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남아프리카 공화국- 포장은 괜찮은 책

Curious Global Culture Guide 44. 남아프리카 공화국 디 리식 (지은이) | 이은주 (옮긴이) | 휘슬러 | 2005-10-30 큐리어스 시리즈의 장점이라면 첫째 다른 여행서 시리즈에는 없는 나라·지역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 둘째 쓸데없이 두껍지 않고 모양이 예쁘다는 것. 단점이라고 한다면, 아직 다른 지역에 대한 것들은 별로 읽어보지 못했으니 이 책에 한정지어 말하자면, 밀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책은 남아공을 이해하는데 절반 정도 도움 되고, 남아공을 여행하는 데에는 다시 그 절반 정도만 도움이 된다. 역사에 대한 설명은 좀더 충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남아공에 이주하거나 최소한 몇 년 살러 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남아공 사람들하고 같이 살려면 이러저러해야 해요..

딸기네 책방 2006.09.15

러시아 경제사- 이게 무슨 명저야?

러시아 경제사 ЭКОНОМИЧЕСКАЯ ИСТОРИЯ РОССИИ 따찌야나 미하일로브나 찌모쉬나 (지은이) | 이재영 (옮긴이) | 한길사 | 2006-03-30 ‘한국학술진흥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로 돼 있는데 ‘학술명저’라 보기엔 뭣하다. 그래도 명색이 한길사에서 나왔는데, 이게 뭔 명저래? 그냥 러시아 경제를 줄줄이 쓴 것인데... 러시아 대학 교과서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교과서같다’. 울나라 교과서들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런 것은 학술명저번역총서로 한길사에서 나올 것이 아니라 대한교과서주식회사에서 ‘러시아사’ 편으로 내놓으면 딱 될 것 같다. 정치사회적 맥락이 거의 없이 지나치게 ‘경제사’라는 말에 국한되게 역사를 서술했기 때문에 영 재미가 없다. 뭐, 읽기에 그닥 나쁘진 않다. 왜냐? 역사에..

딸기네 책방 2006.09.13

무크타르 마이의 고백- 그녀의 투쟁

무크타르 마이의 고백무크타르 마이 (지은이) | 조은섭(옮긴이) | 자음과모음(이룸) | 2006-08-24 무크타르 마이에 대해 끄적거린 적도 있고, 파키스탄 여성 문제에 대한 글을 때 무크타르 사건을 인용한 적도 있고 해서 이 책이 나오자마자 구해놨다. 마이는 이혼하고 친정 식구들과 함께 살아가던 여성인데, 어린 남동생이 동네 유력한 집안 딸과 말을 했다는 이유로 ‘집단 성폭행’이라는 ‘징벌’을 당한다. 이 사건은 워낙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외신에서 유독 많이 다뤄진 것은 사건 자체의 끔찍함을 넘어 마이의 투쟁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파키스탄에서 어느 집안 딸네미가 성폭행 당했다고 유력자들을 고소하고 법정투쟁을 벌이는 것은, 그것도 대법원까지 가는 가열한 싸움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딸기네 책방 2006.09.09

더 이상 먹을 게 없다- 이젠 정말 뭘 먹나?

더 이상 먹을 게 없다 Aus Teufels Topf Die neuen Risiken beim Essen한스 울리히 그림 (지은이) | 오은경 (옮긴이) | 모색 | 2001-08-30 “더 이상 먹을 게 없다.” 이런 종류의 책들을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읽은 적이 없었는데 이거 읽다보니 정말 무서워졌다. 책 편집이... 꼭 팜플렛처럼 어설프고 촌스럽다. 우리말 문장이 깔끔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 하지만 식품 전문가인 번역자가 한국 상황과 (출간당시를 기준으로) 최근 뉴스들까지 모아준 덕에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글쓰기 방식은 저널리스틱한 르포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지만 촌스러운데 번역자 덕에 책이 더 유용해진 것 같다. 식품안전문제는 항상 고민거리다. 특히 나같은 아이엄마에게는 ‘가장 큰 고민..

딸기네 책방 2006.09.07

감옥에서 보낸 편지- 읽기에 괴로운 편지

감옥에서 보낸 편지 Lettere dal Carcere안토니오 그람시 (지은이) | 린 로너 (엮은이) | 양희정 (옮긴이) | 민음사 이 편지에 대해 리뷰를 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람시라는 사람에 대해 아는 바는 별로 없지만 그람시라는 이름이 던져주는 무게에는 질식할 것만 같은 것이 내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람시, 그람시, 그람시. 그람시는 철옹성같은 자본주의 앞에서 지레 질식하지 말라고, 냉철한 지성으로 철옹성을 뚫는 방법을 연구했던 사람인데 정작 나는 그 이름 앞에서, 장르가 편지가 됐건 문학이 됐건 숨막히는 느낌을 받으면서 조금은 괴로워했다. 그람시는 많이 잊고있었던 무언가를 다시 떠올리게 만들고, 포기해버린 무언가를 아쉬워하게 만들고, 게으르고 나약한 자신을 질타하게 만든다. ..

딸기네 책방 2006.09.05

[스크랩] 폴 빌라드, '안내를 부탁합니다'

안내를 부탁합니다 폴 빌라드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우리 집은 동네에서 제일 먼저 전화를 놓은 집이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옆벽에 붙어 있던, 반질반질하게 닦은 참나무 전화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수화기가 그 통 옆에 걸려 있었다. 전화번호까지 생각나는데, 우리 집은 109번이었다. 나는 워낙 꼬마라서 전화기에 손이 닿지는 않았지만 어머니가 거기 대고 말을 할 때면 홀린 듯이 귀를 기울이곤 하였다. 한 번은 어머니가 나를 들어 올려 지방에 출장중인 아버지와 통화하도록 해준 적도 있었다. 이거 참, 요술 같은 일이 아닌가! 이윽고 나는 이 멋진 기계 속 어딘가에 놀라운 인물이 살고 있음을 알았다. 그 사람은 여자였는데, 이름은 ‘안내를 부탁합니다’였다. 그 사람은 무엇이든 알고 있..

딸기네 책방 2006.08.22

펼쳐놓은 책들

여전히 난삽한 나의 독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다 읽었는데 다시 뒤적이며 정리를 해야함 더 이상 먹을 게 없다- 지하철 안에서 오며가며 읽기로. THE FUTURE OF LIFE- 푸켓에 바캉스가면서 무려 윌슨의 이 책을 들고갔다. 그것도 영어본으로... 웬일이니, 암튼 후까시하고는. 테러리즘의 문화- 이건 집의 전자렌지 위에. THE COMING ANARCHY - 이건 회사에서 영어판으로 강독 중. 감옥에서 보낸 편지- 카탈로니아 찬가 읽은 김에 읽으리라... 하면서 갖고는 다닌다. 우주의 구조- 사놓은지 언제인데... 요새 읽고있는 것 중엔 이게 젤 재밌다. 이 책은 회사 책상에. 만델라 자서전- 엄청 두꺼운데;; 조금씩 조금씩 읽고 있는 중. 역시, 책상 위에. 장자- 이건 초장기 프로젝트 수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2004) Don't think of an elephant!: know your values and frame the debate : the essential guide for progressives 조지 레이코프 (지은이) | 유나영 (옮긴이) | 삼인 | 2006-04-14 미국 민주당은 2004년 대선에서 공화당한테 왜 깨졌을까. 부시는 전쟁광에다가 2000년 대선에서 고어보다 표를 못 얻고도 운 좋게 대통령이 된 녀석인데, 바보같고 무식하고 제멋대로 독불장군이고, 부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책의 의문은 거기에서 출발한다. 책의 결론은 제목에 나타나 있다. 코끼리는 공화당의 상징이다. 공화당은 유권자들 머리 속의 '프레임'을 선점해버렸다. '프레임'은 생각의 틀..

딸기네 책방 2006.08.13

70년 뒤에 읽은 '카탈로니아 찬가'

카탈로니아 찬가 Homage to Catalonia 조지 오웰 (지은이) | 정영목 (옮긴이) | 민음사 항상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못 읽는 책들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내 경우는 조지 오웰의 이 책 ‘카탈로니아 찬가’와 안토니오 그람시의 ‘감옥에서 보낸 편지’, 에드가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 존 리드의 ‘세상을 바꾼 열흘’ 같은 책들이다. 이제는 읽으리라 하면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카탈로니아 찬가를 산 것이 벌써 2년 전이다. 읽겠다고 마음먹었던 때부터 치면 너무 오래돼서 기억도 안 나고, 그 긴 시간동안 왜 안 읽고 동경하면서 또한 피하면서 지나쳐왔는지 그 이유도 기억이 안 난다. 올해(정확히는 지난달 19일)가 스페인 내전 70주년이라고 해서 유럽 언론들이 크게 다루고 국내 신문들도 ..

딸기네 책방 2006.08.01

이브의 일곱 딸들 -완전 내 취향!

이브의 일곱 딸들 The Seven Daughters of Eve 브라이언 사이키스 (지은이) | 전성수 (옮긴이) | 따님 | 2002-02-20 딱 내 취향인 책이다. 요사이 과학으로 다시 쓴 역사, 혹은 거창한 말로 하자면 ‘과학과 역사의 만남’을 시도한 것들을 아주 재미있어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 시초 격에 해당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명성은 들었지만 이제야 읽었다. 꽤 상당히 매우매우 재미있었다. 옥스퍼드대학에 있던 사이키스의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모계 유전된다는 점에 착안, 유전자 계보(클러스터)를 파악하고 돌연변이를 검사했다. 그렇게 해서 엄마의 엄마의 엄마를 추적하는 방법으로 유럽인의 조상이 7명의 여성들(이브)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밝혀냈는데, 전세계로 치면 33명의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