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그래도 하루키.

회전목마의 데드 히트 回轉木馬のデシド.ヒ―ト (198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은이) | 권남희 (옮긴이) | 창해 | 2004-10-05 올해 읽은 첫 책...치고는 썰렁하기도 하다.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하루키식의 희한한 제목에, 뭐 믿고 이렇게 얇은 책에 8000원이나 붙였나 싶은, 하드커버의 이쁜 소설집. 출판사가 ‘믿은’ 것은 더도 덜도 아니고 무.라.카.미.하.루.키.라는 이름 일곱글자였겠지. 재미없었냐고? 이 책, 별로 재밌는 책도 아니고 제대로 된 소설도 아닌데, 그런데도 이 작은 소설집을 순식간에 넘기면서 이런 생각들을 했다. 역시 하루키야, 재미없다고 해도 하루키는 하루키, 어쨌든 빨리빨리 읽히는 것을 보면. 내가 하루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별로 극적이지도 않고 치밀하지도 않은 단편 몇..

딸기네 책방 2006.01.20

책 읽어 주세요, 아빠! - 아빠, 책 읽어주라니깐!

책 읽어 주세요, 아빠! 니콜라스미 (지은이), 김서정 (옮긴이) | 프뢰벨(베틀북) 아마 다른 집에서도 그렇겠지만, 우리 집에서도 책 읽어주는 건 엄마인 내 몫이다. '엄마가 읽어준다'는 것에 대해 특별히 불만은 없지만, 그리고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솔직히 졸리다. 요새 꼼꼼이가 책읽기에 재미가 들려서 자기 전에 '되게 많이 읽어주세요' 하는데 몇권을 읽어줄지를 놓고 밤마다 실랑이를 벌인다. 난 새벽에 출근을 하기 때문에 늘 피곤하다. 지난 10여년간 졸린 상태로 세상을 살아왔다 -_- 그래서 책 읽어주다 말고 막 졸고, 잠꼬대 섞인 헛소리꺼정... ㅠ.ㅠ 그러니 이 책의 제목을 본 순간,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불역열호아~). 그림도 귀엽고 내용도 귀엽고 ..

딸기네 책방 2006.01.20

눈보라 속의 쥐 의사 선생님- 소박하고 재미있는 일본 그림책

요새 우리나라 그림책들도 이쁘고 수준 높고 좋은게 굉장히 많은데, 이상하게 우리나라 그림책들은 일러스트레이션이 굉장히 강한 대신에 스토리텔링은 상투적인 게 대부분인 듯. 이 책, '눈보라 속의 쥐 의사 선생님'은 일본에 있을 때 봤었는데 '구리와 구라' 시리즈처럼 그림이 참 소박하다(실제로 '구리와 구라' 시리즈와 이 책은 같은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을 그렸다). 기초 데생이 탄탄한 화가가 아이들 보라고 단순하고 코믹하게 그린 듯한 그런 그림인데, 화려한 것하고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내용은 짧으면서도 스토리 구성이 단단하고 재미가 있다. 그런 걸 보면, 아무리 '그림책은 그림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역시 '책'인 바에야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딸기네 책방 2006.01.20

꿈의 궁전- 재미없는 명작?

꿈의 궁전 Le Palais Des Re`ves이스마일 카다레. 장석훈 옮김. 문학동네 “오래 전부터 나는 지옥을 형상화하고 싶었다. 지옥은 법이 탄생한 곳이자 인류의 첫 형법이다.” 지옥은 어떤 곳일까. 카다레는 생각보다 굉장히 단순해 나처럼 기대에 부풀어있던 독자를 오히려 황당하게 만든 이 소설에서 ‘사람의 꿈마저도 통제하는 곳이 바로 지옥’이라고 말한다. 알바니아 출신 작가인 카다레는 이 소설에서 투르크의 넓고 어두운 궁전을 배경으로 꿈까지 감시하는 거대한 제국을 그려냈지만 전체주의를 풍자한 것 치고는 너무 단순하고, 정확히 말하면 ‘재미가 없었다’. 카다레가 작년에 인터내셔널 맨 부커스 상을 받았다고 외신들이 크게 떠들었는데, 유럽인들이 좋아할만한 책인 듯 싶기는 하다. 알바니아, 유럽 ‘내부의 ..

딸기네 책방 2006.01.18

내 이름은 빨강- 소설 중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 1, 2 Benim Adim Kirmizi (1998) 오르한 파묵 (지은이) | 이난아 (옮긴이) | 민음사 | 2004-04-23 진짜 맘에 드는 소설 하나를 만났다. 진정한 이야기, 심오하고 풍요로운 소설, 매혹 그 자체. 지나친 찬사인가? 나 혼자 좋아하는 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아마도 최근 몇 년간 미국이나 유럽의 언론들이 열광에 열광을 보냈던 ‘덜 서구적인’ 작가를 꼽자면 이스마일 카다레와 오르한 파묵 두 사람일텐데, 지난 연말에 읽은 카다레의 ‘꿈의 궁전’과 비교해서도 ‘내 이름은 빨강’은 소설 중의 소설이다. 유행 타는 파울로 코엘료나 다빈치 코드 류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고, 적당히 즐거운 일본 소설들하고도 깊이와 넓이와 모양이 완전히 다르다. ‘액자소설’이라는 말..

딸기네 책방 2006.01.17

낭만과 전설이 숨쉬는 독일 기행- 괜찮은 듯 부족한 여행기

낭만과 전설이 숨쉬는 독일 기행 이민수 (지은이) | 예담 | 2002-08-10 ‘무엇무엇이 어쩌구한 어디어디 기행’. 예담의 이 시리즈를 여러 권 가지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시리즈에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꼭 당연하지는 않은 것이, 그 두 가지는 아주 밀접하게 이어져있기 때문이다. - 장점: 분위기가 괜찮다. 볼거리 맛집 찍고 찍고 하게끔 만든 여행안내서들과는 다른 품격이 있다. 나름대로 저자들의 수준이 높고 문화적 지적인 냄새가 폴폴 풍긴다. - 단점: 아무리 여행안내서가 아닌 ‘우아한 기행문’이라고 해도, 기본 정보조차 담고 있지 않다. 면적 인구 역사 기후 등등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하다. ‘이 곳에 대해 잘 아는 이들만 이 책을 보시오’ 하는 식이다. 그런데 그곳에 대해 ..

딸기네 책방 2006.01.10

하룬과 이야기바다- 천일야화의 슬픈 오마주.

하룬과 이야기 바다 Haroun and The Sea of Stories 살만 루슈디 (지은이) | 김석희 (옮긴이) | 달리(이레) 살만 루시디라면 너무나 유명한 인물인데다, 내가 그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만해도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 전의 일이다. 하지만 ‘악마의 시’라든가 ‘한밤중의 아이들’ 같은 책을 읽어보지 못한 상태이고, 이 책 ‘하룬과 이야기바다’가 내가 읽은 루시디의 첫 책이다. 한 문장으로 말하면 ‘아라비안나이트의 슬픈 오마주’가 되겠다. 타이틀롤을 비롯해 곳곳이 천일야화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주인공 이름은 하룬이고, 아버지의 이름은 라시드이다. 그들의 ‘성(姓)’은 ‘칼리파’로 나오는데 종합하면 ‘칼리파 하룬 알 라시드’가 되겠다. 위대한 하룬 알 라시드는 물론 천일야화의..

딸기네 책방 2006.01.10

올해 독서계획

올해 독서계획두서없음. 사놓고 읽지 못한 것들부터. 존 필저, 제국의 지배자들정덕구, 거대 중국과의 대화브라이언 그린, 우주의 구조재러드 다이아몬드, 문명의 붕괴다니엘 네틀, 사라져가는 목소리들볼프강 벤츠,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제시카 윌리엄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그러나 잘 알지 못했던 세상의 몇가지 사실들잭 웨더포드, 징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케네스 데이비스,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칼 세이건, 코스모스니시카와 나가오, 국민이라는 괴물마리 꽁브끄, 비폭력나카노 도시오, 오쓰카 히사오와 마루야마 마사오에드위 플레넬, 정복자의 시선윌리엄 스티븐스, 인간은 기후를 지배할 수 있을까루이기 카발리-스포르차, 유전자 사람 그리고 언어에드워드 윌슨, The Future Of Life제임스 글릭,..

딸기네 책방 2006.01.03

까만 네리노.

꼼꼼이가 느무느무 좋아하는 책. 색깔 이야기라고 보기엔 너무 까맣다. 온통 까맣다. 네리노는 까맣다. 너무 까매서, 어두운데 들어가면 안 보인다. 눈만 보인다. 형들은 까맣지 않다. 네리노가 너무 까맣다고, 안 놀아준다. 네리노는 외톨이. 그런데 고운 빛깔 자랑하던 형들이 사람에게 잡혀가서 새장에 갇혔다. 네리노는 깜깜한 밤에 형들을 구해준다. 그리하여 네리노는 형들에게 사랑받으며 잘 살았다~~ 스토리 단순, 그림도 단순. 귀엽다. 아마존에 있는 독일어판 표지 꼼꼼이는 겁이 너무 많아서, 깜깜한 곳을 너무 무서워한다. 깜깜한 장면이 나오는 책도 싫어했다. 엄마가 일하고 돌아와서 유치원에 꼼꼼이를 데리러 가는데, 요즘 같은 철이면 아이는 해가 꼴딱 져서 깜깜해질 때까지 유치원에 있어야 한다. 유치원에서 집..

딸기네 책방 2005.12.01

악마의 사도

악마의 사도 A Devil's Chaplain (2003) 리처드 도킨스. 이한음 옮김. 바다출판사 책 읽으면서 하도 키득거리니까 옆자리 선배가 대체 무슨 일이냐며 궁금해하다가, 비웃다가... 이토록 나를 웃긴 책. 최근 몇년간 읽은 책들 중에서 날 가장 많이 웃게 만든 책이라면 단연 이 책이다. 이름하여 ‘악마의 사도’. 저자는 리처드 도킨스이고, 책 제목은 다윈의 글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런 거창한 이름들을 들먹이면서 ‘웃기고 재미난 책’이라고 하면 외려 날 이상하게 볼 주변인(말 그대로 주변 사람들)들도 있겠지만, 허나 어쩌랴. 사실인 것을. 정말 웃기고 재미있다. 책이 너무 맘에 들어서 괜히 흥분해 리뷰를 도저히 할 수 없다, 라고 하면 될까. 이 재미난 책에 쓸데없는 나의 감상 따위를 덧붙여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