다고 하지만 토요일 환송회에서는 다들 3000엔(약 3만원)씩 회비 내서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