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울며 읽은 책.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김혜자. 오래된미래 탤런트 김혜자씨는 어릴때 눈이 하도 까맣고 커서 주변에서 “인도인 같다”고 했다고 한다. 그 얘기가 책에 나오는데, 할머니가 되었지만 김혜자씨 눈은 지금도 까맣고 크고 맑아보인다. 오드리 헵번이 늙어서도 살 안찌고 바싹 말라서 지적으로 보이고 순수해 보이고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젊었을 때 모습처럼 요정 같이 이뻤는데 김혜자씨도 그렇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꽃이 되었건 회초리가 되었건 몽둥이가 되었건, 때려도 되는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을까. 인도인처럼 크고 까만 눈을 한 최고의 배우, 김혜자씨의 책에는 크고 까만 눈을 한 아이들이 많이 나온다. 눈이 크고 까만 것마저도 슬프게 느껴지는, 슬픔과 고통에 빠져 있는 아이들, 진짜 인도 아이들도 있고 아프가니스탄의..

딸기네 책방 2006.05.29

[스크랩] 뮈모 괼리, 눈물의 저수지

뮈모 괼뤼- 지상의 고난의 호수 옛날에 무한한 존재들의 눈물이 끝없이 밤낮으로 흘렀는데, 그 까닭은 그 존재들, 신에서 생겨난 자들이 비참하게도 인간이라는 그릇의 자의에 복종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 어찌나 탄식하고, 어찌나 많은 한숨으로 평소에는 그리도 위엄 있는 천상의 공간들을 채웠던지, 빛으로 충만한 존재들마저도 그 비탄이 속으로 파고들어 더는 맡은 임무를 완수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자 아주 늙은 성스러운 아버지는 자신이 가장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존재인 쉬미(靈)를 불러 빛의 공간들에 만연한 슬픔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상의했다. 그러나 쉬미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결국, 깊이 고민한 끝에 쉬미는 암흑의 정령들을 불러 상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담한 자들의 이름 없는..

딸기네 책방 2006.05.24

토끼 울타리.

토끼 울타리.도리스 필킹턴. 김시현 옮김. 황금가지. 5/19 오랫동안 책꽂이에 꽂아만 두고 있다가 생각이 나서 회사에 들고 왔다. 퇴근길 전철 안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이 길지도 않거니와 재미가 있어서 후다닥 넘겼다. ‘혼혈아들을 원주민들 틈에 버려둘 수 없다’는 이유로 호주 백인들이 몰리 자매 세 소녀를 이름만 학교일뿐인 강제수용소에 넣었는데, 소녀들은 그곳을 탈출해 백인들이 쳐놓은 토끼막이 울타리를 따라 2400km를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이 소녀들은 ‘혼혈’이었고, 책에는 백인들이 얼마나 잔혹하게 혹은 무의식중에 원주민들을 죽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 있지 않다. 오히려 이 책 속의 백인들은 자기네들 멋대로 혼혈 소녀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고, 실제로 그런 측면도..

딸기네 책방 2006.05.19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그러나 잘 알지 못했던 세상의 몇 가지 사실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그러나 잘 알지 못했던 세상의 몇 가지 사실들 제시카 윌리엄스. 이혜리 옮김. 여름언덕 5/18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 실린 어떤 사실은 수치를 보면서도 믿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에 실린 어떤 사실을 계기로 우리의 생각이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생각이 세상을 향한 실천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가장 중요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책 출간되는 과정에서 새발의피를 빨아먹는 벼룩의 간의 1000분의1보다 좀 작은 기여를 했다는 이유로 출판사 관계자(?)께서 책을 보내주셨다. 표지 디자인 어색하고 중간중간 잘못된 부분, 예를 들면 스리랑카 사람을 사람 이름처럼 띄어쓰기까지 해서 ‘스리 란칸’으로 쓴 것이라든가 콩고민주..

딸기네 책방 2006.05.18

현대 일본의 역사- 그저 무난한 역사책

현대 일본의 역사 A Modern History of Japan: From Tokugawa Times to the Present앤드루 고든. 김우영 옮김. 이산 세미나용으로 샀는데 꽤 비싸다. 일본 근현대사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넘어가기 위해서 이 책을 교재로 골랐는데, 그런 용도로 볼 때엔 나쁘지 않았다. 미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는 일본사를 ‘근대성’과 ‘연관성’이라는 맥락에서 조명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서문에서 밝혔는데, 사실 이 책에서 가장 멋진 부분은 한국어판 서문을 비롯한 저자 서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일본적인 특성과 근대성 사이의 무게중심을 바꾸기 위해 이 책에 A Modern History of Japan 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제목은 일본이라는 장소에서 전개된 특별히 ‘근대적..

딸기네 책방 2006.05.18

전쟁 대행 주식회사- 우리가 고민할 또다른 주제

전쟁 대행 주식회사피터 W 싱어. 유강은 옮김. 지식의풍경. 아프리카에 가면서 들고 갔었다. 시에라리온 방문 때 몇몇 사람들이 “유엔이 주장하는대로 반군들은 정말로 모두 무기를 버렸는가”라는 질문들을 했었는데, 공식적으로는 유엔 평화유지군이 반군들을 무장해제시킨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대행사’들이 들어와서 압도적인 무장력으로 전황을 ‘정리’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책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정권 때 설치던 군바리들이 아파르트헤이트 무너진 뒤에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즈라는 전쟁대행사를 만들었는데 이들이 들어와서 정부군을 대신해 반군들을 정리(어떻게 하는게 정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인 저자가 여러 자료와 ‘소문’들을 종합해 전쟁대행회사들 실태를 정리해..

딸기네 책방 2006.04.13

재레드 다이아몬드, 문명의 붕괴- 마지막 한 그루를 베어낸 사람은.

문명의 붕괴 Collapse: How Socities Choose to Fail or Succeed재레드 다이아몬드. 김영사 ‘총, 균, 쇠’를 통해 다이아몬드의 팬이 됐기 때문에 이 책도 출간된 지 얼마 안됐을 때 구매해놓았는데, 책이 두껍기도 하거니와 이런저런 바쁜 사정들 때문에 정작 읽는 것이 늦어졌다. 이스터섬이 환경 재앙 때문에 붕괴했다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다이아몬드는 이런 종류(환경재앙으로 인한 한 사회의 붕괴)의 이야기들을 사례 중심으로 충실하게 엮었다. 프롤로그에 밝힌 것처럼 ‘오늘 우리가 정글에 감추어진 마야 도시들의 유적을 보듯이 미래의 관광객들이 뼈대만 앙상히 남은 뉴욕의 마천루를 지켜보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에서 저자의 작업은 시작된다. 한때 휘황찬란했던, 혹은 적어..

딸기네 책방 2006.04.04

악마의 눈물, 석유의 역사- 저술이건 번역이건 이 정도면.

악마의 눈물, 석유의 역사귄터 바루디오. 최은아/조우호/정항균 옮김. 뿌리와이파리 이 책 저 책 한번에 펼쳐놓고 질질 끌며 읽는 버릇이 있기는 하지만, 한번 잡은 책은 (언젠가는) 끝까지 읽는 습관을 갖고 있다. 그래야 독서카드에 적을 수가 있고, 그래야 내 독서 ‘실적’이 올라가기 때문에라도 끝까지 읽는다. 여러개의 논문이 실린 책이면 골라서 읽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훑는다. 그런데 이 책은-- 포기해야겠다. 따라서 이 글은, 독후감이 아닌 ‘독서중단감’이 되겠다. 증말 웬만하면 참고 읽으려고 했다. 왜냐? 책값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2만5000원. 알라딘 할인가격으로 샀으니 2만2500원. 하드커버에 가운뎃줄도 달렸다. 제목도 멋지다. ‘악마의 눈물, 석유의 역사’. 그런 연유로 무..

딸기네 책방 2006.03.13

유전자, 사람, 그리고 언어- 꼼꼼하게 공부하며 읽어야 할 책

유전자, 사람, 그리고 언어 루이기 루카 카발리-스포르차 지음, 이정호 옮김, 지호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읽을 때 매우 찬탄하면서 그 바탕이 된 윌리엄 맥닐의 책과 카발리-스포르차의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나오지 않았거나 절판됐던 두 사람의 책이 작년에 잇달아 출간됐다. 전자는 ‘전염병의 세계사’이고 후자는 바로 이 책 ‘유전자, 사람, 그리고 언어’다. 말하자면 이 책들은 세트로 묶어서 함께 공부하면 좋은 것들이다. 맥닐의 책은 다이아몬드가 언급했던 ‘주저(主著)’에 해당되고, 카발리-스포르차의 이 책은 주저라기보다는 강연 원고를 정리한 것이다. 1994년 미국에서 출간됐다는 ‘인간 유전자들의 역사와 지리학’을 읽을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 책은 번역돼 나오지 않았으니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