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1147

나우루 여행기 2탄- 라나와 리사, 안녕!

나우루의 현실은 답답하고 아팠지만 그래도 며칠 간 거기서 지내면서 마음은 참 따뜻했다. 그곳 사람들 마음이. 무엇보다, 거기서 만난 친구 라나와 리사. 라나의 집에는 정말 우연히 들렀다. 사전 섭외를 이렇게 전혀 하지 않고 출장을 가는 것은 처음이었던 듯 싶다. 맨땅에 헤딩도 이 정도면... ㅎㅎ 가기 전까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이들이 모여 있길래 기웃거려본 곳이 라나의 집이었다. 기사에 쓴 대로 라나는 나에게도 초콜릿을 권했고, 나는 다짜고짜 라나의 집에서 저녁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처음엔 "그러자, 같이 중국 식당에서 사먹자"고 했던 라나는 "집에서 밥을 해달라"고 조르자 흔쾌히 응낙했다. 그날 저녁은 라나의 집에서 보냈다. 밥을 먹고, 잠시 수다를 떨고, 라나가 만들어 파는 옷들과 퀼트 제품들을..

남태평양의 섬나라, 나우루에 가다

평생 언제 다시 가볼까 싶은 곳들이 있다. 그런 곳에 가면 즐거운가요~ 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답은 "아니다"이다. 평생 다시 가볼까 싶은 곳들은 대개 접근하기 어렵거나, 간다 해도 별로 볼 게 없거나, 그리 달갑지 않은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곳들이니까. 하지만 눈에 보이는 풍경이 엽서에 나오는 것처럼 아름답지 않아도,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유적이 없다고 해도, 마음 속에 남은 풍경은 소중하고 따뜻할 수 있다. 나우루에 다녀왔다. 나우루................................................... 한 마디로는 설명하기 힘든 여행이었다. 나우루 공항. 주기장은 따로 없고, 비행기가 들어오면 옆길로 휙 돌아 공항 건물 옆에 선다. 공항 청사. 비자는 따로 받을 필요 없..

노르웨이 여행(5)- 몰데

노르웨이 남서부, 오슬로에서 40분간 비행기를 타고 크리스티안순에 도착. 이곳을 출발점으로 피오르(fjord) 순례에 나섰다. 64번 지방도로, 아틀란테하브스베이엔(Atlanterhavsveien·대서양길)이라 불리는 8.3㎞의 길은 스키점프대처럼 치솟은 다리로 섬과 섬을 잇고 있었다. 날씨는 흐렸다. 흐리다고만 하기엔 변화무쌍했다. 구름이 깔리고 빗방울이 떨어지다가, 바람이 불다가, 어느 순간 햇살이 스쳐 지나가고, 다시 또 구름이 끼고. 안타깝게도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이 대서양길의 '스키점프대처럼 생긴 다리'는 내가 찍은 사진으로는 요렇게 밖에는 나오지 않았으나... 실제로는 훨씬 더 멋있다. 젠장. 멋진 모습은 아래 한겨레 기사를 참고............... 오직 이 길을 만나기 위해 노르웨이로..

노르웨이 여행(4)- 오슬로

오슬로는 좀 썰렁했다. 공기가 맑은 것은 좋았지만, 밤 10시까지 어두워지지 않는 것도 좋았지만, 모두들 일찍일찍 문을 닫아 딱히 갈 곳도 없었고... 솔직히 누군가가 내게 '여행지로 어디가 좋겠느냐'고 다짜고짜 묻는다면 노르웨이를 추천하진 않을 것 같다. 왜냐? 비싸니까............. 항공료가................(생활물가는 어떤 건 비싸고, 어떤 건 비싸지 않은 듯.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는 바람에 구경을 많이 하지는 못했으나 어차피 공산품 가격은 거기서 거기. 교통비와 주택 임대료가 생활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니...) 하지만 노르웨이에 가서 살아본다면 어떨까, 하고 묻는다면 ~ 응! 응! 그런 나라에서 한번 살아보고파! 할 것 같다. 삶의 질은 소중하니까... 암튼, 글은 없고 사진만..

낙타는 죄가 없다

멍청한 얘기부터 꺼내자면. 낙타는 착할까, 못됐을까? 그냥 사람들끼리 '쟤 참 착해', '쟤는 사나워', '쟤 못됐어' 할 때처럼 낙타를 사람이다 생각하고 물어봤다. 낙타에게 물어본 것은 당연히 아니고 오래 전 중동을 방문했을 때 거기서 오래 산 한국분께 여쭤본 적이 있다. 답은, "아마도 못되지 않았을까"였다. 둘이 머리 맞대고 나눈 이야기의 '근거'는 이솝우화였다. 우화집에는 낙타와 관련된 이야기가 두 개 나온다(실은 그 시절 그 분과는 하나의 우화만 얘기했지만;;) 어느 추운 밤, 아랍인이 천막 안에 앉아 있는데 낙타가 머리를 들이밀었다. 자기도 추우니 머리만 넣으면 안 되겠느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그랬더니 다음엔 목을, 앞다리를, 넣으면 안 되겠냐고 한다. 허락을 했더니 뒷다리, 그 다음엔 아..

노르웨이 여행(3)- ‘아르누보의 도시’ 올레순

노르웨이 남서부 올레순(Alesund)은 대서양에 면한 항구와 섬들로 이뤄진 인구 4만5000명의 작은 도시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원래 부르던 이름은 ‘카우팡’, 시장이라는 뜻이었다. 바닷가 시장 마을이 1838년 시로 격상되면서 지금의 이름이 붙었다. 올레순은 ‘아르누보(신예술)의 도시’로 통한다. 1905년 큰 화재가 일어나 목조주택 850여채가 불에 탄 뒤 당시 유행하던 아르누보 스타일로 도시가 재건축됐기 때문이다. 악슬라(어깨)라는 이름의 산 전망대에 올라가면 도시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희고 노랗고 파란 집들이 모자이크돼 만들어내는 풍경은 왜 이 곳이 아르누보의 도시라 불리는 지 알수 있게 해준다. 현지 신문 다그블라뎃이 2007년 ‘노르웨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았던 곳이기도 하다...

노르웨이 여행(2)- 그림같은 초가집, 첸달 호수와 빙하

예이랑에르를 뒤로한 채 산을 넘어 또 다른 협곡으로 향했다. 노르드피오르다. 1848m 높이의 스콜라 산이 먼 곳에서 온 손님을 반긴다. 해마다 여름이면 해수면 높이부터 이 산에 뛰어올라가는 경기가 열린다고 했다. 피오르가 끝나는 곳에 7000명이 사는 작은 도시 로엔이 있다. 로엔의 명물은 피오르와 거의 맞닿을 듯 가까이 있는 셴달 호수다. 물이 유난히 푸르다. 물속 미네랄 성분이 햇살을 머금고 에메랄드그린으로 빛나고 있었다. 유람선의 선장은 “1890년대부터 증기선 관광이 성행하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호숫가 언덕엔 브렝 폭포가 떨어지고, 역시 지붕에 풀밭을 얹은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림 같다’는 것이 바로 이런 풍경이겠구나 싶었다. 호수가 끝나는 곳에는 레스토랑이 있고 송어요리를 팔았..

노르웨이 여행(1)- 신이 그린 풍경화, 예이랑에르 피오르

여름으로 향하는 길목, 아직 날씨는 변덕스러웠고 바람은 쌀쌀했지만 해는 밤 10시가 넘도록 지지 않았다. 평화롭고 느렸다. 어디든 깨끗하고 소박했다. 노르웨이 남서부, 오슬로에서 40분간 비행기를 타고 크리스티안순에 도착했다. 이곳을 출발점으로 피오르(fjord) 순례에 나섰다. 64번 지방도로, 아틀란테하브스베이엔(Atlanterhavsveien·대서양길)이라 불리는 8.3㎞의 길은 스키점프대처럼 치솟은 다리로 섬과 섬을 잇고 있었다. 바다 위를 달리고 시골길을 지나 바닷가 소도시 몰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예이랑에르(Geiranger),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피오르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페리를 타고, 다시 자동차로 달리고, 또 페리를 타고, 눈 덮인 산봉우리 밑 해발..

베네치아

“아직 자네가 말하지 않은 도시가 하나 남아 있네.” 마르코 폴로가 고개를 숙였다. “베네치아.” 칸이 말했다. 마르코가 미소를 지었다. “제가 폐하께 말씀드린 게 베네치아가 아니라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황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난 자네가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걸 본 적이 없네.” “도시들을 묘사할 때마다 저는 베네치아의 무엇인가를 말씀드렸습니다.” 사흘 동안 베네치아의 골목들을 걸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정처없이 걸어다녔다. 그렇게 돌아다녔건만 내게는 사진 한 장 없다. 지도를 손에 쥐고 있었지만 글자들을 읽을 수는 없었다. 적지 않게 여행을 해보았고, 먼 나라 낯선 도시에서도 길 찾는 것은 늘 쉬웠다. 골목의 이름, 건물의 이름, 사원이나 성당의 이름을 적어두고 되새겨보..

위니더푸, 도널드덕, 헬로키티, 고질라... 우리와 함께 나이 들어 가는 전설의 캐릭터들

불혹(不惑). 어느 것에도 미혹되지 않는 나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할 나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불혹이 되어도 머리에 달린 빨간 리본은 그대로고, 앙증맞은 눈과 코 또한 변함이 없다. 일본 산리오사의 하얀 고양이 ‘헬로 키티’ 얘기다. 지난달 1일 키티 탄생 40년을 맞아 일본에서는 대대적인 축하 이벤트가 벌어졌다. 하지만 캐릭터의 세계에서 키티는 젊은 축에 속한다. 영국에서 태어난 ‘위니더푸’는 올해 아흔 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성마른 아저씨 ‘도널드덕’은 여든 살이 됐다. 세계 사람들과 함께 나이들어가는 전설의 캐릭터들과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아본다. 아기곰 ‘위니’는 실제로 있었다 살아 움직이는 곰인형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림책이나 만화영화가 아닌 시집에서였다. 영국 작가 겸 문학편집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