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77

지그문트 바우만, '유동하는 공포'

유동하는 공포 지그문트 바우만 저/함규진 역 | 산책자 | 원서 : LIQUID FEAR (2006) 바우만의 책은 처음 읽는데, 번역이 넘 꼬여있다. 아마 원래 문장이 꼬여있는 것 같다. 이 번역자가 옮긴 다른 책들을 본 적 있는데 꽤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워낙 심오하고 복잡한 문장/내용의 책을 다루다보니 번역자가 너무나 직역을 한 듯. 암튼 읽는 사람들 힘 좀 들겠다. 책은 재미있다. 바우만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사회학자로, 나중에 영국에 터를 잡았다. 마르크스주의자였다가 서구마르크스주의 쪽으로 이동했다. 현대 사회를 떠도는 공포, 벗어날 수 없는 공포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한 꺼풀 벗겨내’ 그 아래 숨겨진 심리와 원인을 다루는 것이 이 책이다. 주로 서양 여러 학자들의 코멘트들을 인용해..

딸기네 책방 2010.04.07

물의 미래 - 말 좀 꼬지 말란 말이다

물의 미래 : 인류 문명과 역사를 뒤바꿀 최후의 자원 에릭 오르세나 저 | 양영란 역 | 김영사 | 원서 : L'AVENIR DE L'EAU 역시 프랑스 책은 내 취향은 아니다. 뭐, 그럭저럭 읽을 만은 했다. 재미도 있다. 책의 소재는 물이지만 다루는 영역은 여러 가지다. 오르세나는 세계를 돌며 물의 여러 가지 얼굴을 본다. 호주에서는 물 남용으로 인한 ‘가뭄의 시대’를, 싱가포르에서는 ‘물 독립’의 문제를, 인도의 캘커타(요새 이름은 콜카타인데 번역자는 아직도 식민시대의 이름인 캘커타를 고집하고 있다)에서는 물과 보건·빈곤 문제를, 방글라데시에서는 기후변화와 기후 난민을, 중국에서는 댐 건설과 치수(治水)의 방식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서는 물의 재활용과 물 분쟁을 다룬다. 알제리와 모로코에서는 물과..

딸기네 책방 2010.03.28

밑바닥의 10억명을 위한 '빈곤의 경제학'

빈곤의 경제학 : 극빈국 10억 인구의 위기 폴 콜리어 저/류현 역 | 살림출판사 | 원서 : The Bottom Billion 아프리카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교보문고에 가 책 구경도 하고, 인터넷서점들도 뒤져보고, 이전에 읽었던 아프리카에 대한 책 목록도 되새겨보았다. 그러다가 만난 것이 이 책이다. 책의 원제는 즉 ‘밑바닥의 10억 명’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은 아프리카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개발의 그늘에서 밀려난 지구촌 밑바닥 가장 가난한 10억명이 왜 그런 절대빈곤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지에 대한 책이다. 즉 ‘개발의 경제학’이 그동안 놓쳐온 것과 국제원조의 성공/실패 사례들을 분석하고 ‘좀더 효율적으로 밑바닥 10억 명을 생존선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것이 이 책이다. 그런데..

딸기네 책방 2010.03.10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책은 훌륭한데 번역이 GR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루츠 판 다이크. 데니스 도에 타마클로에 그림. 안인희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원래 독일에서 청소년을 위한 아프리카 역사책으로 쓰인 것이라 한다. 책은 아주아주아주 훌륭하다. 아프리카라는 거대한 땅덩이의 기나긴 역사를 훑되, 기계적으로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테마들을 잡아서 흥미롭게 풀어간다. 대략적인 시대 순서로 아프리카의 역사를 전하면서 중간중간에 아프리카인들의 목소리를 넣었다. 거기에다가 멋진 그림으로 그려진 인물 그림들. 무엇보다, 아프리카를 ‘대충 한 덩어리’로 취급하지 않고 여러 곳의 사정을 ‘간략하면서도 충실하게’ 담아낸 것이 놀라울 정도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 지도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스크랩해두었다. 뒷부분에는 ‘오늘날의 아프리카’가 안고 있는..

딸기네 책방 2010.03.05

제국에 반대하고 야만인을 예찬하다

제국에 반대하고 야만인을 예찬하다 In Praise of Barbarians 마이크 데이비스 저 | 유나영 역 | 이후 마이크 데이비스의 책은 되도록이면 나오는 대로 읽어보려 하고 있다. 국내에 출간된 것들 중에서는 , , 을 읽었는데 시의적절하게 주제를 잘 잡아서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 저술가다. 잘은 모르지만, 우석훈 같은 사람이라 하려나? 물론 데이비스가 우석훈보다는 훨씬 세계적으로 유명한 좌파 역사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이고 글쟁이라 해야겠지만. 이 책은 데이비스가 진보적인 매체에 썼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미국 진보주의의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맨 뒤편에 실린 ‘60년대 거리의 추억’ 같은 것들이 재미나게 다가올 것이고, 미국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번번이 실패하지만 맥이 끊어지지..

딸기네 책방 2010.02.26

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

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 The Shackled Continent(2004) 로버트 게스트 저/김은수 역 | 지식의날개(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아프리카에 대해 국내에 출간돼 있는 책들을 다 보지는 못했어도, 관심 있는 주제여서 무엇이 나왔는지는 대략 훑어본다. 뭐,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다. 아프리카의 역사를 다룬 책은 거의 없으니까. 근래 유행하는 여행기 종류로는 몇 종 나와 있다. 김모 PD의 책은 얼핏 서점에서 훑어보니 눈길을 끌긴 하는데 나처럼 ‘일’로 아프리카 정보를 얻어야 하는 사람들이 골라서 볼 책은 아닌 것 같다. 황학주 선생님의 책들은 사진과 글이 좋지만 역시나 여행기 혹은 에세이 성격이다. 이산출판사에서 나온 존 아일리프의 는 매우 훌륭한 책이다. ‘제대로 된’ 아프리카..

딸기네 책방 2010.02.26

내 안의 물고기

내 안의 물고기 : 물고기에서 인간까지, 35억 년 진화의 비밀 닐 슈빈 저/김명남 역 | 김영사 | 원서 : Your Inner Fish 어머니 바다에서 태어난 생물은 언제 처음 뭍으로 올라왔을까. 그들은 어떻게 뭍에서 살 수 있는 다리를 갖게 되었을까. 박테리아에서 사람에 이르는 38억년간의 기나긴 진화과정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고생물학자들은 화석을 통해 생물의 지나온 역사를 복원한다. 복원되지 않은 채 빠뜨려진 부분을 ‘잃어버린 고리’라고 흔히 부른다. ‘물에서 뭍으로’ 동물의 이동을 보여주는 화석도 그런 ‘잃어버린 고리’들 중의 하나였다. (이 책의 저자는 '잃어버린 고리'가 아닌 '찾아낸 고리'라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2006년 4월, 북극에서 가까운 캐나다 북부에서 발견된 3억8000만~..

루브르는 프랑스 박물관인가 -약탈문화재에 대한 쉬운 해설서

루브르는 프랑스 박물관인가 이보아 저 | 민연 약탈 문화재 논란에 대해 쉬우면서도 개념 있게 설명한다. 엘긴 마블스, 로제타스톤으로 시작되는 고대 유적·유물, 나치의 치밀한 문화재 약탈·파괴공작, 약탈 문화재를 둘러싼 ‘문화 민족주의’와 ‘국제주의’의 대립, 그리고 외규장곽 도서를 비롯한 한국의 빼앗긴 문화재 실태와 반환운동에 대해서까지 폭넓게 다뤘다. 약탈 문화재 그림들과 유명 박물관에 대한 설명들이 곁들여져 있어 읽을거리 겸 볼거리가 된다. 단점이 있다면, 저자가 자기 박사논문을 풀어서 좀 손쉽게 책으로 만들었다는 느낌. 어떤 때는 ‘보론’ 해가면서 학술서적 쓰듯이 했고, 어떤 때는 ‘미술 읽어주는 여자’ 식으로 편안히 썼다. 그래도 내용은 꽤 알차고 좋다. 파르테논 신전은 13세기엔 그리스 정교회,..

딸기네 책방 2010.02.01

번식하는 책들(2)

이 책을 챙겨왔다. 일전에 로쟈님 소개글 보고서 맘속으로 찜해뒀던 책. 그리고 언제 볼까 싶지만, 그래도 일단은 쟁여둠.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 살까말까 예전부터 망설였던 책인데 마침 쌓여있네! 쟁여둠. 원제가 THE BOTTOM BILLION 이다. 나의 관심사 중의 하나. 요새 이런 책이 증말 많이 나오네? 너나없이 워킹푸어 혹은 노잡푸어인 현실... 원제가 Private Power, Public Law 인데 한국어판은 제목에서 점수를 까먹고 들어가네. 지젝... 아마 안 읽지 싶다 -_- 부제가 '아름다운 기초과학 산책'인데, 나중에 기분전환삼아 들춰봐야지. 현대 일본...

번식하는 책들(1)

오늘도 나의 책들은 번식을 한다! 오늘의 매개(숙주)는 바로 나다. 내가 책 번식 바이러스를 데리고다니며 이 녀석들을 날라왔다. 특히 이번엔, 간만에 맘에 드는 소설들을 건져왔다(언제 읽을지는 알수 없지만;;) 야근을 하다가 북리뷰 맡고있는 후배를 만나, 문화부 테이블에 가서 주워왔다. 앙꼬는 다 가져가고 겉절이만 남았다 해서 별 기대 없이 훑어봤는데, 내가 보기엔 넘 훌륭한 것들이 거기 있었다. 그 중 첫번째, 내 생에 꼽을 재미난 소설 중의 하나인,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의 작가 라픽 샤미의 책이다. 나온 줄도 모르고 있었네 -_-;; 이런 걸 다들 몰라서 안 가져갔다니... 내겐 너무 다행스런 일이다. 남아공 소설은 존 쿳시의 '포'를 본 것이 전부다. 기대! 모리스 블랑쇼... 잘 모르지만, 폼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