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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구조- 이번에도 엘러건트.

딸기21 2006. 10. 2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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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구조  The Fabric of the Cosmos (2004)

브라이언 그린 (지은이) | 박병철 (옮긴이) | 승산 | 2005-06-24



“지금까지 나는 시공간의 초미세 구조에 대하여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간접적인 증거를 제시해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물론 아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시공간의 근본적인 구성요소를 규명하라고 하면, 지금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자신감도 줄어들 판이다.” (653쪽)

 

책 표지에 자랑스레 써있는 구절- ‘엘러건트 유니버스의 저자 브라이언 그린’. 그 저자 그 출판사 그 번역자, 내가 이 책을 사서 읽은 것도 ‘엘러건트 유니버스의 저자 브라이언 그린’이 쓴 책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부제 ‘시간과 공간, 그 근원을 찾아서’ 라고 돼 있는 것처럼 내용은 시공간의 실체에 관한 것이고, 주인공은 역시나 끈이론이다. 시공간의 실체에 관한 것이라고 하니, 좀 어폐가 있긴 하다. 시공간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인가? 시공간이란 대체 무엇인가? 저자는 예의 그 재미난 비유로, 시공간을 빵 덩어리로 만들어서는 톱니 달린 빵칼로 쓱싹쓱싹 썰어 보인다. 이쪽으로 비스듬히 썰면 과거, 이렇게 비스듬히 썰면 타임머신 타는 거야, 어때, 2차원으로 그리니 감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이해는 가지? 이렇게 중간 중간 되짚기도 하고 빗대기도 하고 농담도 던지면서 말이다. 


요는, 원제의 Fabric 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우주에는 뭔가 씨실 날실 같은 ‘구성 성분’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이고, 시공간의 구성성분이 뭔가가 있는 것 같다는 것인데 저자도 단언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말이다, 이 초끈 이론이라는 것을 내가 이해할 수가 있겠냐고. 시간과 공간이란 정말 어렵다. 브라이언 그린조차도 저렇게 고백하는데 무지한 내게 차원, 그것도 ‘여분의 차원’은 정말 너무하다. 이 독자야말로, 그동안 과학책들 심심풀이로 읽으면서 얻은 쿼크만한 자신감도 줄어들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재밌었다. 멋지지 않아? 홀로그램 같은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니, 양자가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고, 어딘가에 이 우주와 비슷하지만 다른 평행우주라는 또 다른 가능성이 열려 있을 수 있다니, ‘웜홀’이라는 녀석은 공간의 터널이자 시간의 터널이 될 수 있다니, 클라크가 말한 것 같은 절대정신(자아), 혹은 쿠르드 신화에 나오는 것 같은 편재하는 신의 존재, 우주적 정신, 그런 비유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다니!

 

저자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익숙한 세계관 익숙한 생각’으로 우주를 생각하고 시공간을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라!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들(뉴턴물리학의 세계)을 기준으로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바라보면 안 된다, 양자역학과 아인슈타인의 행복한 만남을 위해서 우리는 모든 상식을 버려야 한다! 브라이언 그린 식의 농담따먹기 때문이 아니라, ‘유년기의 끝’에 나오는 절대정신 같은 것을, 시공간의 빵칼을 상상하느라고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