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계몽사 동화집

서정주는 '나를 만든 팔할은 바람이었다'고 했는데, 저의 경우는 아마도 어릴적 갖고 있었던 두 종류의 동화집들이 나를 만든 팔할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벌써 몇차례나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요, 알라딘의 hnine집 서재에 들렀다가 계몽사 동화집 이야기를 읽었는데, 저는 이 책 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많아지거든요(저는 조금 친해진 이들에게는 거의 100% 이 책 이야기를 합니다). 이 책의 1, 2, 3권 제목을 말씀드렸더니 몇몇 분들이 기억력 좋다고 칭찬해주셨어요(히히). 이야기 나온 김에 댓글 길게 달다가 아예 포스팅으로 넘어왔습니다. 추억 속 이야기, 조금 올려볼까 해서요. 실은 저는 계몽사 전집에 대해서라면 정말이지 한권 한권(비록 순서는 못 외우더라도^^) 생생하게 기억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4..

아기 늑대 세 마리와 못된 돼지- 이것은 과연 정치적으로 올바른가?

아기 늑대 세 마리와 못된 돼지 The Three Little Wolves And The Big Bad Pig (1993)유진 트리비자스 (글) | 헬렌 옥슨버리 (그림) | 김경미 (옮긴이) | 시공주니어 오늘 낮에 장자 책 보다가 알았는데, 예전에 ‘계집 희’로 부르는 한자 姬가 컴퓨터에서 입력하려고 보니 ‘아가씨 희’로 바뀌어 있다. ‘놈 者’가 ‘사람 자’로 바뀐 것은 좀 지나간 것 같은데 ‘아가씨 희’는 아무래도 좀 웃기다. 이런 것도 일종의 ‘정치적으로 올바른( PC)’ 차원의 변화라고 볼 수 있을텐데, 뭐 이런 건 환영이다. 그런데 동화 뒤집어보기 라든가, 그런 것들,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바로잡거나 계급적/성적/인종적 차별 등등 각종 차별적인 것들을 없애려는 노력은 찬성하는데, 가끔씩 좀 적..

딸기네 책방 2007.02.13

로버트 카플란, THE COMING ANARCHY

THE COMING ANARCHY-Shattering the Dreams of the Post Cold WarRobert D. Kaplan. VINTAGE 미국의 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플란이 1994년 아틀란틱 먼슬리에 같은 제목의 글을 썼다가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얻었는데, 뒤에 썼던 다른 컬럼들까지 모아서 2000년에 이 책으로 묶어 냈다. 냉전 끝났다고 세상의 낙관론자들이 좋아라 날뛰지만 앞으로 다가올 것은 승리의 영광이 아니라 세계의 곳곳에서 독버섯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무정부주의적인 분쟁과 폭력이다, 하는 것이 책의 요지다.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동유럽 곳곳에서 민족, 종교의 외피를 쓴 테러범들과 분리주의자들이 일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대책 없이 좋다고 떠들지 마라. 책 제목이기도 한 ‘다가오는 무정부..

딸기네 책방 2007.02.13

오리엔탈리즘- 뒤늦게 읽은 고전

오리엔탈리즘 Orientalism 에드워드 W. 사이드. 박홍규 옮김. 교보문고 너무 유명하고 중요하고 의미 있는 책이라, 뭐라뭐라 끄적일 만한 의견 따위 있을리 없고. 다만 생각보다 재미없었다는 점, 그래도 늦게나마 읽기는 잘했다는 점. 18세기 이래 유럽의 오리엔탈리즘을 주로 중근동에 대한 유럽의 문헌들을 바탕으로 다루고 있는데, 저자 자신은 ‘중근동 이외의 지역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마찬가지다’라면서 오리엔탈리즘을 굉장히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읽는 동안 지겨우면서도 감동을 좀 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머리 속에 이 생각 저 생각 많이 떠올랐지만 정리를 못했다. 첫째 유럽이 중동/아시아 말고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를 대해온 태도도 ‘오리엔탈리즘’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아니면 다른 틀이 필요한 것..

딸기네 책방 2007.02.09

바바 가족.

알라딘의 어느 분 서재에 갔다가 바바빠빠 한글 그림책에 대한 리뷰를 읽게 됐습니다. 바바파파와 바바마마, 바바 식구들 얘기를 보니 반갑지 않을 수 있나요. 어릴적 일요일 아침에 바바파파 TV만화 보던 기억이 선합니다. 느무느무 좋아했고, 커서도 꼭 다시 보고싶은 것 중의 하나였거든요. 동화책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다가 3년 전(흑흑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군요) 일본에서 바바파파 일본어본을 발견하고서 몹시 반가워하면서 일어 공부 삼아 읽곤 했었답니다. 1970년대 프랑스 작가 아네트 티종과 탈루스 테일러의 작품입니다. 두 사람은 파리에 살았다고 하는데요, 어쩜 저렇게 몽실몽실 귀여운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는지.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하자면 저 가족은 몸이 자유자재로 변한답니다. 바바파파가 커다..

딸기네 책방 2007.02.06

가르시아 마르께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콜레라 시대의 사랑 1, 2 El Amor en los Tiempos del Colera (1985)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은이) | 송병선 (옮긴이) | 민음사 | 2004-02-05 다른 것도 다 비슷하겠지만, 책에도 궁합이란 것이 있다. 굳이 궁합을 따지자면 난 라틴아메리카쪽 소설하고는 그야말로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지금 다니는 회사의 입사시험을 볼 때 논술 문제 1번이 ‘최근에 읽은 책 서평하기’였다. 나는 뭐든 안 가리고 좀 용감무쌍한 면이 있어서(바꿔 말하면 눈치가 없어서) 감히 보르헤스의 ‘불한당들의 세계사’에 대한 얼토당토 않은 감상을 주절거렸다. 과정은 생략하고,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는 그 서평을 이쁘게 보아준 어느 분의 권력남용 채점 덕에 입사하게 되었으니 보르헤스에게 감..

딸기네 책방 2007.02.02

시드니 셸던

미국 소설가 시드니 셸던이 사망했습니다. 셸던 작품들의 문학성에 대해선 뭐라 말할 수 없겠습니다만, 적어도 그 소설들이 무지무지 재미있었다는 것에는, 한권이라도 읽어본 독자라면 동의를 하지 않을까요. 예전에 이모가 셸던 소설을 많이 갖고있어서 집으로 가져다가 보곤 했었는데요. `천사의 분노', `게임의 여왕', '한 밤의 저편', '신들의 풍차' 이런 소설들 참 얼마나 열심히, 많이도 읽었는지. '깊은 밤 깊은 곳에'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던 '한밤의 저편'을 비롯해, 팜프 파탈 분야에서라면 셀던을 따라갈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요. 어제 셸던이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외신으로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참 섭섭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몇년 새 세상을 떠난 이들, 잘 알지도 못하지만 어쨌든 경외의 마음을 품고 있는 ..

딸기네 책방 2007.01.31

양자물리학의 새로운 세계- 아인슈타인의 베일

아인슈타인의 베일Einsteins Schleier (2004)안톤 차일링거 (지은이) | 전대호 (옮긴이) | 승산 | 2007-01-18 약 200년 전에 영국의 영(Young)이라는 과학자는 빛이 ‘파동’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두개의 좁은 틈으로 빛을 비추어 물결무늬 그림자를 보여주는 ‘이중 슬릿(틈새)’ 실험을 생각해냈다. 이중슬릿은 과학책을 한두 번이라도 들춰본 사람이라면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현대물리학에서 빠지지 않는 획기적인 실험이었다.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중슬릿 실험을 여러 용도에 응용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빛은 입자(광자·光子)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파동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언제 입자가 되고 언제 파동이 되는 것일까? 우습게도 빛은, 이중슬릿을 관찰하는 내가 광자의..

아룬다티 로이,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제국 가이드'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제국 가이드 The Ordinary Person's Guide to Empire (2004) 아룬다티 로이 (지은이) | 정병선 (옮긴이) | 이후 | 2005-09-29 위기가 소비되면서 닳고 닳아버리는 것보다 더 슬픈 일도 없습니다.(그런 사례를 확인하려면 2002년 아프가니스탄의 카불과 인도의 구자라트 주를 보십시오.) 위기 보도는 우리에게 이중의 유산을 남겨주었습니다. 정부들이 위기관리의 기예(위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기술)를 갈고 닦는 동안 저항운동 진영은 계속해서 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일종의 혼란스런 함정에 빠지고 있습니다. ... 스펙터클로서의 위기가 오랜 전통을 가진 진정한 시민 불복종의 원리와 단절하고, 점차로 실질적이기보다는 상징적인 저항의 도구로 변해가고 있다..

딸기네 책방 2007.01.15

케네스 월츠, '국제정치이론'

국제정치이론 케네스 월츠 (지은이) | 사회평론 | 2000-07-28 국제정치에 대한 책을 보다보니 하도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읽지 않으면 돌멩이처럼 발길 잡아챌까봐 읽어치웠다. 번역이 정말 꽝이긴 하지만(쪽 번역 의심도 좀 들고) 책 자체는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케네스 월츠는 ‘국제정치는 국내정치랑 다르다’면서 국제정치에만 통하는 나름의 룰을 만들어내 국제정치학이라는 학문 같지 않은 학문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하는데, 간단히 말하면 세력균형 힘의 논리 그런 것들이다. 백년 이백년 전에 유럽 나라들이 편먹었다 갈라졌다 하면서 싸움질하던 때에 세력균형론이 득세를 했었는데, 월츠는 그걸 냉전 시대의 논리로 재해석해서 근사한 틀을 나름대로 만들어 붙였다. 냉전 버전으로 본 20세기 신(新) 세력균형론, 이름 ..

딸기네 책방 2007.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