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너무 간단한 이라크의 역사

이라크의 역사공일주 (지은이) | 살림 | 2006-12-30 ‘살림지식총서’를 읽은 것은 처음인데, 이것만 그런지 다른 것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엉성하다. 고유명사가 전혀 통일돼있지 않고 표기법도 제각각인데다가 문법상 맞지 않는 구절들도 그대로 들어가 있어서 편집자가 대체 존재하기나 했었는지 의심스럽다. 책 내용은, 작은 책 안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한 까닭에 어지간히 이라크 문제에 관심 갖고 있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면 이해하기가 좀 힘들 것 같다. 고유명사가 이렇게 줄줄이 나오는데 한국 독자들 귀에 익은 이름도 아니고, 그나마도 표기가 한 페이지 안에서조차 다르니. 너무 개괄적이어서 오히려 이해하기 힘들게 만들어놓은 것 아닐까. 저자인 요르단의 공일주 박사는 만나본 적이 있는데, 짧은 만남에..

딸기네 책방 2007.06.22

스피박의 대담 -마이너리티는 누구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나

인도 캘커타에서 찍힌 소인 The Post-Colonial Critic 스피박의 대담 가야트리 스피박 (지은이) | 새러 하라쉼 (엮은이) | 이경순 (옮긴이) | 갈무리 스피박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 나와서 무모한 용기를 내어 주문했고, 꾸역꾸역 읽어치우긴 했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것도 같다가, 너무 어려운 소리들만 해서 또 하나도 이해를 못하겠다 싶기도 하다가... 번역도 너무 직역이어서 문장이 아주 꼬여있어서 나하고는 영 안 맞는 스타일의 책이었다. 그래도 생각하게 만드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나는 외국에 가서 ‘제3세계 여성 지식인’이 돼본 경험은 없지만 유추를 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내가 마이너리티적인 요인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여성’이라는 점일 것이다...

딸기네 책방 2007.06.04

세계의 경제 대통령 버냉키 파워 -미국 FRB 교과서

버냉키 파워 가토 이즈루 | 야마히로 츠네오 (지은이) | 우성주 (옮긴이) | 달과소 | 2006-10-23 회사에 굴러다니는 것을 집어서 읽었는데, 의외로 아주아주 많이 도움이 됐다! 버냉키가 FRB 새 의장이 되니깐 거기 맞춰서 좀 억지로 짜맞춘 느낌도 없지는 않다. FRB의 의사 결정 구조와 역사 등 전반적인 것에 대한 설명이 더 많고 알차고 도움도 되는데 제목에 ‘버냉키’를 넣으려 애쓴 듯한 인상. 버냉키에 대해서는 이런 사람이다 어떻게 갈 것이다 확정적으로 말하기 힘든 상황에서 쓴 것이라 너무 추상적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FRB 전반에 관한 충실한 설명, 저널리스트로서 느낀 현장감과 축적된 데이터들을 잘 결합시켜 ‘FRB 참고서’로 훌륭하다는 점에 별 네 개. ▶연방준비법이 FRB에 부과하는 ..

딸기네 책방 2007.05.28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 Failed States: The Abuse of Power and the Assault on Democracy 노엄 촘스키 (지은이) | 강주헌 (옮긴이) | 황금나침반 | 2007-02-25 촘스키의 책, 신선미가 떨어져서 그리 반가워하지 않았는데 어째 또 한권 뚝 떨어졌다. 읽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그동안 우르르 쏟아져나왔던 책들이 전작들 울궈먹기 짜깁기로 펴낸 듯한 느낌이 많았던 것에 비해 이번엔 이라크전 이후 상황에 대한 내용들이 꽤 들어가 있다. 촘스키가 이제 어찌나 유명한지, 원제는 ‘실패한 국가’인데 한국어판 제목은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로 바뀌었네그랴. 눈길 끌었던 대목 몇 토막. ▷ 이스라엘 군 역사학자 마틴 반 크레펠드..

딸기네 책방 2007.05.28

생 텍쥐페리, 야간 비행

야간비행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은이) | 이원희 (옮긴이) | 소담출판사 | 2001-01-05 한 밤중에 하늘을 날면 어떤 기분일까. 속으론 생 텍쥐페리를 좋아하는데 정작 이 책을 읽지를 못해서 겉으론 그런 말을 못했다. 어느분이 이 책을 선물해줘서 읽었는데, 마음이 어딘가 좀... 마음을 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찌르는 것 같지는 않고 막 주물럭주물럭하는 것 같지도 않고 간질이는 것 같지도 않은데, 뭐랄까, 마음을 손가락으로 살짝 툭 건드리거나 아주 잠깐 살살 문지르거나 하는 것 같은 기분. 작가는 승리와 패배라는 단어를 끄집어내는데 승자와 패자는 분명하지 않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냉정한 항공 관리책임자는 승자인 것 같기도 하고, 패자인 것 같기도 하고. 사람마..

딸기네 책방 2007.05.26

일본의 발명과 근대 - 한국 학자들은 확실히 수준이 떨어진다?

일본의 발명과 근대 박규태 | 윤상인 | 임경택 | 이이화 | 박진우 (지은이) | 이산 | 2006-07-20 솔직히 실망했다. 이산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 지금까지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이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라면 당연히 내용이 알차겠거니, 생각하고 책을 펼쳤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번 것은, 영 기대에 못 미친다. 하필이면 이 출판사에서 내놓은 그 많은 책들 중에 유독 한국 학자들이 쓴 책이 평균선 아래여서 기분이 더 찝찝하다. 그 뿐일까, 이 책은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BK21’에 참여한 학자들이 자기네들 성과를 중심으로 뼈대를 잡고 거기에 관련 분야 학자들의 글을 더 붙인 것이라 하는데, BK21이라는 세금 많이 들어간 사업의 실적이 이 정도라면 이걸 어떻게 보아야 하나? 그 지원금..

딸기네 책방 2007.05.25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마르크 레비 (지은이), 김운비 (옮긴이) | 북하우스 알라딘에서 알게 된 마노아님을 만나 이 책을 선물 받고, 지하철 5호선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몇페이지 읽고, 너무 재밌어서 오랜만에 자기 전에 책 펴들고 누웠다. 보통 딸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잠들기 때문에 잠자리에서 내 책 펼치는 것은 불가능한데, 마침 금요일이었던지라 운이 좋았다. 4분의1쯤 남겨놓고 잠들어서는 토요일 아침 눈뜨자마자 다시 펼쳐들고 끝장을 봤다. 남자는 어느날 뚱딴지처럼 자기 집에 나타난 여자, 지금은 코마 상태가 되어 시체처럼 병원요양실에 누워있는 한 여자를 만난다. 말하자면 여자는 유체이탈한 영혼 같은 것이고, 남자의 눈에만 보인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

딸기네 책방 2007.05.21

꼼꼼이 추천도서, '이상한 화요일'

이상한 화요일 - 비룡소 그림동화 84 | 원제 Tuesday 데이비드 위스너 (지은이) | 비룡소 여섯살 우리 꼼꼼이가 읽는 책들, 정리해두어야지 생각은 하면서 늘 지키지를 못한다. 아이가 읽는 책들이래야 모두 그림책이니, 맘만 먹으면 하루에 열댓권이라도 아이 스스로, 혹은 엄마랑 같이 읽을 수는 있다. 대개 하루에 서너권은 읽는데, 겹치는 것들 뺀다 해도, 다만 몇줄 씩이라도 그걸 다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저래 넘어간지 벌써 몇달이 되었는데 이 책은 너무 마음에 들고, 우리 애가 특히 좋아하는 것이라서 적어둔다. 나는 데이비드 위스너의 책을 처음 접했고 뒤늦게 이 책도 유명하다는 칼데콧상 수상작이라는 걸 알았다(오늘 알았다;;). 책 너무 좋다. 글은 없고 그림만 있는데, 몇 ..

딸기네 책방 2007.05.21

랜덤한 세계를 탐구한다 -시사비평가와 천재 과학자의 대화

랜덤한 세계를 탐구한다요네자와 후미코, 다치바나 다카시. 배우철 옮김. 청어람미디어 다치바나의 시사비평 ‘멸망하는 국가’를 먼저 읽고, 꽤 괜찮다는 느낌과 함께 어쩐지 찝찝한 느낌 같은 게 좀 있다 하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냥 과학에 대한 것이다. 다치바나는 유명 저널리스트이고, 요네자와는 유명 과학자다. 특히 요네자와는 여성 과학자인데, 도쿄대 과학부에 여학생이 많지 않던 시절 공부를 시작해서 여성과학자의 대모처럼 돼 있는 인물인 모양이다. 책은 재미있었다. 원자가 불규칙하게 배열돼 있는 고체 혹은 그런 상태를 아몰퍼스 amorphous 라고 하는데 요네자와는 이 물질의 전문가다. 다치바나가 질문을 던지고 요네자와가 대답하는 방식을 통해 두 사람은 아몰퍼스와 현대 물리학, 현대 물리학과 현대의 과학을..

미국민중사 -하워드 진을 따라 긴 강을 건너다

미국민중사 A People's History of United States 하워드 진 (지은이) | 유강은 (옮긴이) | 이후 | 2006-08-31 하워드 진의 이름은 함부로 막 부르거나 쓰고 싶지가 않다. 좀더 경외심을 가지고 얘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현재의 불의 앞에 눈 감지 않지만 역사의 발전(억압받는 자들의 승리)를 낙관하고, 막 나가는 사회를 통렬히 비판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역사학자. 미국민중사는 잘 알려진 책이고, 하워드 진의 ‘대표작’이다. 그래서 두껍고, 거기다 2권으로 돼 있고, 비싼 이 책을 사서 읽었다. 미국 역사에 대한 관심보다는 하워드 진에 대한 애정 때문에 이 두꺼운 책들을 읽은 셈이다. 갖고 다니기도 무거워서 저녁마다 집 식탁에 앉아 줄 쳐가며 읽었다. 어떤..

딸기네 책방 2007.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