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1148

타이베이 세째날. 디화제, 룽산쓰

호텔 부근에서 아침 간단히 먹고 디화제로. 베이먼역 가기 위해 쭝샤오푸싱 역에서 갈색 원후선을 탔는데, 모노레일처럼 생겼다. 빌딩 사이로 높이 달리는 기분. 디화제의 작은 공방. 요니는 여기서 고양이가 그려진 뱃지를 두 개 샀다. 내 것도 골라달라고 했는데 엄마는 무시하고 자기 거랑 친구거랑 두 개만 사옴. 그리고 서점. 중국어는 모르니 영어로 된 책들 제목을 훑어봤는데 반중국 대만 강조, 그런 분위기. 가게 이름이 1920. 진열된 책들 대부분이 20세기 초반에 맞춰져 있다. 중국과의 결별, 식민지시절의 근대화 과정에 대한 묘한 향수같은 게 느껴진달까. 엽서 몇 장 사고. 그 위의 카페에 갔는데 커피값 비쌈. 앉아서 천천히 차 마시는 곳들은 비싸다더니, 정말 그런 듯. 커피 한 잔에 우리 돈으로 800..

타이베이 둘째날. 베이터우 온천과 용캉제.

늦으막히 일어나 만두 사다 아점 때우고 신베이터우로. 오늘의 주제는 온천. 땀수이선 타고 베이터우로. 거기서 다시 신베이터우까지 한 정거장. 열차가 고공을 느릿~느릿 걸어간다. 느리고 귀여운 열차. 신베이터우는 아타미풍, 그러니까 일본풍 온천마을. 실제로 아타미라는 이름의 온천호텔도 있다. 그곳에서 우리를 맞은 건물. 온천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도서관이어서 급실망. 하지만 엄청 멋지면서도 위압적이지 않은. 온천 초입의 도서관이라니, 이거 쫌 근사한걸? 노천탕 들어갈 때까지 잠시 시간이 남아 도서관 구경. 지금껏 본 하수구 중 가장 공들여만든 것인듯. 오래된 돌장식들 사이를 콘크리트로 메워 만든 난간도, 나무 의자도 모두 깔끔하면서도 소박하고 이쁘다. 손때 묻은 거리 살림을 아끼고 가꾸는 느낌...

타이베이 산책 첫날.

두번째 대만 여행. 2013년에 왔을 때는 여름이라 덥기도 했지만, 지우펀 고궁박물관 중정기념관 등등 유명하다는 곳 찍고 거기에 화롄 부근의 리조트에까지 다녀오느라 정신 없었다. 게다가 숙소는 명동급 번화가인 시먼딩. 용산사가 가까운 건 좋았지만 번잡하기 그지 없었음. 이번엔 타이베이 여행책 쓴 라현의 추천으로 쭝샤오푸싱의 레지던트스러운 호텔을 예약. 위 사진이 호텔 입구. 겉으로 봐선 호텔이라는 걸 알 수 없는 허름한 외관.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있을 건 다 있다. 만족. 바로 앞에 소고백화점 등 쇼핑할 곳 즐비한 번화가인데 뒤로 돌아서면 평범한 주택가라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얼핏 보면 칙칙한데 타박타박 걷다 보면 어찌나 깨끗하고 단정한지. 어제 타이베이 도착해 짐 풀고 동네 돌아다니고. 오늘..

2016년의 딸기

새해가 됐으니...지난해의 나를 돌아본다. 1. 작년에 본 것들랑야방보보경심환락송후궁견환전미월전위장자여의 담윤현미인심계경세황비그밖의 것들위황후전은 지금 보고 있고.그리고 한국 것으로는시그널응답하라 1988런닝맨과 무도는 늘 그렇듯 다 챙겨봤고...도깨비와 푸른 바다의 전설 다 보고 있고... 장하다... 스스로 쓰담쓰담... 2. 작년의 게임들1010은 3만점 넘었고(참고로 요니네 반 친구들은 1만점도 못 낸다고 함. 짜식들... ㅎㅎ)스와이프 벽돌깨기는 고만고만... 초반이 넘 재미없어...Atomas는 9만점대를 기록으로, 안 올라감 엉엉엊그제 무한 슬라이스 깔았는데 200 간신히 넘기고 정체됐음 3. 작년에 들은 것들글렌 굴드의 바흐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기념???으로... 피터폴&메리를 한번..

2016년의 크리스마스

오늘은 크리스마스. 랄랄라. 요니는 신났다. 고교 입학을 앞두고 1월에 엄마아빠 휴가 맞춰 여행가기로 했다. 그런데 어제 요니 칭구 어머니와 어찌어찌 이야기가 되어, 두 아이를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보름 넘게 페루에 보내기로 했다. 하루종일 좋아 죽으려고 한다. 나는? 부러워 죽겠다. 대체 저 아이가 중학시절 내내 잘 한 게 머가 있다고...마추픽추에 나스카에 우유니 소금사막까지 간다는 것인가! 모두 부모와 친구 잘 만난 덕이다. 통큰 엄마는 수억원짜리 뱅기표 카드로 긁어줌. 절친의 집에 머물기로 했던 캐나다인 여성 관광객이, 절친의 집에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어제 저녁 우리집으로 왔다. 몇년만의 잉글리시 토킹인가. 아무튼 엉겁결에 홈스테이. 캐나다인 그녀는 자기 친구와 만나 파리크라상에 브런치를 먹..

오늘의 세계...싫은 뉴스들만 가득한 하루

날마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고 기록하는 게 직업인데. 요즘 참 꽝이다. 오늘 아침에 본 뉴스들만 해도 박태환 선수가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김종 차관을 만났을 때, “너무 높은 분이라서 무서웠다”고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체육부장 선배는 "이해하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일본 언론들은 “박근혜를 ‘용의자’로 단정...탄핵 논의 가속화”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고. 어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는 “서울의 시위를 보며 베이징은 웃는다”는 기사가 실렸다. 베이징이 웃을 수도 있고 찡그릴 수도 있지만... 참... 오늘 아침에 미국 언론들 보니, 트럼프 사위 쿠슈너라는 작자는 돈 내고 하버드 갔다고. 30억원 ‘기부금 입학’ 논란이 벌어졌다는데. 얘도 순시리? 그뿐인가. ***같..

세계의 멋진 공중정원들

하늘의 정원들. 생각만 해도 너무 낭만적이야(라우라 버전, 연식 인증 ㅋㅋ). CNN에 세계의 공중정원들을 소개한 화보가 실렸다. 멋지다. 밀라노의 버티칼가든. Stefano Boeri라는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116m, 76m 높이의 건물 2개 동으로 돼 있다. 2014년 완공됐는데 건물에 총 8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스위스의 로잔에도 내년에 비슷한 건물이 들어선다고 한다. 아래는 가상도. Cedar Tower라는 이름으로 지어지는 이 건물은 120m 높이에 이를 것이라는데, 백향목(cedar)을 100그루 심는다고 한다. 예전에 최창모 교수님께 "레바논은 뭐가 좋아요" 여쭤보니, "역시 백향목"이라 하셨다. 2004년 레바논 민주화 혁명을 '백향목 혁명'이라 불렀고, 이 나라 국기에도 백향목이 ..

지역별 글에 대한 그 지역 '전문가'들의 반응

여러 지역에 대한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데, 읽는 이들, 특히 나름 그 지역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의 반응이 ‘지역별로’ 다르다. 아주 가볍게, 주관적으로 정리해보면~~ 1. 내가 가장 많이 다녀본 곳은 아프리카인데 그 동네는 사실 말 덧붙이고 알은체 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다. 거기 다녀온 분들이나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은 그 동네 이야기가 나오면 엄청 반가워한다. 그리고 조심조심 추억을 꺼내며 이야기한다. 반대로, 뭣도 모르는 분들과 이 지역 얘기할 때 가장 화가 나기도 한다. 단적으로, 정부 돈 받아 이 지역 관련 뭐뭐 만들어놓고 세금 까먹으면서 인종차별적이고 무식한 소리 할 때... 2. 중동은 전문가들이 워낙 많다. 아마도 국내 지역 전문가들을 줄 세워놓거나 관련 서적을 줄지어 늘..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들

0.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風の谷のナウシカ (1984, 미야자키 하야오)지브리 만들기 전의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이니 0번으로... ㅎㅎ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습작 비슷한 만화책도 갖고 있음. 1. 천공의 성 라퓨타 天空の城ラピュタ (1986, 미야자키 하야오) 지브리 작품들 중 가장 처음 본 것. 너무너무너무 재미있었다. 비디오테이프로 갖고 있다가 DVD로 바꿔 소장 중. 음악도 좋고... 2. 반딧불이의 묘 火垂るの墓 (1988, 다카하타 이사오)그냥 그랬음 3. 이웃의 토토로 となりのトトロ (1988, 미야자키 하야오)히히히 4. 마녀배달부 키키 魔女の宅急便 (1989, 미야자키 하야오)쫌 귀엽지만 그냥 그랬음. 5. 추억은 방울방울 おもひでぽろぽろ (1991. 다카하타 이사오)수없이 돌려가며 봤던..

붕가붕가 bunga bunga의 역사

대학교 때 '붕가붕가'라는 말이 들어간 우스개가 돌아다녔다. 어느 원주민 부족에게 잡혔는데 '죽을래, 붕가붕가할래' 해서 붕가붕가를 택했더니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는... 이 때의 '붕가붕가'는 '*침'의 의미였다. 친구 중에 웅가라는 녀석이 있어서, 애들이 '웅가붕가'라고 놀렸던 기억도 난다(웅가야 미안해;;). 붕가붕가가 한국에서만 돌아다니는 말이 아니라 글로벌한 용어임은 나중에 알았다. 이 말이 세계 언론에 나오게 만든 건 이탈리아의 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다. 빌 클린턴 때문에 '부적절한'이라는 말이 매우 부적절한 용도로 쓰이게 됐듯이, 베를루스코니는 붕가붕가란 말을 '공식화'했다. 엊그제 에서 알베르토가 정치인 막말 하면 빠질 수 없는 베를루스코니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 때문에 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