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추리소설들을 읽었다. 오빠네 들렀다가 받아온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네 권 & 짤막한 독후감들. 엔드하우스의 비극 Peril at End House (1932) 애거서 크리스티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이지만, 어릴 적엔 (누구나 한번쯤은 그랬듯이) 나도 추리소설 팬이었다. 나이가 들어 읽어도 재미있을까? 오래전 손에 땀을 쥐게 했던 크리스티 특유의 흥미진진함, 치밀한 플롯 속에 간간이 읽히는 인간에 대한 통찰, 그런 것들이 지금도 내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한밤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으며 재미와 공포 속에 책장을 넘겨야할지 말아야할지 갈등하게 만들었던 크리스티 여사 아닌가. 하지만 어릴적 마음에 새겨놓았던 책들이 훗날 아무 감동도 없는 ‘한 순간의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