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는 사람들의 모임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그냥 모여 있는 사람들은 '계열', 서로 소통하는 무리는 '그룹', 그리고 '조직'이다. 그 중 첫 단계인 '계열'은 사회적으로는 별 힘이 없다. 계열 속의 사람들은 서로 남이다. 책에 적혀 있는 유식한 말로 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타자'다. 반대로 그룹은 서로 엮이면서 융합된다. 그래서 '상호성'이 생겨난다. 이들이 마지막 단계인 '조직'이 되는 순간 '정치'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믿음이다. 나와 너는 이제 더이상 남이 아니야(그러고 보면 '우리가 남이가'처럼 정치적인 행위는 없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남이 되지 않는다는 보증이 있어야 한다. 배신자가 나올까 두렵기 때문이다. 사르트르는 이 부분에서 회의주의로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