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80

루브르는 프랑스 박물관인가 -약탈문화재에 대한 쉬운 해설서

루브르는 프랑스 박물관인가 이보아 저 | 민연 약탈 문화재 논란에 대해 쉬우면서도 개념 있게 설명한다. 엘긴 마블스, 로제타스톤으로 시작되는 고대 유적·유물, 나치의 치밀한 문화재 약탈·파괴공작, 약탈 문화재를 둘러싼 ‘문화 민족주의’와 ‘국제주의’의 대립, 그리고 외규장곽 도서를 비롯한 한국의 빼앗긴 문화재 실태와 반환운동에 대해서까지 폭넓게 다뤘다. 약탈 문화재 그림들과 유명 박물관에 대한 설명들이 곁들여져 있어 읽을거리 겸 볼거리가 된다. 단점이 있다면, 저자가 자기 박사논문을 풀어서 좀 손쉽게 책으로 만들었다는 느낌. 어떤 때는 ‘보론’ 해가면서 학술서적 쓰듯이 했고, 어떤 때는 ‘미술 읽어주는 여자’ 식으로 편안히 썼다. 그래도 내용은 꽤 알차고 좋다. 파르테논 신전은 13세기엔 그리스 정교회,..

딸기네 책방 2010.02.01

번식하는 책들(2)

이 책을 챙겨왔다. 일전에 로쟈님 소개글 보고서 맘속으로 찜해뒀던 책. 그리고 언제 볼까 싶지만, 그래도 일단은 쟁여둠.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 살까말까 예전부터 망설였던 책인데 마침 쌓여있네! 쟁여둠. 원제가 THE BOTTOM BILLION 이다. 나의 관심사 중의 하나. 요새 이런 책이 증말 많이 나오네? 너나없이 워킹푸어 혹은 노잡푸어인 현실... 원제가 Private Power, Public Law 인데 한국어판은 제목에서 점수를 까먹고 들어가네. 지젝... 아마 안 읽지 싶다 -_- 부제가 '아름다운 기초과학 산책'인데, 나중에 기분전환삼아 들춰봐야지. 현대 일본...

번식하는 책들(1)

오늘도 나의 책들은 번식을 한다! 오늘의 매개(숙주)는 바로 나다. 내가 책 번식 바이러스를 데리고다니며 이 녀석들을 날라왔다. 특히 이번엔, 간만에 맘에 드는 소설들을 건져왔다(언제 읽을지는 알수 없지만;;) 야근을 하다가 북리뷰 맡고있는 후배를 만나, 문화부 테이블에 가서 주워왔다. 앙꼬는 다 가져가고 겉절이만 남았다 해서 별 기대 없이 훑어봤는데, 내가 보기엔 넘 훌륭한 것들이 거기 있었다. 그 중 첫번째, 내 생에 꼽을 재미난 소설 중의 하나인,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의 작가 라픽 샤미의 책이다. 나온 줄도 모르고 있었네 -_-;; 이런 걸 다들 몰라서 안 가져갔다니... 내겐 너무 다행스런 일이다. 남아공 소설은 존 쿳시의 '포'를 본 것이 전부다. 기대! 모리스 블랑쇼... 잘 모르지만, 폼 좀..

제국의 미래- 모든 공동체는 관용을 필요로 한다

제국의 미래 Day of Empire : How Hyperpowers Rise to Global Dominance--and Why They Fall 에이미 추아 저/이순희 역 | 비아북 지난해부터 읽기 시작해서 한동안 책장을 덮어두고 있다가 얼마 전 마음잡고 다시 펼쳤다. 결국 이 책이 2010년에 처음으로 읽은 책이 되어버렸다. 별로 의미 없는 짓이긴 하지만, 나는 해마다 그 해 처음으로 독서기록장에 남길 책을 나름 선별하는 습성이 있다. 내가 올해 첫 책으로 삼고 싶었던 것은 이 책은 아니었다. 벌써 1년도 넘게 조금씩 읽고 있는 살만 루시디의 를 첫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가 생각보다 술술 읽혀서 순서가 바뀌었다. 이 책은 술술 읽힌다. ‘찾아보기’까지 포함하면 558쪽, 하드커버의 두꺼운 책이지..

딸기네 책방 2010.01.30

차이나프리카 :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가

차이나프리카 LA CHINAFRIQUE 세르주 미셸,미셸 뵈레 공저/이희정 역/파올로 우즈 사진 | 에코리브르 중국인들의 이주 역사는 2000년을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 되었지만 19세기 말 유럽인들의 흑인 노예 대신 중국인과 인도인 쿨리들을 데려다 부리면서 이주민이 현저하게 늘어났다. 노예제가 폐지되면서 호주의 광산, 파나마 운하, 벨기에령 콩고와 모잠비크의 철도 공사,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미국 센트럴퍼시픽 철도공사 등 당대의 대규모 토목공사에 200~800만 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필요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진출한지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오래됐다. 2005년 중국 언론들은 명나라 시절 정화의 원정대 600년을 기념하는 기사들을 내보냈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를 오늘에 되살려 아프리카..

딸기네 책방 2009.12.30

엑시트 운즈 : 분쟁의 한가운데에서 살아가는 텔아비브 젊은이들의 자화상

엑시트 운즈 : 분쟁의 한가운데에서 살아가는 텔아비브 젊은이들의 자화상 루트 모단 글,그림/김정태 역 | 휴머니스트 총알이 사람의 몸을 관통하면 앞쪽 총알 들어간 쪽의 상처보다 총알이 몸을 헤집고 나간 뒤쪽의 상처가 훨씬 크다고 한다. 총에 맞아본 적도 쏘아본 적도 없으니 알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들 한다. 그리고 그 총알 나간 커다란 상처를 ‘엑시트 운즈(exit wounds)’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맞은 자국보다 그 이후의 나간 자국이 훨씬 크고 치명적인, 그런 상처를 말한다. 날카롭지 않고 심지어 귀엽기까지 한 만화책인데, 제목에는 그런 상처를 그대로 끌어다놓았다. 책의 배경은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폭력으로 따지면 세상 어느 곳 못잖게 지구상 폭력의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는, 하지만 아프리카 난민촌..

딸기네 책방 2009.10.19

일본 사회의 현실을 담은 신간들

일할 능력이나 의지가 있고, 일은 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가난에 시달리는 '워킹푸어'에 관한 책. 지은이 카도쿠라 다카시는 워킹푸어 현상에 대해 세밀히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지은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회 확대, 워크 쉐어링 정책, 합리적인 세재정책 구축 등을 제안하고 있다. ‘문어방’은 문어를 잡기 위한 단지를 말한다. 문어는 구멍에 들어가길 좋아하는 습성이 있는데, 한번 단지 속에 들어가면 절대 빠져나올 수가 없다. 더욱 엽기적인 것은 단지를 제거해주지 않으면 이 문어가 제 살을 뜯어먹어가며 6개월이나 버틴다는 것이다. 극악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거대한 문어방이 되어버린 절망의 일본사회는 지금 실업자가 거리를 헤매고 비정규직이 ..

읽고 싶은 책들

요새 번역일에다 꼼꼼이 가르치는 일에다, 도통 바빠서 책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 심지어 상반기에 읽은 몇 안 되는 책들 정리도 못 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도 지식산업에서 아주 관심을 멀리할 수는 없으므로, 최근에 나온 책들 중에 눈에 띄는 것들을 일단 모아놓는다. 돈만 있다면야, 다 사 두면 좋을 책들인데... 거대한 전환 - 칼 폴라니 지음, 홍기빈 옮김 / 길 / 2009년 7월 치열한 법정 - 브란트 골드스타인 지음, 홍승기 옮김 / 청림출판 / 2009년 4월 근대중국의 서양인 고문들 - 조너선 스펜스 지음, 김우영 옮김 / 이산 / 2009년 4월 차이나프리카 - 세르주 미셸. 미셸 뵈레 지음, 이희정 옮김 / 에코리브르 / 2009년 4월금융공황의 시대 - 마틴 울프 지음, 김태훈 옮김 /..

천 가지 얼굴의 이슬람, 그리고 나의 이슬람

천 가지 얼굴의 이슬람, 그리고 나의 이슬람 Julia`s Jihad (2009) 율리아 수리야쿠수마 저 | 구정은 역 | 아시아네트워크 (번역한 책이 출간돼 나왔다. 너무나 훌륭한 편집자께서, 이슬람 개론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상세하게 '깊이보기' 코너들을 넣어주었다.) 두어해 전 삼림파괴와 기후변화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갔었다. 자와(자바)섬의 자카르타 공항에 내려 도심까지 들어가는 고속도로를 달렸다. 서울에 오는 외국인들도 같은 느낌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강남의 테헤란로 부럽지 않게 우뚝우뚝 솟아있는 마천루들과 초현대적인 주상복합아파트 단지들은 인상적이었다. 더 인상적인 것은 호화로운 첨단 건물들 바로 옆을 흐르는 쓰레기투성이 개천과 골목들이었다. 아시아의 거대 개도국 인도네시아의 두..

발칸의 전설

[대산세계문학총서-49] 발칸의 전설 요르단 욥코프 저 | 신윤곤 역 | 문학과지성사 원래는 라현이가 벨라루스에 공부하러 갔을 때에 보내주려고 사놓았던 책이다. 동유럽 문학작품은 별로 접해본 일이 없던 차에 ‘불가리아 국민작가’의 소설이라고 해서 내가 꿍쳐두고 야금야금 읽었다. 단편모음인데다, 편당 분량도 적다. 책 두께도 얇다. 하지만 읽는 동안, 읽고 나서, 내내 마음이 묵직하다.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아서다. 이리 쓸리고 저리 얻어맞는 민초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이렇게 닮았는지.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정국과 빨치산 투쟁에 이르는 시기 우리의 근현대사를 담은 문학작품들이 내내 머리 속에 교차됐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 수백 년 간 점령된 발칸의 민중들. 그들을 괴롭힌 것이 어디 제국의 졸개들뿐이랴. 험한..

딸기네 책방 2009.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