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80

신도 버린 사람들

신도 버린 사람들 Untouchables (2002)나렌드라 자다브 (지은이) | 강수정 (옮긴이) | 김영사 | 2007-06-08 워낙 책을 오래 걸려 읽는 편인지라, 처음 책을 펼칠 때에 표지 안쪽에 읽기 시작한 날짜를 적어놓는다. 그런데 지금 보니 유독 이 책 앞쪽에는 내가 날짜 적어놓는 것을 잊었는지 표시가 안 되어있다. 날짜를 세어보진 않았지만, 다 읽기까지 몇 달은 걸린 것 같다. 실은 앞에 지지부진 진도를 못 나가다가 요 며칠 새 후닥닥 읽었다. 갑자기 재미가 들렸는지, 소박하고 힘 있는 스토리에 확 빠져들었다. 제목 그대로, 책은 불가촉천민 Untouchables 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나렌드라 자다브는, 이 책의 소개에 따르면 장래 인도 대통령이 될지도 모를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

딸기네 책방 2007.10.31

편집보다 내용이 알찬 <보스니아 역사>

보스니아 역사 김철민 (지은이)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 2005-04-10 보스니아 역사에 대해 충실히, 교과서적으로 중세부터 최근(2005년)까지를 설명하고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됐다. 발칸을 비롯한 동유럽 역사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사실 옛 유고연방의 내전은 참 ‘이해하기 힘든’ 사안이었다. 그 지역 상황이 비상식적이어서가 아니라, 내게 기본적인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그렇게 민족적, 종교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었나, 어째서 그들은 티토 치하 수십년간의 한 나라 경험에도 불구하고 냉전 끝나자마자 갈라졌나, 어째서 그들은 한때 한 나라 국민이었는데 그렇게 격렬하고 잔혹한 내전과 인종청소를 자행하게 되었나. 의문은 많았지만 그들의 역사에..

딸기네 책방 2007.10.06

부의 제국 -<주식회사 미국>의 역사

부의 제국 Empire of Wealth (2004) 존 스틸 고든 (지은이) | 안진환 | 왕수민 (옮긴이) | 황금가지 그냥 쓱쓱 읽었다. 540쪽 분량인데, 제발 우리나라 책들, 하드커버 하지 말고 폰트 좀 줄이고 위아래좌우 여백 줄이고 줄 간격 좀 줄여줬으면 싶다. 이 책은 250~300쪽 분량이면 딱 적당할 것 같다. ‘미국은 어떻게 세계 최강대국이 되었나’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답은 뭘까? 첫째, 미국은 땅이 넓었고 자원이 많았다. 둘째, 미국인들은 혁신을 잘 했다. 셋째, 미국은 20세기 양대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대 수혜자였다. 넷째, 잘못된 정치인들과 어리석은 판단도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미국은 비교적 정치를 잘 했다. 기타등등. 다 맞는 얘기인 것 같다. 그 ..

딸기네 책방 2007.10.05

십자군, 무미건조해서 더 재미있는 책

십자군, 기사와 영웅들의 장대한 로망스 The New Concise History of the Crusades 토머스 F. 매든. 권영주 옮김. 루비박스 십자군에 대해 별반 관심 없는데, 어찌어찌 집에 이 책이 있는 것을 보고 심심풀이 삼아 읽게 됐다. 읽다보니 재미가 있고 저자가 말하려는 바가 분명해서 쑥쑥 넘겼다. 책 원제는 THE NEW CONCISE HISTORY OF THE CRUSADES 인데 한글판에 부제를 ‘기사와 영웅들의 장대한 로망스’로 달아놨다. 제목 장난질이야 흔하다 해도, 이 경우는 좀 심했다. 요즘 ‘이슬람 바로보기’ 같은 흐름이 분명히 있는데 2005년 출판된 책에서 겨우 이따위 19세기 풍의 부제를 달아놓다니. 이 책은 ‘기사와 영웅들의 장대한 로망스’하고는 완전히 거리가 멀..

딸기네 책방 2007.10.03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작으면서 크고 넓은 책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經濟成長がなければ私たちは豊かになれないのだろうか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은이) | 최성현 | 김종철 (옮긴이) | 녹색평론사 | 2011-04-05 책은 재생지로 된 작고 두껍지 않은 책인데 내용은 크고 넓다. 제목이 너무나 직설적이어서 상상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책은 미국 출신 사회운동가 겸 저술가 더글러스 러미스가 일본에 살면서 일본 사람들에게 이러저러하게 살아보자, 하고 지적하고 제안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일본어 문체로 돼 있어서 거기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다소 생소한 말투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지적하는 내용과 제안도 일본적이지만, 우리 또한 새겨들어야만 하는 내용임에는 틀림없다. 아니, 사실은 “개같이 벌으렸다, 돈만 벌어라” 하는 식의 사..

딸기네 책방 2007.10.01

파리드 자카리아, <자유의 미래>

The Future of Freedom: Illiberal Democracy at Home and Abroad Fareed Zakaria. W. W. Norton & Company. 한 해 동안 읽은 책들 중에서, 다시 생각해봐도 아마도 이 책이 가장 수작이 아니었나 싶다. 파리드 자카리아는 포린어페어스 편집장을 거쳐 뉴스위크 편집장을 하고 있는, 인도 무슬림 이민자 가정 출신의 학자 겸 저널리스트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미국 최초의 ‘무슬림 국무장관’이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미국에선 알아주는 똑똑한 사람인데 이상하게 국내에선 ‘벌써 다 유명해진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더더욱 유명해지지 못하고 있는 느낌. 자카리아의 이 책이 한번 나왔다가 절판이 되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영어본으로 읽었..

딸기네 책방 2007.09.08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Brain Trust. 폴 켈러허. 김상윤·안성수 옮김. 고려원북스. 5/7 틈 날 때마다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 책의 원제는 brain trust 인데 한국어판 책 표지에는 대문짝만하게 ‘광우병’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부제까지 합치면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책 표지 왼쪽 윗부분엔 ‘광우병에 관한 최신 연구보고서! 켈러허 박사가 최근 8년간 추적, 새롭게 밝혀지는 광우병의 진실 그리고 또다른 의혹들!’ 느낌표를 두 개 씩이나 받아가며 ('브레인 트러스트'라는 애매모호한 제목으로는 도저히 안 팔릴 것임을 예감했는지) 설명을 붙여놨다.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이라고 하면 상투적..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제국의 선택- 거인의 어깨에서 세상을 보다

제국의 선택- 지배인가 리더십인가. THE CHOICE.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김명섭 역주. 황금가지. 7/22 2000년에 을 읽은 뒤, 두 번째로 읽는 브레진스키의 책이다. 저자도 그 때 그 저자, 옮긴이도 그 때 그 옮긴이. 은 2004년 미국과 한국에서 거의 동시에 출간됐다고 하는데, 2004년이라면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일으키고 1년 뒤다. 그러니 아마도 이 책은 이라크전이 한창이던 와중에(조지 W 부시의 화려한 ‘주요 전투 종료 선언’과 달리 지금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지만) 쓰였을 것이다. 이름도 특이하고 어려운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널리 알려진 대로 미국의 ‘정통’ ‘보수파’ ‘현실주의’ ‘안보전문가 겸 정치외교학자’다. 폴란드 바르샤바 출신. 1928년 생이니 나이가 여든을 바라본다. 하버드..

딸기네 책방 2007.07.22

The World Is Flat

The World Is Flat 토머스 L. 프리드먼 (지은이) | Farrar Straus and Giroux | 2006-04-18 어떤 부분은 지겹다 싶고 또 어떤 부분은 제기랄... 이러면서도 프리드먼의 새 책이 나오면 읽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이 사람의 글을 좋아하건 좋아하지 않건, 이 사람의 글 속에 통찰력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몇 년 새 프리드먼의 책들이 번역돼 나오면 웬만한 것은 다 읽어보았고, 더불어 로버트 카플란도 가능하면 읽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지난 여름엔 벼르고 벼르던 파리드 자카리아의 책도 간신히 한권 읽었고, 지금은 니알 퍼거슨의 책을 손에 잡고 있다. 제국주의를 연구한 영국 학자인 퍼거슨은 우선 논외로 하자. 프리드먼과 카플란, 자카리아는 모두 미국에서..

딸기네 책방 2007.07.21

군사주의에 갇힌 근대 -별점 7개짜리.

군사주의에 갇힌 근대 문승숙 (지은이) | 이현정 (옮긴이) | 또하나의문화 | 2007-02-01 으으으... 이런 책은 별점을 마구마구 더줘야 하는데... 아주 속이 시원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두 이 책을 한번씩 읽어봤음 좋겠다. 올 하반기 읽은 책들 중에 정말이지! 맘에 드는 책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만들어지고 군사독재, 다른 말로 ‘개발독재’가 시작된 이래 남성성과 여성성을 어떻게 차별해서 ‘나라만들기/국민만들기’에 동원했는지를 파헤친다. 저자는 1960년대부터 1987년 이전까지를 ‘군사화된 근대성과 성별적 대중동원’의 시기로 규정하고, 그 이후 2002년까지를 ‘군사화된 근대성의 쇠퇴와 성별화된 시민성의 대두’로 정리한다. 말하자면 이 책의 핵심 개념은 ‘군사화된 근대성’이다. 귤이 ..

딸기네 책방 2007.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