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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창조자- 기후변화에 대한 잘 정리된 안내서

딸기21 2007. 3. 1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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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창조자
The Weather Makers: The History and Future Impact of Climate Change

팀 플래너리 (지은이) | 이한중 (옮긴이) | 황금나침반 | 2006-06-16


 


기후변화에 대한 것은 그동안 나온 책들을 꽤 많이(실은 대부분;;) 읽어봤기 때문에 이젠 더 읽지 말아야지 했는데 언론재단 기후변화 기획취재 지원을 받게 되어, 조금 돈이 아까운 감이 드는 것을 꾹꾹 눌러가며 기후에 대한 책을 또 샀다.


지금껏 본 기후 책들 중엔 이 책이 최고. 기후변화에 대한 책들은 사실 내용이 대동소이한데, 책의 ‘질’은 ‘세부사항’이 얼마나 충실히 나와 있는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다. 이 책은 기후변화의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쉽게, 그리고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 2005년초까지의 비교적 ‘최근’의 상황을 담았다는 것도 시기상으로 보면 큰 장점. 다만 올해 기후변화 정부간 패널(IPCC)의 4차 보고서가 완료될 예정이니깐 올해 책들이 우르르 나오면 세부사항에서 좀 달라지는 것들이 있을 것 같다.


시각도 좋고 내용도 좋고. 다르푸르 문제를 기후 변화 측면에서 본 것, 이러다가 ‘탄소독재’ 나오겠다 내다본 것 재미있었다.



▶ 버지니아대학의 환경과학자인 빌 러디먼은 우리의 후기 산업시대를 나름의 지질시대로 구분했다.

이 중대한 지질학적 사건을 처음으로 인식하고 이름을 붙인 것은 오존층 구멍에 관한 연구 업적으로 1995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폴 크루첸 팀이었다. 그들은 이 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부르며 산업혁명의 거대 기계들이 뭉게뭉게 피워 올린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가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1800년을 이 시대의 태동기로 구분했다. 러디먼은 이들의 주장에 자신의 독창성을 가미했다. 1800년보다 한참 전부터 인류가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이는 증거를 발견해낸 것이다.

8000년 전에 시작된 지난 일사(日射) 주기(밀란코비치의 2만3000년 길이의 궤도일사주기) 초기에 밀란코비치의 메커니즘은 메탄 배출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농경, 특히 동아시아의 논농사와 같이 물을 많이 사용하는 습식 농경의 시작이었다. (99쪽)


▶ 아주 먼 과거에는 파충류나 포유류, 조류가 없었다. 대신 갑갑하고 꿉꿉한 생장물이 곤충류와 함께 번성했다. 당시 대기는 산소가 풍부해서 불완전한 호흡기를 가진 동물도 엄청난 크기로 자랄 수 있었다. 노래기는 길이가 2m까지 자랐고, 거미는 몸길이가 3m나 되었다. 30cm나 되는 바퀴벌레가 날개 폭이 1m나 되는 잠자리와 함께 푸른 초목을 나누어 차지했으며, 물에는 크기가 악어만 하고 거대한 머리와 널찍한 입과 반짝이는 눈을 가진 양서류가 숨어 있었다. (108쪽)


▶ 목걸이레밍쥐(collared lemming·Dicrostonyx hudsonius)는 아북극이 아닌 훨씬 더 북쪽에서도 살 수 있다. 혹독하게 추운 그린란드 북해안에서도 생존할 뿐만 아니라 빙권에서도 너무 잘 적응한다. 이들은 설치류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겨울에 털이 흰색으로 변하고, 겨울이 되면 발톱이 두 갈래의 넉넉한 삽 모양으로 변해 딱딱한 눈에 터널을 뚫을 수 있다. 이들의 개체수는 약 4년 주기로 오르내리는데, 주기의 마지막에 이르면 너무 많아져서 떼를 지어 먹이를 찾으러 다닌다. 바로 이 때문에 무리로 절벽 아래로 떨어져 자살을 한다는 잘못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북극에 사는 생물들이 아무리 강인하다 해도 북극의 생태계는 대단히 취약하다. 2004년에는 이 지역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들이 후원해 작성된 보고서 ‘북극 기후영향평가’가 발간되었다. 지구온난화 추세가 이어지면 숲이 북극해 가장자리까지 북상하면서 툰드라 지대를 파괴할 것이라는 보고서 내용은 충격적이다. 목걸이레밍쥐와 툰드라 지대와의 관계는 불가분의 것이어서, 보고서에 따르면 레밍쥐는 이번 세기 말이면 멸종될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그 때가 되면 자살 성향이 있는 작은 설치류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만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비극적인 사실은 이 레밍쥐들이 스스로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떠밀린 것이다. (187쪽)


▶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은 지역은 대단히 광범한, 대서양에서부터 수단에 이르는 사하라 남부의 엄청난 구역이었다. 강수량이 갑자기 떨어진 뒤로 40년이 지났는데도 생명을 주는 우기의 비가 회복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강수량이 줄어들기 전에도 사헬 지역은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강수량이 극히 적은 곳이었다. 비교적 토양이 좋고 비가 좀더 많은 곳에서는 농민들이 땅에 의존해 살았으며, 더 건조한 황야에서는 낙타를 기르며 낙타의 먹이를 찾아 반쯤은 유목 생활을 하며 돌아다녔다. 비가 줄어들자 두 그룹 모두 사는 것이 어려워졌다. 낙타를 치는 사람들은 진짜 사막이 되어버린 곳에서 풀을 찾기가 힘들어졌고, 농민들은 밭이 다시 생동하도록 해줄 충분한 빗물을 거의 구경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의 언론들은 정기적으로 그 결과를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다.

나는 어릴 때 이러한 이미지들을 텔레비전에서 보았으며, 지나친 방목과 급증하는 인구 때문에 빚어지는 끔찍한 상황이라고 듣곤 했다. 사실 서구 사회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러한 현상을 인간이 스스로 끌어들인 재앙이라고 주장해왔다. 낙타와 염소, 소를 지나치게 방목하고 아울러 땔감을 구하는 과정에서 얼마 되지 않던 식물군을 파괴하면서 짙은 비깔의 맨땅이 드러나게 되었고, 그만큼 이 일대의 알베도(태양빛을 반사하는 비율)가 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환경론자와 도덕론자 모두에게 주의를 줄 만한 내용이었지만 거의 모든 면에서 그릇된 것이었다.

사헬에 닥친 재앙을 부른 진짜 원인은 2003년11월에 드러났다. 콜로라도 볼더에 있는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의 기후학자들이 만든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은 이 일대의 과거 및 현재의 기후를 실제에 가깝게 복원했는데, 인간이 황폐하게 만든 땅은 극적인 기후변동을 일으킬 수 없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대신 기후 변수 하나가 강수량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해 온실가스가 쌓이면서 나타난 결과였다. 사헬 지역에 닥친 재앙이 원시적이고 무지한 목축민들이 환경을 잘못 다룬 탓이 아니라는 뜻이다.

수단 서부에 있는 다르푸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기후 변화 때문에 절박한 처지에 내몰렸다. 낙타를 모는 유목민들이 낙타를 농경지 있는 곳으로 몰고 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불가피하게 농민들과 충돌하게 된 것이다. 이 유목민들은 아랍인이고 농민들은 아프리카인이다. 생활방식에 약간씩 예외가 있는 것만 빼면 이들은 문화적, 신체적으로 차이가 없다.

사헬에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는 세계가 직면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금 서구 사회는 문제를 일으킨 명백한 원인인 환경 재앙보다는 종교와 정치에만 치중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우리는 문제의 원인에 대해 스스로를 속여 왔다. (171쪽)


우리가 수단에서 낙타를 몬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평생 좋은 날씨를 경험하지 못했으며, 좌절 끝에 낙타 무리를 몰아 우리와 통혼도 하고 교역도 하던 농민들의 땅으로 이주했다. 이곳에서 우리 가축들은 작물을 짓밟고 불화의 씨를 뿌렸다.

세상은 수십 년 동안 우리의 난처한 처지를 우리가 천연자원을 잘못 다룬 탓으로 돌렸다.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힘센 정부가 우리에게 대량 학살의 혐의를 씌우고 있다. 그러다 우리는 비가 오지 않는 확실한 이유를 발견했다. 그것은 제일 부유하고 힘센 나라들이 대기를 오염시켰으며, 사헬 사람들을 기근과 빈곤과 분쟁의 나락으로 빠뜨렸기 때문이었다. 이토록 부당한 일을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까?(353쪽)


▶ 과학자들이 지구의 기후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균형이 무너지는 점(tipping point)’에는 중요한 내용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멕시코 만류의 약화 또는 중단이고 둘째는 아마존 우림지대의 소멸이며, 셋째는 해저에서 올라오는 기체 수화물(포접화합물)의 방출이다. (244쪽)


▶ 마지막 시나리오에 따르면 인류는 ‘가이아의 자동 온도조절 능력을 통제하는 지구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 수밖에 없는데, 교토의정서에서부터 쉽게 출발할 수 있다. 위원회는 바다를 이용해 지구의 자동 온도조절 능력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전지구적으로 바다라는 공공재를 이용하고 소유하는 문제를 논할 새로운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위원회는 한 나라가 기후변화 때문에 상당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를 중재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일부 구성원들은 더욱 효과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문제의 근본 원인, 곧 지구상의 인구 수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로써 위원회는 자체적인 통화와 군대를 가진, 그리고 지구 구석구석과 모든 사람을 통제하는 오웰 스타일의 세계 정부로 변해갈 것이다. 너무나 끔찍한 결과지만, 우리가 기후변화의 위기에 맞서 싸우는 활동을 지체하면 생존을 위한 탄소 독재가 반드시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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