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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미래- 칭찬도 시니컬하게

딸기21 2006. 11. 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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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uture Of Life. 

Edward O. Wilson. VINTAGE



여름휴가 때 폼 잡으려고 들고 갔다가 당연히 다 못 읽고,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야금야금, 꽤 재미있게, 끝을 냈다. 한번 훑어보긴 했지만 워낙 단어가 딸려서;; 다 이해했다고 말은 못하겠다. 책은 생물다양성을 보호하자는 내용인데 멸종 위기 동식물 구체적인 케이스들과 보존운동을 꼼꼼히 설명하고 있다. 


‘에드워드 윌슨’ 이라는 이름이 주는 모종의 관념이 있다. 이 사람에 대한 글 토막들은 여러번 봤고(교양 수준의 생물학 책 중에서 윌슨 이름 한번 나오지 않는 책을 찾기는 힘들다) 윌슨의 저작을 직접 읽은 것은 ‘통섭’ 이래 이번이 겨우 두 번째다. 그러니 내가 윌슨에 대해 안다 모른다 말할 게재는 전혀 아닙니다만..,, 이 책은 아무래도 주요 저작이라기보다는 ‘소품’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윌슨의 학문적 경지를 군데군데에서 느낄 수는 있지만(더불어 생물학의 틀을 넘어선 그 박학다식함이란) 매스미디어에 실리는 에세이 성격이 강한 글들로 이뤄져 있다. 

 

윌슨의 문체는 다소 시니컬하다. 시니컬한 재치 혹은 재치 있는 냉소 - 리처드 도킨스와 조금 톤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번번이 읽는 사람 키득거리게 만드는. 그런데 문체는 쌀쌀맞지만 윌슨이 말하는 내용은 시니컬하지 않다. 


이 책의 서론 격인 ‘소로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윌슨은 고전적인 자연주의자들과 자신의 경계선을 분명히 밝힌다. 윌슨은 “사람은 누구나 자연과 생명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바이오필리아 biophilia 는 ‘무턱대고 사랑’ 이런 것과는 좀 다르다. 어디까지나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근거가 있는’ 자연사랑이 되겠다(물론 자세한 내용은 이 책에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왜냐? 이 책은 진화생물학 책이 아니라 자연보호 책이기 때문에). 윌슨이라는 사람은, 꽤나 깐깐하고 치밀하고 고집 세고 성격에서나 학식에서나 한 끗발 하는 이 학자는, 생명사랑 자연보호 당위성을 그렇게 인간의 본능으로 승격시킨다. 


소로와의 경계선을 보든, 기술낙관론을 보든 윌슨은 환경보호운동가가 아니라 말 그대로 ‘과학자’다. 환경운동가들의 ‘격문’과 다르게 ‘윌슨 식으로’ 환경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책은 제법 재미있다. 지구온난화에만 신경쓴다 하지 말고 생물다양성에도 좀 관심을 가져보란 말이야! 어떤 환경론자들이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겠다. 윌슨은 어쩐지 자연보호 하는 사람들 안 좋아하고 무시할 것 같지만... 역시나 윌슨은 ‘위대한 학자’인 것 같다. 


마지막 부분, “정치적으로 올바른 소리 한다는 비아냥 들을지 모르겠지만 그걸 감수하고라도, 환경운동 한다는 자들에 대해서 내가 칭찬 좀 하고 넘어가야겠다” 하는 구절은 정말 재미있었다. 


“성난 꿀벌처럼 세계무역기구나 세계은행, 세계경제포럼 회의장에 모여드는 환경운동가들, 때론 바다거북 모양 옷차림 하고 피켓 들고 나타나 목소리 높이는 저 그룹, 그들의 지혜는 어떤 찬송보다도 깊고 권력 가진 어떤 자들보다도 강하다.” 


칭찬도 시니컬하게, 그러면서도 뜨겁게! 다른 건 차치하고 일단 이 문체는 매우매우 맘에 든다. 랄랄라. 인간의 habitat preference를 설명하면서 사바나를 언급한 부분, 남북한 DMZ를 생태공원으로 만들자고 한 부분, 신드바드의 로크새 부분도 내 관심사랑 연결돼 있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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