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미국시대의 종말

미국시대의 종말 The End of the American Era (2002)찰스 A. 쿱찬 (지은이) | 황지현 (옮긴이) | 김영사| 2005-04-15 요새 국제관계 책들 보는 중에 ‘이론’에 대한 부분이 많아서 좀 지겨웠다. 일 때문에 어쩔수 없이 국제문제에 대한 책을 많이 읽게 되지만 특별히 좋아하는 종류가 있다면 아무래도 ‘현장’을 생생하게 다룬 것들, 내 일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면서 읽는 재미도 있는 그런 것들을 좋아한다. 무슨무슨 주의니 이론이니 하는 것들은 미국이나 유럽인이나 아니면 서구화된 것 좋아하는 한국의 교수·학생들은 좋아하겠지만,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쓰이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어떤 때에는 짜증나고 싫은데 이 책은 앞부분- 거의 3분의2 정도가 짜증나고 싫은 ..

딸기네 책방 2006.10.26

[스크랩]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Banker to the Poor무하마드 유누스 | 알란 졸리스 (지은이) | 정재곤 (옮긴이) | 세상사람들의책 내 눈에 경제학 교실은, 영화가 끝날 무렵엔 주인공이 승리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영화관처럼 한가롭기 그지없는 장소로 비쳤다. 나는 처음부터 모든 경제학 문제는 우아한 해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의실을 나서자마자 내 눈앞에는 가혹한 현실이 펼쳐지고 있었다...나는 다시 학생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조브라 마을은 내가 다닐 대학이고, 조브라 주민들은 나를 가르칠 교수들이 될 터였다. 나는 ‘땅 속 벌레의 눈’으로 세상을 보리라 작정했다. 현실을 보다 가까이서 보면 더욱 더 잘보일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마치 땅벌레처럼, 길..

딸기네 책방 2006.10.21

푸틴의 제국- 적당히 재밌고 적당히 가려진.

푸틴의 제국 에가시라 히로시 (지은이) | 이정환 (옮긴이) | 달과소 요사이 러시아에 관심을 좀 가져볼까 했는데 워낙 아는 바가 없고, 가장 걸리는 것은 푸틴이라는 인물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참 냉혹하게 생긴 인상이다. KGB 출신이라고 하고, 체첸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모스크바 극장 인질사건 때에는 자기네 국민들도 가차없이 희생시키고. 외신사진에 나오는 푸틴의 모습은 너무나 차갑고 뱀같고 유령같다. 최근 들어 ‘친숙한 모습’을 선보이려는지 어린아이와 사진을 찍고 무술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심지어 몇 달 전에는 네티즌들과 ‘웹 대화’까지 했다는데, 그래도 이 사람의 인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의 인상을 한마디로 하면 ‘냉혹함’이다. 난 그 인상이 너무 싫고 무서워서 어떤 때는 푸틴 얼굴 ..

딸기네 책방 2006.10.20

호치민 평전- 호호아저씨를 만나다

호치민 평전 Ho Chi Minh찰스 펜 (지은이) | 김기태 (옮긴이) | 자인 | 2001-05-23 대체 이 책이 어디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것일까. 책꽂이에 꽤 오래, 적어도 몇 년간 꽂혀 있었다. 나는 그다지 공간이 넓지는 않지만 매우 너저분하고 뒤죽박죽인 내 책꽂이에서 적어도 이 책이 어느 위치에 놓여 있는지는 계속 파악하고 있었으니 그렇다면 최소한 내 관심권에는 있었다는 얘기인가. 아무튼 어디서 났는지, 돈 주고 산 것인지, 그랬다면 왜 샀는지, 누가 가져다준 것인지 통 기억나지 않는 이 책을 어제 꺼내들었다. ‘20세기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읽고 갑자기 동남아에 ‘꽂혀서’ 하늘색 가벼운 이 책, 그러나 가볍지 않은 한 인물의 일생을 담은 책을 펼쳤다. “호치민의 인격이..

딸기네 책방 2006.10.20

유러피언 드림- 유럽을 생각한다

유러피언 드림 The European Dream (2004)제레미 리프킨 (지은이) | 이원기 (옮긴이) | 민음사 | 2005-01-18 외신 기사를 인용할 때 종종 ‘국제사회’라는 표현을 쓰게 된다. 국제사회라는 것의 실체는 무엇일까? 신문에서 ‘국민여론’을 얘기하는 것과 비슷할 텐데, 실체가 없는 것 같지만 ‘국제사회’나 ‘국민여론’이나 분명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뭉뚱그려 왜곡하기 쉽다 뿐이지, 국제사회나 국민여론이 존재한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계획이 국제사회의 반발에 부딪쳤다”고 한다면, 여기서 말하는 ‘국제사회’는 통상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 이를테면 러시아 중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런 개별 국가들을 가리킨다.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 있는 나라들 상당수가 미국의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

딸기네 책방 2006.10.20

20세기 동남아시아의 역사- 간만에 재미난 책

20세기 동남아시아의 역사 클라이브 크리스티 (엮은이) | 노영순 (옮긴이) | 심산 | 2004-09-06 동남아시아 역사에 대한 책을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몇 해 전에 어느 서양 외교관이 쓴 ‘한권에 담은 동남아시아 역사’라는 것 한 권 보고 나서 적당한 교재를 찾지 못한 것도 있고 내 관심사가 아닌 것도 있고 해서 그냥 치워놓고 있다가 이번에 세미나 커리큘럼으로 이 책이 들어간 덕에 읽게 됐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아주아주 훌륭한 책이다! 뭐가 훌륭하냐면, 동남아시아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는 거다. 모헨조다로 앙코르와트 이런 식으로 출발해버리면 그 나름대로 의미는 있겠지만 김이 좀 빠진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20세기에 초점을 맞춰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 여러 지역들의 풍경을 전한..

딸기네 책방 2006.10.19

만델라 자서전 -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만델라 자서전 -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Long Walk to Freedom: The Autobiography of Nelson Mandela (1994년) 넬슨 만델라 (지은이) | 김대중 (옮긴이) | 두레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투사로 인종차별 철폐 투쟁을 벌이던 만델라 할아버지는 아프리카 흑인 이웃나라들을 돌면서 지원을 호소하는 활동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감옥에 가기 전 탄자니아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니에레레 대통령(탄자니아 대통령)은 내가 음베야로 갈 때 그의 전용기를 빌려주었다. 거기서 다시 로바체로 가는데 조종사가 내게 카니에에 착륙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왜 계획이 변경되었는지 걱정스러웠다. 카니에에 내리니 지방 치안판사와 보안관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백..

딸기네 책방 2006.10.16

노벨문학상은 오르한 파묵에게

노벨문학상 수상 축하합니다! '내이름은 빨강' 느무느무 좋게 읽었던지라, 파묵의 수상이 기쁘다. 올해도 후보로 거론된 사람은-- 바르가스 요사(어쩐지 정이 안 가는), 아모스 오즈(이 사람이 수상해도 굉장히 기뻤을 터이지만), 아도니스(통 접하기 힘들어서 잘 모르겠음), 고은 시인(문학성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걸 우리도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나;;)... 파묵의 수상- '받을 사람이 받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내이름은 빨강' 이외의 다른 소설을 사실 읽지 못해서 단언하긴 힘든데, 98년 작품으로 2006년 상받았으니 노벨상 싸이클이 엄청 빨라지긴 한 모양이다. 과학분야에서는 업적과 수상 사이 시차가 최근 급격하게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었는데 이젠 문학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라면 ..

딸기네 책방 2006.10.13

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칭기스칸 시대와의 낯선 대면

Genghis Khan and the Making of the Modern World (2004)칭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잭 웨더포드 (지은이) | 정영목 (옮긴이) | 사계절출판사 | 2005-02-01 일단 재미있었다. 이런 종류, 잡학상식 역사책 즐겨보지 않을뿐더러 늘 평가절하해왔는데. 제임스 레스턴 ‘신의 전사들’에 이어 이번엔 칭기스칸 책을 읽게 됐다. 저자가 ‘야만과 문명 누가 승리하는가’의 잭 웨더포드이고 알라딘 서평들이 괜찮길래 덩달이처럼 사놓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처음엔 자리에 앉아 줄쳐가며 읽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출퇴근길 전철 안에서 읽었다. 제목이 좀 과한 느낌이 없잖아 있다. 칭기스칸이 잠든 유럽을 어떻게 깨웠을까? 왜 깨웠을까? 이런 질문을 갖고 읽으면 ‘낚시질’에 속는..

딸기네 책방 2006.10.10

발칸의 역사- 언제나 어려운 이름, 발칸.

발칸의 역사 마크 마조워. 이순호 옮김. 을유문화사 서양사람 멋대로 이리저리 흘러가게 글 쓰는 딱 그런 스타일의 문체다. 발칸의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하다 보니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책도 적당히 이뻐보이고 해서 세미나용으로 골랐는데 별 재미가 없었다. 발칸은 가난했지만 그래도 나름 발전을 추구했고(당연한 것 아닌가?) 폭력적으로 보이지만 원래 발칸사람들 인격이 폭력적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이것도 당연하지 않느냐고;;). 이런 식으로 써놓으면, 시쳇말로 ‘야마’(핵심)가 없잖아. 접근 방식도 인구통계학적 관점, 정치사 일지처럼 보이는 약사(略史) 따위가 뒤죽박죽 중구난방이다. 보스니아 내전은 끔찍했다. 말 그대로 ‘화약고’에 화약이 터졌고, 그 폭력성 엽기성은 말로 형언하기 힘들 정도였다. ..

딸기네 책방 2006.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