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마르코 폴로 (지은이) | 김호동 (옮긴이) | 사계절출판사 | 2000-06-27 로버트 카플란의 책이 연말 거의 다 읽고 몇장 안 남은 상태였는데, 그래도 한 해의 첫 시작을 카플란 책으로 하기엔 좀 그렇다 해서 굳이 남겨두고 이 책을 읽었다. 작년부터 읽어야지 했다가 이제야 손에 넣고 책장을 넘겼는데 의외로(아니 어쩌면 예상대로)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다. 서문에서 역주를 단 김호동 서울대 교수가 이 책의 ‘원본’을 충실히 설명해놓았고 각주도 열심히 달아 읽는 데에 많이 도움이 됐다. 베네치아를 영어식으로 베니스라 한 것은 역자가 영어판본을 번역한 탓인 것 같고, 각주에 계속 km가 아닌 마일 단위가 나오는 것도 그 탓인 듯. 이런 책을 애써 펴낸(더불어 이븐 할둔의 ‘역사서..

딸기네 책방 2007.01.05

올해 읽을 책들.

가야트리 스피박, 오강남 해설, 마리 꽁브끄, 아룬다티 로이, 토머스 프리드먼, 니시카와 나가오, 다치바나 다카시, 데이비드 헬드, 장하준, 최장집, 에드워드 사이드, 케네스 월츠, 하워드 진, 존 베일리스 외, 타임라이프, 골로빈·캠벨, 슈테판 츠바이크, 볼프강 벤츠, 가토 이즈루, 레이 모이니헌, 칼 세이건, 칼 세이건, 제임스 글릭, 리뷰 정리할 것들 마르코 폴로, 로버트 카플란, 후쿠야마, 오쿠다 히데오,

니시카와 나가오, '국민이라는 괴물'

국민이라는 괴물 The Monstrous Nation니시카와 나가오 (지은이) | 윤대석 (옮긴이) | 소명출판 | 2002-01-25 일본의 노학자가 근대를 말한다. 일본을 말한다. 한국을 말한다. 책 중간 중간은 ‘문명’과 ‘문화’에 대한 개념적 설명, 프랑스에서 탄생한 근대가 일본에 와서 어떻게 변용됐는지 등을 밝히는데 좀 어렵고 그렇게 재밌지도 않다. 하지만 책 전반을 흐르고 있는 것은 그런 구체적인 부분들이라기보다는, ‘반성’과 ‘통찰’이어서 읽는 내내 감동이 있었다.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저자는 말하자면 극도의 반골인데, 이런 사람이 있기 때문에 나는 일본 사회가 참 건강하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맥락은 좀 다르지만 마루야마 마사오의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에서 보이는 것 같은 ..

딸기네 책방 2007.01.04

추리소설 네 권-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네 권 & 짤막한 독후감들

오랜만에 추리소설들을 읽었다. 오빠네 들렀다가 받아온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네 권 & 짤막한 독후감들. 엔드하우스의 비극 Peril at End House (1932) 애거서 크리스티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이지만, 어릴 적엔 (누구나 한번쯤은 그랬듯이) 나도 추리소설 팬이었다. 나이가 들어 읽어도 재미있을까? 오래전 손에 땀을 쥐게 했던 크리스티 특유의 흥미진진함, 치밀한 플롯 속에 간간이 읽히는 인간에 대한 통찰, 그런 것들이 지금도 내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한밤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으며 재미와 공포 속에 책장을 넘겨야할지 말아야할지 갈등하게 만들었던 크리스티 여사 아닌가. 하지만 어릴적 마음에 새겨놓았던 책들이 훗날 아무 감동도 없는 ‘한 순간의 것들..

딸기네 책방 2006.12.27

눈의 여왕- 생각보다는 그림이 덜 환상적

눈의 여왕 The Snow Queen | 안데르센 걸작그림책 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은이) | 키릴 첼루슈킨 (그림) | 김서정 (옮긴이) | 웅진주니어 알라딘에서 이 책 표지를 보고 너무 멋져서 살까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딸아이 데리고 교보에 놀러갔다가 마침 옆에 이 책이 있어 들여다보게 됐다. 내용은 뭐 안데르센 눈의 여왕 그대로이고, 그림이 생각만큼 멋지지는 않다. 어쩌면 너무 기대하고 사서는 안 될 책인지도 모르겠다. 표지에 나온 저 그림이 실제 책에서는 약간 세피아톤처럼 나와 있어서 표지 만큼의 감동은 없다. 아직 유치원생인 아이에게 확 다가가는 그림도 아니고... 워낙 여러가지 번역이 나와 있는 유명한 책인 이상, 이 책의 핵심은 ‘그림’이 될 수 밖에 없다. 출판사에서도 거기에 초..

딸기네 책방 2006.12.20

오쿠다 히데오 - 남쪽으로 튀어

남쪽으로 튀어! 1, 2 サウスバウンド오쿠다 히데오 (지은이) | 양윤옥 (옮긴이) | 은행나무 | 2006-07-15 이런 풍의 소설, 몇 권 보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식상하지 않고 재미있다. 남쪽으로 튀어! 웬 남쪽? 왜 튀어? 이유는 여러 가지. 고릴라 같은 아빠, 한때 ‘오차노미즈(명문 사립여대)의 잔다르크’였다는 엄마. 애어른 같은 소학생 아들 눈에 저런 부모는 참으로 세상살기 힘든 타입의 인간들이다. 거기다가 나이차이 많이 나는 누나의 정체는 또 뭐란 말인가. 어떤 나라 운동권들은 늙기도 전에 권력 잡아 폼 다 잡으면서도 자기들만 옳은 줄 안다. 그런데 도덕적 카리스마라는 것이, 아무한테서나 나오는 게 아니다. 물정 모르고 철도 없이 순수한 사람, 세상 지저분한 꼴에 말없이 뒤돌아서는 대신 ..

딸기네 책방 2006.12.16

빛의 제국- 표지 그림이 아깝다

빛의 제국 김영하 (지은이) | 문학동네 | 2010-02-16 솔직히 난 이 작가 잘 모른다. 아니, 전혀 모른다. 요즘 유명하다는 얘기는 들었다. 고르고 골라 읽은 책은 아니고, 손에 잡혀 읽었다. 앞부분은 재미있게 시작했는데, 이렇게 경박할 줄 몰랐다. 경쾌한 것은 좋지만, 경박한 것은 싫다. 이 책은 그냥 경박하다. 솔직히 이 책을 10년 뒤에도 볼 사람 있을까 싶다. 대화나 상황설명이 유행어, 유행뉴스, 이런 것들로 되어있는데 작년 재작년 것들이다. 벌써 한두해만 지나도 뒤떨어진 느낌을 주는 것이 ‘유행’이다. 가비얍고 재미있게 보일지 모르지만, 톡톡튀는 정신보단 톡톡튀는 말장난 글장난이다. 소재는 잘 잡았는데 문제의식은 없다. 전반적으로 너저분하다. 글재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걸 ‘글..

딸기네 책방 2006.12.07

프랜시스 후쿠야마, '역사의 종말'

역사의 종말 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은이) | 한마음사 | 1997-04-01 읽은 지 한달이 넘도록 미처 정리를 못했다. 책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고 읽고 나서 며칠 정도는 머리 속에 잔상이 남았는데 그걸 제대로 곱씹지를 못하고 넘겨버렸더니 기억 저편으로 잘도 사라져버렸다. 그다지 감동적인 책은 아니었다고 봐야겠다. 너무 유명한 책이고 너무 유명한 제목인 까닭에, 독자로서 뭔가 해석을 붙이기도 뭣하다. 지금과는 다른 용어들(예를 들면 ‘자유민주주의’라든가)이 쓰이고 있어서,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된 책이 아닌데도 낡은 듯한 느낌이 든다. 현실사회주의가 망한 뒤 20년이 아직 안 되었는데 그 사이의 변화는 너무나 빨라서 어느새 어떤 종류의 개념어들은 역사의 유물처럼 느껴지게 된 모양이다. 앞부..

딸기네 책방 2006.12.05

칼 세이건의 '콘택트' 1,2

콘택트 1, 2 Contact칼 세이건 (지은이) | 이상원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1-12-10 이상하게도 칼 세이건의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 ‘코스모스’는 책꽂이에 잠자고 있다. 몇해전 ‘에필로그’ 읽고 몹시 감동하면서 고(故) 세이건 박사님을 존경하리라 했는데 책 인연이 없었다. ‘콘택트’도 언제적부터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것을, 용기와 에너지를 모아 간신히 손댔다. 멋지다... 너무 재미있다... 과학 얘기이면서 철학적이고, ‘앰버연대기’ 만큼은 아니지만 거기 버금가게 멋있다. 종교와 과학이 팽팽하게 선을 긋는데, 그 과정이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상상과 과학이 아슬아슬하게 만나는데, 그것 또한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뉴멕시코의 사막에서 별들이 보내는 소리에 귀기울여오던 여성 과학..

나는 하루키를 좋아해

방금전 어느 선배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일본어로 번역한 위대한 개츠비가 대박났다는 얘기를 갖고 왔다. 그래서 찾아보니깐 하루키가 ‘노르웨이의 숲’(나에겐 ‘상실의 시대’ 버전이지만)에서 그 책을 언급했다고 한다. 독서카드를 넘겨보니 올해 내 첫 책은 하루키, ‘회전목마의 데드히트’였다. 난 하루키를 아주아주 좋아한다. 상실의 시대는 오히려 좀 나중에 읽은 것이고, 처음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내가 본 건 ‘일각수의 꿈’ 버전), 그 다음엔 ‘양을 둘러싼 모험’ 읽었다. 그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게 놀라웠고, 재미있었고, 흥분했고, 열광했고, 하루키 이름자가 붙으면 미친듯 달려들어 읽었고, 그렇게 몇권의 소설을 더 읽은 뒤로 시들해졌다. 스푸트니크의 연인,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

딸기네 책방 2006.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