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여행을 떠나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나우루에 가다

딸기21 2015. 8. 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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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언제 다시 가볼까 싶은 곳들이 있다. 

그런 곳에 가면 즐거운가요~ 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답은 "아니다"이다.

평생 다시 가볼까 싶은 곳들은 대개 접근하기 어렵거나, 간다 해도 별로 볼 게 없거나, 그리 달갑지 않은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곳들이니까.

 

하지만 눈에 보이는 풍경이 엽서에 나오는 것처럼 아름답지 않아도,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유적이 없다고 해도, 마음 속에 남은 풍경은 소중하고 따뜻할 수 있다.

 

나우루에 다녀왔다. 

 

나우루...................................................

 

한 마디로는 설명하기 힘든 여행이었다.

 

나우루 공항. 주기장은 따로 없고, 비행기가 들어오면 옆길로 휙 돌아 공항 건물 옆에 선다.

 

공항 청사.

 

비자는 따로 받을 필요 없다. 한국인들은 arrival visa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전산화되어 있지 않은 탓에 여권을 맡겨야 한다. 활주로 건너편 정부청사 건물에 있는 법무부 이미그레이션 부서에서 다음날 여권을 찾으라는 지시를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저 까먹었을 뿐이고.. 그래서 다음날 미련하게 땀 뻘뻘 흘리며 공항 건물로 갔을 뿐이고... 공항에 갔더니 활주로 건너편으로 가라고... 그래서 나는 또 미련하게 땀 뻘뻘 흘리며 조금 걷다가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고 정부청사로 갔더니 "아직 안 됐다"며 내일 오라 하고...

 

그래서 나는 다음날 또 미련하게 땀 뻘뻘 흘리며 조금 걷다가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고 정부청사로 다시 가서 드뎌! 비자 도장 찍힌 여권을 돌려받았다. 

 

그 다음날에는 정부청사에서 일하는 어느 여인의 차를 얻어타야 했기에 다시 정부청사로. 그렇게 나는 날마다 이 섬나라의 정부청사로 출근을 했다는... 

 

이거슨, 이 나라에 단 하나뿐인 신호등!!!

활주로(오른쪽 잔디밭)에 들어온 뱅기가 왼쪽 청사 앞으로 이동해 가야 한다. 그래서 뱅기 드나드는 때에는 이 신호등이 가동된다. 

 

 

여기는 내가 묵은 오드앤아이워 호텔. 공항 서쪽이 아이워 지역이다.

 

나우루에는 호텔이 2개 있다. 하나는 공항 동쪽의 메넨 호텔, 하나는 공항 서쪽의 아이워 호텔. 

 

아이워 호텔은 가족이 경영하는 곳이다. 숙박비는 거의 1박에 10만원 가까이 하는데 시설은... 시설은...

에어컨은 있지만 와이파이는 안 되고(나우루는 국내 통신사의 데이터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나라~) 방에 TV도 없어서 본의 아니게 책을 열심히 읽었다.

 

호텔 정면

 

 

자, 이제부터 나는 나우루의 순환도로(약 30km)를 따라 걷는다.

 

 

 

 

이런 길을 따라 전국 일주를 했다.

일곱 시간 걸렸다. 쉬엄쉬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몹시 더웠다. 그리고 그렇게 걸어다니는 사람은 전국에 나밖에 없었다. 가다가 점심도 먹고, 난민도 만나고, 어느 집 마당에 기웃기웃거리기도 해보고.

 

공항 앞 활주로 건너편의 정부 청사다. 정부의 모든 부처가 다 여기에 모여 있다.

 

정부 청사 옆 의사당.

 

나름 쇼핑몰??이라고 해야 할까. 가게들이 모여 있다.

 

나우루의 흔한 마을. 가게와 레스토랑이 있고 옆에 집 몇 채가 있다.

 

나우루의 평범한 집.

 

나우루의 평범한 집 2.

 

나우루의 평범한 집 3.

 

나우루의 평범한 집에 사는 고양이.

 

무릇 고양이라면 포스가 이 정도는 돼야...

 

나우루의 쫌 사는 집

 

얘들아, 학교는 꼭 가라...

학교 안 가는 애들이 많아서, 7월 1일부터 정부가 아이 1명당 학교 가는 날마다 5달러씩 준다고 했단다.

 

나우루에 있는 2개의 컬리지 중 한 곳.

 

섬 가운데 부아다 고원에 있는 라군. 

나우루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 해발고도 61m다. 산이라 부르기는 좀 뭣한 고지대인데 안쪽에 이런 라군이 있다.

 

나우루에서 사귄 너무너무 좋은 친구, 라나 & 리사와 함께 언덕배기 전망대에 올라가서 바다를 내려다봤다. 아랫쪽 컨테이너들은 인산염 수출을 위한 것들.

이 전망대가 있는 언덕 주변에는 나우루에 와서 일하는 호주 사람들의 주거지 등등이 있다. 볼썽 사납게 불에 타 뼈대만 남은 건물이 있었는데 그게 예전 대통령 관저였다고. 그 앞에 전망대가 있어서 라나, 리사와 한참 앉아 수다를 떨었다.

 

교회. 나우루 주민 대부분은 기독교도. 호주서 들어온 프로테스탄트. 나우루에서 정부청사/의사당 등을 빼고 가장 번듯한 건물. 

 

좀 덜 번듯한 교회. 사람을 낚는 어부라고 써 있다. 그러나 나우루에서 사람을 낚는 어부는 고사하고 물고기를 낚는 어부도 보지 못했다.

 

나우루에는 큰 슈퍼마켓이 2개 있다. 대학이고 슈퍼마켓이고 몇 개 있는지 어떻게 아느냐면... 내가 쭉 돌아다니면서 세어봤다. 

 

참고로, 나는 이 곳에서 시간이 아주아주 많았다. ^^

 

슈퍼마켓 바깥의 패스트푸드점.

 

 

커피인 줄 알고 '저거 한 잔 달라'고 했는데... 귀엽게 생긴 아가씨가 건네준 것은 얼음 들어간 마일로. 젠장. 

 

나우루 전국 지도. 내가 이 섬에서 뭘 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ㅋㅋㅋ

 

나우루에 다녀와서 쓴 글은 아래 링크에.

 

[지구의 밥상] 남태평양의 콜라 식민지, 나우루

 

(알맹이 없는 나우루 여행기 2탄은 며칠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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