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도도의 노래- 도도가 들려주는 멸종의 노래

도도의 노래 1·2. THE SONG OF THE DODO. 데이비드 쾀멘. 이충호 옮김. 멀리 모리셔스 섬에 살다간 도도라는 새는, 인류에게 “아 내가 이 두 손으로 다른 종(種)을 지구상에서 멸종시켰구나”라는 인식을 최초로 갖게 해준 새로 유명하다. 물론 그 전에도 그 뒤로도 인간이라는 존재로 인해 멸종된 종들은 많았겠지만. 인간 덕분에 살아가는 숱한 종들도 있으니 산술적으로 계산해서 플러스 & 마이너스 ‘똔똔’이 되면 종 다양성 문제를 걱정할 필요도 없을 텐데, 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요사이 인간들은 멸종을 너무 많이 초래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구 전체로 보면 종의 숫자가 점점 마이너스 되어간다는 것이다. 인간들이 멸종시켜온 종의 리스트는 점점 길어만 간다. 멸종을 쉬운 말로 풀면, ‘다 죽었다’가..

세계화, 전 지구적 통합의 역사 - 한권으로 훑는 '세계화'의 역사

세계화, 전지구적 통합의 역사. Bound Together (2007) 나얀 찬다. 유인선 옮김. 모티브 칭찬해 주고픈 책이다. 이렇게 열심히 썼다는 자체만으로. 책 겉모양도 훌륭하고, 이 정도면 ‘고전’ 급은 아니어도 이것저것 묶어놓은(‘짜깁기’라고 하면 좀 비하하는 감이 있으니까 이런 표현으로 바꾼다) 책으로는 꽤 괜찮다. 목차를 보면 알수 있겠지만, 제목 그대로 ‘세계화, 전지구적 통합의 역사’를 한눈에 훑어보려는 사람에겐 훌륭한 1차 교과서가 될 수 있겠다. 아니, ‘2차 도서’들을 안 읽고 그냥 이 한권으로 세계화의 기나긴 역사를 정리하고 만족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더욱 더 요긴할 것 같다(그러고 보니 요즘엔 세계화를 근대 이전으로 소급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유행인 것 같다). 1차, 2차 도서 운..

딸기네 책방 2008.05.22

'인구'라는 렌즈로 본 세계 - '인구가 세계를 바꾼다'

인구가 세계를 바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사. 강신규 옮김. 가나북스 ‘인구’라는 키워드로 변화하는 세계상과 다가올 미래를 그려내보인다. 책 표지에 ‘인구문제를 통해 미래 세계의 혁명적 변화를 예측한 충격적인 보고서!’라면서 느낌표까지 쿵 찍어놨는데, 책은 쉽게 읽히면서도 재미있다. 책 모양도, 표지도 예쁘고. 인구구조가 사회를 바꾼다, 어느 나라는 인구가 폭발 지경이고 어느 나라는 고령화 때문에 골치 아프다, 이런 사실쯤이야 뭐 이젠 상식이 됐으니 그리 충격적이진 않다. 하지만 책에 나와 있는 것은 아주 구체적인 자료들이어서 생생하고 재미있다. 예를 들자면 종교·종파별 인구 구성의 변화가 레바논 정정에 미치는 영향, 자살대국 러시아의 현실, 두바이의 차이나타운, 미국 내의 인구 이동과 정치적 역학관계의 변화..

딸기네 책방 2008.05.18

다른 세상의 아이들

다른 세상의 아이들 Children of Other Worlds 제레미 시브룩. 김윤창 옮김. 산눈. 정말로 ‘다른’ 세상의 아이들인가. 눈 먼 우리에겐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싸구려 흰색 블라우스, 지금 내가 신고 있는 (역시나 싸구려인) 검정 샌들, 학교 다니며 웃고 떠드느라 정신 없는 내 딸이 입고 다니는 티셔츠와 바지 따위가 ‘저 아이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보장이 있는가. 아니, 사실은 보지 않아도 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피땀을 통해 내 곁에까지 와 있다는 것을. 나 뿐만 아니고 누구든, 저 아이들을 ‘다른 세상의 아이들’이라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우리 세상의 아이들이고, 나와 내 아이의 검은 그림자다. 아동 노동에..

딸기네 책방 2008.05.13

드리나 강의 다리

드리나 강의 다리. 이보 안드리치. 김지향 옮김. 대산세계문학총서 보스니아 작가가 그려낸 조국의 풍경.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책은 대작(大作)이다. 옛 투르크 제국의 이교도 전사 예니체리들의 징집에서부터 드리나강의 강물은 눈물과 뒤섞인다. 투르크 제국의 위인이 된 인물의 애향심 덕에 세워진 웅장한 다리는 건설에서부터 피와 땀과 눈물과 잔혹함의 혼합물이었다. 주인공은 드리나강의 다리다. 책은 다리를 중심으로 명멸해가는 제국들과 시대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도 지속되는 민중들의 삶을 그린다. 고난의 행렬이라 할만한 그 땅의 역사를 마치 어떤 드라마도 없다는 듯, 역사의 잔인함과 연속성을 비웃기라도 하듯 너무나 담담하게 묘사하는 까닭에 책 읽는 동안 지루하고 허무했다. 그리고 다 읽고 나..

딸기네 책방 2008.05.09

조류독감-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조류독감-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THE MONSTER AT OUR DOOR: THE GLOBAL THREAT OF AVIAN FLU 마이크 데이비스. 정병선 옮김. 돌베개. ‘먹거리 국면’이 곧 들이닥칠 거라는 사실도 모른 채 미국 출장 도중 읽을 책 중 하나로 이걸 골라갔다. 마이크 데이비스의 책은 국내에도 여럿 나와 있지만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재미난 주제를 잘 잡는 것 같다. AI란 것이 지금 유행하는 H5N1 바이러스형 뿐 아니라 여러 종류가 있고 또 역사도 오래됐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들여다보는 데에는 도움이 됐다. H5N1형이 퍼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정리가 잘 돼있다. 출판사 쪽이 제법 머리가 좋은 모양이다. ‘조류독감’이라고만 하면 안 팔릴 것이라 생각했는지,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이라는 말..

조지프 E. 스티글리츠,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 FAIR TRADE FOR ALL조지프 E. 스티글리츠, 앤드루 찰턴. 송철복 옮김. 지식의 숲 스티글리츠의 책은 이후 두 번째로 읽는다. 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 대변되는 미국/서구 자본이 개도국들에 강요했던 불공정하고 왜곡된, 잔인하기까지 한 세계화 정책들을 조목조목 비판한 것이었다. 이어진 이 책은 그 후속편 격으로, IMF가 주창하는 방식의 세계화가 아닌 다른 방식의 자유무역정책이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인지를 정리한 제언에 해당된다. 책은 시사 혹은 경제문제를 다룬 에세이라기보다는 논점들을 정리한 문건에 가깝기 때문에 반복이 심하고 그리 아름답지는 않다. 요는 자유무역이 빈국들을 살리는 쪽으로 가야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필요한 ‘진정한 자유무역협정’은 지금까지와는..

딸기네 책방 2008.04.13

에드워드 윌슨, '인간 본성에 대하여'

인간 본성에 대하여. ON HUMAN NATURE에드워드 윌슨. 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 ▷ 뇌에는 우리의 윤리적 전제들에 심층적이고도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선천적인 감지기와 작동기가 있다. 윤리는 이 근원에서 나와 본능으로 진화했다. 이 생각이 옳다면, 과학은 머지않아 인간 가치의 바로 그러한 기원과 의미를 조사하는 자리에 서게 될 것이고, 그렇게 도출해낸 가치들로부터 모든 윤리적 발언과 다양한 정치적 실천이 흘러나오게 될 것이다.(28쪽) 과학의 과제는 정신의 진화사를 재구성하여, 그 프로그램 속에 짜여져 있는 속박의 치밀성을 측정하여 뇌에서 그것의 원시 프로그램을 찾아내고, 그 속박의 중요성을 해석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문화적 진화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논리적 보완책이 될 것이다.감지기와 ..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 THE FORTUNE AT THE BOTTOM OF THE PYRAMID C K 프라할라드. 유호현 옮김. 럭스미디어. 협소하게 말하면 ‘공정무역(Fair Trade)’, 좀더 넓혀서 말하면 ‘친절한 자본주의’ 문제에 대해 요새 관심이 많아졌다. 극단적 빈곤을 없애기 위한 제프리 삭스 식의 접근, 아프리카 빈곤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 같은 것들이 뒤섞여서,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방식의 해법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게 됐다. 인도계 경제학자 C K 프라할라드의 이 책, 원제는 ‘피라미드 밑바닥의 부(富)’인데, 한국에서는 딱 실용서 느낌으로 제목을 붙였다.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라니, 한국에 와서 멋대가리 없게 변한 책 제목 몇 순위 안에..

딸기네 책방 2008.04.01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 FTA가 나라를 살릴까 죽일까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우석훈. 녹색평론사 미국 출장 가기 전 FTA에 대해 뭐라도 좀 알고 가야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책꽂이를 뒤져 골라든 책이 이해영 교수 와 이 책이었다. 국내에서 FTA 반대의 이론적 근거가 된 것이 아마도 쌍을 이루는 이 두 책이 아닐까 싶다. ‘낯선 식민지’의 경우 구국의 일념과도 같은 충심은 느껴지지만 좀 감정적인데다 ‘나라 망한다’로 일관된 주장이어서 다소 설득력이 더 떨어졌다. 우석훈씨 책은 조목조목 정리는 잘 돼 있는데, 독설도 좋지만 너무 비비꼬아서 ‘나라 망한다면서 말장난 하나’ 싶은 반감도 적잖이 들었다. FTA로 나라가 망할지, 나라가 완존 도약을 해 선진국(참 이노무 선진국 주문은 수십년을 울궈먹어도 지치지들 않는지)이 될는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무슨 일이..

딸기네 책방 2008.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