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80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 Failed States: The Abuse of Power and the Assault on Democracy 노엄 촘스키 (지은이) | 강주헌 (옮긴이) | 황금나침반 | 2007-02-25 촘스키의 책, 신선미가 떨어져서 그리 반가워하지 않았는데 어째 또 한권 뚝 떨어졌다. 읽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그동안 우르르 쏟아져나왔던 책들이 전작들 울궈먹기 짜깁기로 펴낸 듯한 느낌이 많았던 것에 비해 이번엔 이라크전 이후 상황에 대한 내용들이 꽤 들어가 있다. 촘스키가 이제 어찌나 유명한지, 원제는 ‘실패한 국가’인데 한국어판 제목은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로 바뀌었네그랴. 눈길 끌었던 대목 몇 토막. ▷ 이스라엘 군 역사학자 마틴 반 크레펠드..

딸기네 책방 2007.05.28

생 텍쥐페리, 야간 비행

야간비행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은이) | 이원희 (옮긴이) | 소담출판사 | 2001-01-05 한 밤중에 하늘을 날면 어떤 기분일까. 속으론 생 텍쥐페리를 좋아하는데 정작 이 책을 읽지를 못해서 겉으론 그런 말을 못했다. 어느분이 이 책을 선물해줘서 읽었는데, 마음이 어딘가 좀... 마음을 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찌르는 것 같지는 않고 막 주물럭주물럭하는 것 같지도 않고 간질이는 것 같지도 않은데, 뭐랄까, 마음을 손가락으로 살짝 툭 건드리거나 아주 잠깐 살살 문지르거나 하는 것 같은 기분. 작가는 승리와 패배라는 단어를 끄집어내는데 승자와 패자는 분명하지 않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냉정한 항공 관리책임자는 승자인 것 같기도 하고, 패자인 것 같기도 하고. 사람마..

딸기네 책방 2007.05.26

일본의 발명과 근대 - 한국 학자들은 확실히 수준이 떨어진다?

일본의 발명과 근대 박규태 | 윤상인 | 임경택 | 이이화 | 박진우 (지은이) | 이산 | 2006-07-20 솔직히 실망했다. 이산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 지금까지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이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라면 당연히 내용이 알차겠거니, 생각하고 책을 펼쳤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번 것은, 영 기대에 못 미친다. 하필이면 이 출판사에서 내놓은 그 많은 책들 중에 유독 한국 학자들이 쓴 책이 평균선 아래여서 기분이 더 찝찝하다. 그 뿐일까, 이 책은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BK21’에 참여한 학자들이 자기네들 성과를 중심으로 뼈대를 잡고 거기에 관련 분야 학자들의 글을 더 붙인 것이라 하는데, BK21이라는 세금 많이 들어간 사업의 실적이 이 정도라면 이걸 어떻게 보아야 하나? 그 지원금..

딸기네 책방 2007.05.25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마르크 레비 (지은이), 김운비 (옮긴이) | 북하우스 알라딘에서 알게 된 마노아님을 만나 이 책을 선물 받고, 지하철 5호선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몇페이지 읽고, 너무 재밌어서 오랜만에 자기 전에 책 펴들고 누웠다. 보통 딸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잠들기 때문에 잠자리에서 내 책 펼치는 것은 불가능한데, 마침 금요일이었던지라 운이 좋았다. 4분의1쯤 남겨놓고 잠들어서는 토요일 아침 눈뜨자마자 다시 펼쳐들고 끝장을 봤다. 남자는 어느날 뚱딴지처럼 자기 집에 나타난 여자, 지금은 코마 상태가 되어 시체처럼 병원요양실에 누워있는 한 여자를 만난다. 말하자면 여자는 유체이탈한 영혼 같은 것이고, 남자의 눈에만 보인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

딸기네 책방 2007.05.21

꼼꼼이 추천도서, '이상한 화요일'

이상한 화요일 - 비룡소 그림동화 84 | 원제 Tuesday 데이비드 위스너 (지은이) | 비룡소 여섯살 우리 꼼꼼이가 읽는 책들, 정리해두어야지 생각은 하면서 늘 지키지를 못한다. 아이가 읽는 책들이래야 모두 그림책이니, 맘만 먹으면 하루에 열댓권이라도 아이 스스로, 혹은 엄마랑 같이 읽을 수는 있다. 대개 하루에 서너권은 읽는데, 겹치는 것들 뺀다 해도, 다만 몇줄 씩이라도 그걸 다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저래 넘어간지 벌써 몇달이 되었는데 이 책은 너무 마음에 들고, 우리 애가 특히 좋아하는 것이라서 적어둔다. 나는 데이비드 위스너의 책을 처음 접했고 뒤늦게 이 책도 유명하다는 칼데콧상 수상작이라는 걸 알았다(오늘 알았다;;). 책 너무 좋다. 글은 없고 그림만 있는데, 몇 ..

딸기네 책방 2007.05.21

랜덤한 세계를 탐구한다 -시사비평가와 천재 과학자의 대화

랜덤한 세계를 탐구한다요네자와 후미코, 다치바나 다카시. 배우철 옮김. 청어람미디어 다치바나의 시사비평 ‘멸망하는 국가’를 먼저 읽고, 꽤 괜찮다는 느낌과 함께 어쩐지 찝찝한 느낌 같은 게 좀 있다 하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냥 과학에 대한 것이다. 다치바나는 유명 저널리스트이고, 요네자와는 유명 과학자다. 특히 요네자와는 여성 과학자인데, 도쿄대 과학부에 여학생이 많지 않던 시절 공부를 시작해서 여성과학자의 대모처럼 돼 있는 인물인 모양이다. 책은 재미있었다. 원자가 불규칙하게 배열돼 있는 고체 혹은 그런 상태를 아몰퍼스 amorphous 라고 하는데 요네자와는 이 물질의 전문가다. 다치바나가 질문을 던지고 요네자와가 대답하는 방식을 통해 두 사람은 아몰퍼스와 현대 물리학, 현대 물리학과 현대의 과학을..

미국민중사 -하워드 진을 따라 긴 강을 건너다

미국민중사 A People's History of United States 하워드 진 (지은이) | 유강은 (옮긴이) | 이후 | 2006-08-31 하워드 진의 이름은 함부로 막 부르거나 쓰고 싶지가 않다. 좀더 경외심을 가지고 얘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현재의 불의 앞에 눈 감지 않지만 역사의 발전(억압받는 자들의 승리)를 낙관하고, 막 나가는 사회를 통렬히 비판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역사학자. 미국민중사는 잘 알려진 책이고, 하워드 진의 ‘대표작’이다. 그래서 두껍고, 거기다 2권으로 돼 있고, 비싼 이 책을 사서 읽었다. 미국 역사에 대한 관심보다는 하워드 진에 대한 애정 때문에 이 두꺼운 책들을 읽은 셈이다. 갖고 다니기도 무거워서 저녁마다 집 식탁에 앉아 줄 쳐가며 읽었다. 어떤..

딸기네 책방 2007.05.07

에덴의 용- 세이건 박사님의 인도를 따라

사이언스 클래식 6 에덴의 용 The Dragons of Eden: Speculations on the Evolution of Human Intelligence (1977, 2006) 칼 세이건(지은이) | 임지원(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6-08-11 칼 세이건의 책이니, 좋다 나쁘다 말할 필요는 없으리라. 이 책은 세이건 박사님이 1977년에 내놓은 것인데,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벌써 30년 전 책이건만 지금 읽어도 감동적이다. 부제가 그대로 내용을 요약하고 있는데 더 자세한 줄거리 설명을 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의 뇌에 ‘마음의 자리’는 어디인가. 인간의 마음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인간의 마음은 진짜로 뇌의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일까. 인간..

아마티아 센, '윤리학과 경제학'

윤리학과 경제학 아마티아 센 (지은이)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9-08-25 를 가지고 머리 속에 버터를 한 겹 발라 놓으니깐 센의 책을 읽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추천사 빼고 목차 빼고 참고문헌 빼고 나면 111쪽. 글씨도 큼직큼직한데 이런 편집, 이런 분량, 이런 표지에 책 값이 1만원이라면 꽤 비싸다. 한울아카데미답다. 좀 신경 썼으면 훨씬 좋았으련만 참 보기 싫게 만든 책... 하지만 아무튼 내용은 좋았으니 1만원 이상의 값어치는 하는 책이다. 센이 1986년 UC버클리에서 했던 강연을 손보아 묶은 것이라고 하니깐 21년 전 얘기인 셈이다. 요지는 제목에 다 나와 있다. 윤리학과 경제학. 경제학은 윤리를 알아야 하고, 윤리를 도와야 하며, 윤리와 결합돼 발전해야 한다는 것. 저자의 말을 내..

딸기네 책방 2007.05.01

아마티아 센, '불평등의 재검토'

불평등의 재검토 아마티아 센 (지은이) | 이상호 (옮긴이) | 한울(한울아카데미) 이 책 저 책 읽다 보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티아 센에 대한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센이라는 돌부리에 걸려넘어지길 몇차례, 결국 촌스런 편집에 목에 걸리는 번역의 책 두 권을 사버렸다. 하나는 제일 유명하다는 이 책 이고, 또다른 하나는 이다. 불평등의 재검토- 제목에서부터 뭔가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팍팍 난다. 예상대로 어려웠다. 개념이 특별히 난해해서가 아니라 잘 모르는 존 롤즈의 정의론 얘기를 계속 풀어내고 있어 어려웠다. 그리고 예상대로 중요한 내용이었다. 평등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어떤 평등인지가 중요하다. 돈을 똑같이 가졌으면 평등이냐? 기회를 똑같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딸기네 책방 2007.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