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광우병 정국에 다시 읽는 칼 세이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THE DEMON-HAUNTED WORLD 칼 세이건. 이상헌 옮김. 김영사 세이건의 글은 항상 울림이 있다. 신간 좋아하는 내가 이미 돌아가신 세이건 박사님의 책을 뒤늦게 골라가며 읽으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그런 울림 때문이다. UFO를 신봉하는 사람들, 외계인들에게 납치됐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동향 같은 것은 너무나 미국적인 현상들이어서 크게 다가오지 않았으나(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실이 아닌 착각일 뿐이라고 저자도 지적하지만), 꼭 UFO 얘기가 아니더라도 ‘비과학적인 사람들’은 너무너무 많다. 개신교 골수 신자들, 점 보러 다니는 사람들,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그건 그렇다 치자. 세상 모든 사람이 다 ‘과학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해도 해도 정말 너무 비과학적..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 공정무역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 공정무역 마일즈 리트비노프, 존 메딜레이. 김병순 옮김. 모티브북. 올해 공정무역에 대해 공부를 좀 해볼까 하고서, 제목에다가 ‘공정무역’이라고 대문짝만하게 내 건 이 책에서부터 시작을 했다. 그리고 미국 출장 가면서도 책을 잔뜩 싸 짊어지고 가 비행기 안에서 열심히 읽었다. 책의 원제목은 50 Reasons to Buy Fair Trade 이니까 책 내용하고 딱 맞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무역이고, 공정무역 제품은 신뢰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민주적인 무역이며 인간의 얼굴을 한 개발을 촉진시키는 무역이고... 책 목차들만 봐도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알겠다(그런데 목차의 50번째 항목을 과감히 ‘20’이라고 실수해놓은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일 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딸기네 책방 2008.03.25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버락 오바마의 어린 시절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Dreams from My Father. 버락 오바마. 이경식 옮김. 랜덤하우스. 3/19 버락 오바마가 가진 ‘허상의 이미지’를 감안하더라도, 어쨌든 이제 오바마는 미국을 넘어서 전세계적으로 변화와 희망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돼버린 것 같다. 지난번 미국 출장에서 미국인들을 만나 가장 많이 얘기했던 소재가 바로 오바마였고, 그들(주로 젊은이들과 인텔리들)이 느끼는 열정과 흥분에 공감이 가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그런 감정이 들었더랬다. 오바마, 오바마. 이름이 생소해서 오사마 빈라덴과 헷갈린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던 오바마가, 이제는 오사마보다 더 유명한 인물이 되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에서 오바마 지지율은 절반을 넘기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당내 경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을 완전히 이겨..

딸기네 책방 2008.03.19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만들어진 신 THE GOD DELUSION리처드 도킨스. 이한음 옮김. 김영사 아주 속이 후련하다. 나는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말을 믿을 수 없고, 이 책에서 도킨스가 한 말들에 대해 무지막지하게 공감한다. 속이 다 시원하네, 정말... 아직도 가톨릭의 그늘;;이 남아있는지라, 신은 없다, 종교라는 것은 환상이다 라고 내놓고 얘기하기가 어쩐지 좀 힘들었다. 주변엔 모두 종교 있는 사람들 뿐인 것도 그렇고... 또 일을 하면서 국제문제를 바라볼 때에도, 종교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많다는 생각에 되도록 피하곤 했다. 시아 순니, 혹은 기독교와 이슬람의 싸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 이면에 숨겨진 정치·경제·사회적 진실을 가릴 염려가 있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종교가 ..

로버트 카플란, '제국의 최전선' -기분나빠도 읽을 수밖에 없는 책

제국의 최전선-지상의 미군들Imperial Grunts : The American Military on the Ground로버트 카플란. 이순호 옮김. 갈라파고스. 이사 간 동네가 미군기지 옆이다. 옆에도 앞에도 미군기지, 길 건너 조금만 돌아다니면 미군기지. 아파트 엘리베이터 타면 종종 미군과 미군의 가족들이고, 골목길 부동산에도 ‘미군 공식 계약 부동산’ 하는 선전이 붙어있다. 태어나 이렇게 미군들 많이 보는 것은 처음이다. 간만에 걸어보자 했는데 미군기지 기나긴 담벼락 지나가야 하고, 산보 해볼까나 하고 나서면 보이는 것은 미군 기지, 그리고 기지와 기지를 잇는 그들만의 다리들. 언덕 위 전철역은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기름으로 오염됐다 해서 몇 해 전 언론이 시끄럽게 떠들었던 곳이다. 심지어 이 동..

딸기네 책방 2008.01.27

올 아쿠타가와 문학상은 '문필 가수' 가와카미 미에코에게...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의 영예가 올해엔 이색적인 인물에게 돌아갔네요. 일본문학진흥회가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으로 가와카미 미에코(川上未映子ㆍ31ㆍ사진)의 `젖과 알(乳と卵)'을 선정했다고 17일 발표했답니다. 오사카(大阪) 출신인 가와카미는 여러장의 앨범을 낸 가수로, 소설과 음악 양쪽에서 모두 인기를 얻어 `문필 가수'라는 별명으로 불려왔다는군요. 이달초 발표된 아쿠타가와상 후보 7명 중에서도 수상이 가장 유력시돼 왔었다는데... "작품 `젖과 알'은 여성의 몸과 마음의 관계, 그리고 자신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만, 읽어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제가 이 소설을 읽게 될 것 같진 않군요 ㅎㅎ. 일본어로 작품활동을 해 `최초의 중국인 수상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

딸기네 책방 2008.01.17

인도주의의 꽃, 국경 없는 의사회

인도주의의 꽃, 국경 없는 의사회. TOUCHED BY FIRE 엘리어트 레이턴 지음. 그렉 로크 사진. 박은영 옮김. 우물이 있는 집. 국경없는 의사회(MSF)에 대한 책을 읽은 김에 한권 더 펼쳤는데, 중간중간 유럽식 통찰력(사실 이 책의 두 저자는 과 마찬가지로 캐나다 출신들이다)을 보여주는 인상 깊은 구절들이 있긴 하지만 재미는 떨어졌다. 르완다 인종학살이 일어나고 1년 반 정도 지난 1996년에 아프리카를 찾아가 MSF의 활동을 직접 보고 쓴 책이라는데 내용은 거의 르완다에 국한돼 있다. 르완다의 당시 상황을 열심히 전달하려 한 것은 좋았고, 감동적인 혹은 눈시울 시큰하게 만드는 부분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MSF의 안팎을 생생히 들여다보고 썼다 하기에는 너무 피상적이다. MSF의 누구누구는 ..

딸기네 책방 2007.12.10

지구의 절망을 치료하는 사람들

지구의 절망을 치료하는 사람들 Inside the World of Doctors Without Borders. 댄 보르토로티, 고은영 옮김. Hantz 국경 없는 의사회(MSF)에 대한 보고서. 저자는 캐나다의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이고, 번역자는 MSF에 소속돼 니제르에서 일을 했었던 소아과 전문의라고 한다. MSF라는 존재가 워낙 명성과 논란거리를 동시에 안고 있는 단체인 탓에 책이 이 단체 혹은 이 ‘운동’ 그리고 ‘윤리’를 어떻게 다룰지 자못 궁금했다. 책은 아주 좋았다. 탄생에서부터 최근(2005년)까지 MSF의 안팎을 충실히, 격렬하고 논쟁적으로 다룬다. 비아프라에서 시작된 MSF의 역사와 르완다, 보스니아를 거치면서 쌓아올린 MSF의 활동과 핫이슈들이 망라돼 있다. 앙골라, 비아프라, 아..

딸기네 책방 2007.12.07

스티븐 핑커, '언어본능'

언어본능 THE LANGUAGE INSTINCT. 스티븐 핑커. 김한영 외 옮김. 소소. 스티븐 핑커의 책은 ‘빈 서판’에 이어 두 번째다. 전작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공통점이 있다. 구미를 끌어당기는 제목에 ‘미국의 도킨스’ 같은 냉랭하고 재치 넘치는 어투,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 사실은 너무나 학구적이어서 ‘재미있으면서도 지루하다’는 것이다. 지금 책꽂이에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도 꽂아놓고 있는데, 두께로 봤을 때 역시나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은 말 그대로 인간의 ‘언어 본능’에 대한 것이다. 인간은 언어를 학습할 수 있는 생물학적 구조를 타고 났고, 그런 점에서 보면 언어는 가히 ‘본능’이다. 이 본능은 또한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형성되고 발전돼온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노..

현대 과학의 6가지 쟁점

현대 과학의 6가지 쟁점 Paradigms Regained존 L. 캐스티. 권기호ㆍ김희봉 옮김. 지식의풍경 서평을 먼저 읽고 책을 사서 보는 일이 통 없는데, 이 책은 100% 알라딘 이네파벨님의 소개글 때문에 사서 봤다. 저자에 대해서도, 책에 대해서도 들어본 바 없지만 들여다보니 김희봉님 번역이네. 저자는 미국 산타페연구소 교수라고 한다. 책은 제목 그대로 6가지 질문들을 던지면서 그에 대한 찬반 양론을 소개한다. 저자가 이미 이 주제들에 대해서 1989년 책 한권을 냈었다고. 2005년 다시 쓰여진 이 책은 전작 이후, 그러니까 1989년에서 2005년까지의 15년 남짓한 기간 동안 과학계에서 발표된 새로운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6가지 쟁점에 대한 찬반을 다시 한번 판가름 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