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파티는 끝났다- 석유시대의 종말과 현대 문명의 미래

파티는 끝났다 The Party‘s Over: Oil, War and the Fate of Industrial Societies (2003, 2005)리처드 하인버그 (지은이) | 신현승 (옮긴이) | 시공사 | 2006-07-15 2003년 이라크전 앞뒤로 국제유가가 대략 배럴당 22~28달러였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유가 밴드(적정가격대)를 25달러 정도로 잡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었다. 그러던 것이 이라크전 뒤에 배럴당 30달러대로 오르더니 40달러, 50달러, 60달러, 급기야 작년 재작년 70달러까지 갔다. 그동안 석유 위기를 경고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목소리를 높여도 들은체 만체 하던 세계가 화들짝 놀라 너나없이 석유 얘기를 하고 대체 에너지를 찾아야 하네, 재생가능 에너지로 가야 하네 소란..

딸기네 책방 2007.03.30

아메리칸 버티고 - 역겨운 명품 기행문

아메리칸 버티고 American Vertigo (2006)베르나르 앙리 레비 (지은이) | 김병욱 (옮긴이) | 황금부엉이 | 2006-12-25 1831년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미국 여행을 좇아 베르나르 앙리 레비가 애틀랜틱 먼슬리 후원으로 미국을 돌아다닌 뒤 생각나는 것들을 적었다. ‘유럽에서 태어나 유럽을 내리누르고 그러면서도 유럽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집나간 자식 미국’을 바라보는 유럽인의 시선이 책 전체에 깔려 있다. 저자 스스로 밝힌대로 책은 유럽인과 미국인 사이의 이야기이고, 양쪽의 차이와 관계와 변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티브나 저자나, 구색 잘 갖춘, 명품지향 브랜드지향 기행문이다. 프랑스식 말장난 겸 말꼬기로 우아한 척 한껏 폼을 잡았다. 바락 오바마, 워렌 비티 등에 대한 인물..

딸기네 책방 2007.03.26

베네수엘라엔 뭔가가 있다

우고 차베스라는 인물, 보수적인 신문들에 나오는 것처럼 정말 ‘또라이’인가. 그렇게 또라이라면 영국의 ‘내놓은 좌파’ 켄 리빙스턴 런던 시장은 왜 차베스가 런던에 찾아오자 버선발로 환영하면서 차베스의 에너지 공급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던 걸까. 왜 남미에서는 차베스의 말발이 여기저기 먹히는 걸까. 볼리비아, 니카라과 등의 ‘좌파 대통령’들이 차베스와 나란히 어깨걸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그쪽 동네에서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보이는데 말이다. 차베스라는 사람에 대한 반응은, 요즘 들어선, 거의 카스트로 못잖게 갈리는 것 같다. 스스로 “예수와 카스트로가 나의 모델”이라 말하는 차베스, “이제는 21세기 새로운 사회주의 혁명의 시대”라면서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려는 듯 좌충우돌하는 이단..

딸기네 책방 2007.03.26

인간동물원- 빌딩 숲 속 인간은 어째서 들판을 갈망하는가

인간 동물원 The Human Zoo (1969,1996) 데즈먼드 모리스 (지은이) | 김경수 (그림) | 김석희 (옮긴이) | 물병자리 | 2003-12-16 ‘털없는 원숭이’를 예전에 친구에게서 빌려와 놓고 몇 년을 못 읽다가 그냥 다시 돌려주었고, ‘벌거벗은 여자’를 2004년에 읽은 뒤 다소 실망했던 적이 있다. 데즈먼드 모리스의 책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는 편인 것 같은데 기대 밖으로 이 책은 재미있게 읽었다. ‘털없는 원숭이’가 나온 것이 1967년이고 이 책은 1969년 작이라니 꽤 오래됐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다른 분야도 그렇기야 하겠지만) 책의 출간시점이 아무래도 중요한데, 이런 종류의 책을 38년이 지나 읽다 보면 시기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예를 들자면 이 책에는 ‘세..

딸기네 책방 2007.03.25

질병판매학- 약이 병을 낳고 병이 돈을 낳는다

질병판매학 Selling Sickness (2005)레이 모이니헌 | 앨런 커셀스 (지은이) | 홍혜걸 (옮긴이) | 알마 | 2006-11-07 “집으로 돌아온 남편이 회사에서 부장과 트러블이 있어 신경질이 많이 났다고 하길래 사회불안장애를 줄여주기 위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서 나온 항우울증·불안장애 치료제 ‘팍실’을 갖다줬다. 하필이면 나도 생리 전이라 기분이 좋지 않고 나돌아 다니기도 싫다. 그나마 2주 전에 미리 미국 엘리릴리에서 나온 월경 전 불쾌장애 치료제인 ‘사라펨’을 먹었더니 이번 달엔 예전보다 우울증이 좀 덜한 것 같기도 하다. 딸아이는 또 숙제를 안 해 간 모양이다. TV 시사프로그램을 보니 요즘 주의력 결핍장애가 많다던데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고 약도 받아와야겠다. 내일은 여..

간디와 마틴 루터 킹에게서 배우는 비폭력

간디와 마틴 루터 킹에게서 배우는 비폭력마리 아네스 꽁브끄 | 귀 들뢰리 (지은이) | 이재형 (옮긴이) | 삼인 | 2004-06-30 짧은 책인데 사놓고 2년이 넘어서야 읽었다. 간디와 마틴 루터 킹. 간디에 대해서는 전기를 읽고 나서 ‘(존경심을 한껏 담아)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킹 목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어서 새로웠다. 역시 간디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 킹 목사는 여전히 잘 모르는 사람. 하지만 책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비폭력. 어쩌면 폭력적인 저항은 그 자체가 비폭력보다 비겁한 마음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는 것, 알 듯 모를 듯 참으로 어려운 말이다. 압제와 불의가 나를 누를 때 분연히 주먹을 들고 떨쳐 일어나는 것은 나 같은 사람에겐 참 어려..

딸기네 책방 2007.03.23

실험실 지구- 기후변화의 고전

실험실 지구 Laboratory Earth: The Planetary Gamble We Can‘t Afford to Lose (1997)스티븐 H. 슈나이더 (지은이) | 임태훈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6-02-10 사이언스북스의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 10번째권이다. 이 시리즈 목록을 보면 1권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섹스의 진화’, 3권 폴 데이비스의 ‘마지막 3분’, 4권 리처드 리키의 ‘인류의 기원’, 6권 수전 그린필드의 ‘휴먼 브레인’, 7권 리처드 도킨스의 ‘에덴의 강’ 이런 식으로 돼 있다. 과학책 몇권이라도 들춰본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명사급 필진들의 책들이다. 그런데 ‘마스터스’라고 하기엔 좀 뭣하고, ‘유명한 과학자 누구누구의 짧지만 중요한 글’ 거의 이런 식인 것 같..

딸기네 책방 2007.03.22

기후 창조자- 기후변화에 대한 잘 정리된 안내서

기후 창조자 The Weather Makers: The History and Future Impact of Climate Change팀 플래너리 (지은이) | 이한중 (옮긴이) | 황금나침반 | 2006-06-16 기후변화에 대한 것은 그동안 나온 책들을 꽤 많이(실은 대부분;;) 읽어봤기 때문에 이젠 더 읽지 말아야지 했는데 언론재단 기후변화 기획취재 지원을 받게 되어, 조금 돈이 아까운 감이 드는 것을 꾹꾹 눌러가며 기후에 대한 책을 또 샀다. 지금껏 본 기후 책들 중엔 이 책이 최고. 기후변화에 대한 책들은 사실 내용이 대동소이한데, 책의 ‘질’은 ‘세부사항’이 얼마나 충실히 나와 있는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다. 이 책은 기후변화의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쉽게, 그리고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 2..

딸기네 책방 2007.03.19

책에도 체한다

아무래도 좀 얹혔다. 책 보는 '사이클' 혹은 '패턴' 같은 것이 있는데, 나는 그게 좀 느리게 돌아가는 편이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고는 하지만 빨리 읽지는 못하고, 여러권을 동시에 잡고서 오래오래 읽는 식이다. 요사이 회사에서 부서 세미나도 있고, 또 책바람이 불어 잔뜩 사놓은 탓에-- 생각하고 정리하고 해야할 책들을 후닥닥 넘기면서 '아무렇게나' 읽었더니 당장 체한듯 얹혀버렸다. 물리적으로도, 책상 위에 책들 뒹굴며 문자 그대로 여기저기 '얹혀' 있는 형편이고... 내가 말하는 책 정리는. 가장 단순한 것은(그러니까 곱씹을 필요 없는 책들의 경우) 독서카드에 목록만 넣어놓기. 두번째로, 간단한 리뷰 쓰기. 세번째, 긴 리뷰 쓰기. 네번째, 리뷰 쓰기 뭣한 것들, 그러니까 나의 감상보다 책에 담긴 ..

딸기네 책방 2007.02.23

올 독서 점검 -1.

다치바나 다카시, 멸망하는 국가 리처드 하인버그, 파티는 끝났다 제프리 삭스, 빈곤의 종말 레이 커즈와일, 특이점이 온다 베르나르 앙리 레비, 아메리칸 버티고 조지프 스티글리츠, 세계화와 그 불만 가야트리 스피박, 스피박의 대담 장하준, 국가의 역할 최장집, 민주주의의 민주화 하워드 진, 미국민중사 존 베일리스 외, 세계정치론 타임라이프, 천지창조 골로빈·캠벨, 세계신화이야기 슈테판 츠바이크, 광기와 우연의 역사 볼프강 벤츠,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 윤상인 외, 일본의 발명과 근대 가토 이즈루, 버냉키 파워 레이 모이니헌, 질병판매학 칼 세이건, 에덴의 용 칼 세이건, 코스모스 나이폴, 미겔 스트리트 오르한 파묵, 새로운 인생 조셉 콘라드, 암흑의 핵심 팀 플래너리, 기후 창조자 아마티아 센, 불평등의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