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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사냥꾼- 제약산업의 이면

딸기21 2006. 10. 2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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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사냥꾼 The Body Hunters 
소니아 샤 (지은이) | 정해영 (옮긴이) | 마티 | 2006-10-01


제약회사들은 임상실험을 한다. 미 식품의약국(FDA)가 그걸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상실험이란 때로는 위험하고, 때로는 효과가 없고, 때로는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제약회사들은 ‘인도로 간다’. 황우석 파동 때 난자 공여 문제를 둘러싸고 윤리 문제로 시끄러웠는데, 임상실험 문제도 같은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여기에는 부국과 빈국의 문제, 부자와 빈자의 문제, 그리고 때로는 인종문제 같은 것들이 얽혀 있어서 더 복잡하다. 


비단 임상실험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저개발국 그리고 부국 내 빈자들의 건강 문제에는 참 여러 가지 요인들이 겹쳐져 있다. 참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가난하고 아파도 치료 못 받는 사람들에게 거대제약회사들 혹은 그들의 대리인들이 다가와 제안을 한다. “이 약을 먹어볼래? 나으면 좋은 거고, 안 나으면 할 수 없지.” 때로는 이 과정에서 ‘설명’이나 ‘동의’가 빠지기도 하고, 여러 가지 절차적인 문제, 그러나 어쩌면 핵심적일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들이 발생한다. 

제약회사들, 몇 년 전부터 아주 약간 관심이 있어서 외신 기사들을 눈여겨보곤 하는데, 분명 문제는 많다. 비아그라 만들어서 선진국 남자들 돈 후려내지 말고 저렴한 말라리아 약을 만들어라, 라고 하면 한쪽에선 “발기부전이 얼마나 심각한 병인데, 니가 걸려봤어?” 할지 모르겠다. 양쪽 다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제약회사들이 임상실험 안 하면 어떻게 약을 만들어, 그거 막는 것도 다 님비 아니야? 
하지만 병 걸려서 죽을 날 바라보는 사람한테 살려줄 듯 꾀어서 위약 먹이는 건 넘 잔인한 짓이야. 
그게 뭐 그렇게 나빠, 죽을 사람인데, 좀 잔인할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큰 도움 되는 거잖아. 
가난한 아프리카 나라에서 어차피 치료도 못 받을 사람들인데 위약을 주건 뭘 주건, 몇 명이라도 혜택을 볼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냐? 
하지만 나이지리아나 캄보디아 사람들 상대로 실험해서 만든 비싼 약 선진국 부자들한테만 팔 거잖아? 
그러면 그 나라에서도 치료 안 해주는 사람들을 민간 기업더러 치료해주라는 거야?
 

책 표지는 영 우습다. ‘거대 제약회사의 추악한 얼굴’ ‘미국과 유럽의 제약회사가 벌이는 인체 실험은 나치와 일제의 실험보다 윤리적인가?’ 시커먼 표지에 이런 선동적인 문장들이 막 써있다. 책은 거대제약회사들의 인체 대상 임상실험이 치러지는 방식과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한국어판 표지의 선동적인 문장들이 주는 느낌과 달리, 저자는 매우 충격적인 사례들을 들고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몸을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몸을 사물화 한다는 것은 마땅히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우리의 감성에 상처를 준다. 실험은 우리를 비인간화시킨다. 피험자는 더 이상 기분도 스타일도 습관도 생각도 없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단지 너절한 기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너무 한가한 소리인가? 병 걸려 죽어가는 사람이 있고, 몸 팔아 제약업체에 인간모르모트 되어주고 연명해야 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하는데. “그렇지만 의약품은 일용품이 아니라 사회재이며 의약품 개발은 인간에 대한 실험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사실로 남아 있는 한 우리는 그것을 올바르고 정당하게 행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제약회사들과 의료계 종사자들의 거센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논란의 여지가 많아 옳다 그르다 잘라말하기 힘든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책은 참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어떤 원리원칙보다는 케이스들 중심으로 논지를 전개해 간다. 명확하지 못한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읽을만했다. 윤리논란은 차치하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의 무시 못 할 한 부분, ‘약과 몸’이라는 부분이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떻게 관리되고 이용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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