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스크랩] 이탈로 칼비노, '도둑들만 사는 나라'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더니, 알라딘의 어느 분이 이런 단편을 알려주셨습니다. 재미있어요. 한번 읽어보세요.) Italo Calvino ‘ The Black Sheep ’ There was once a country where everyone was a thief. At night each inhabitant went out armed with a crowbar and a lantern, and broke into a neighbour‘s house. On returning at dawn, loaded down with booty, he would find that his own house had been burgled as well. And so everyone lived in h..

딸기네 책방 2005.09.26

이탈로 칼비노, 나무 위의 남작

나무 위의 남작 Il Barone Rampante (1997) 이탈로 칼비노 (지은이) | 이현경 (옮긴이) | 민음사 | 2004-08-10 읽기도 전에, 마치 이 작품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탈로 칼비노의 작품이라고는 한두 편 밖에 읽지 못했고, 작가의 이력에 대해서도 별반 아는 바가 없는 주제에 말이다. 이 작품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었다기보다는, 많이 상상하고 기대했다는 편이 맞겠다. 처음 칼비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습지만 소설이 아닌 조너선 스펜스의 역사책(‘칸의 제국’)을 통해서였다. 그 책에 인용된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한 구절이 맘에 들어, 인터넷에서 꽤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다운받아 훑어봤었다. 나의 생각과 달리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 SF문학으로 ..

딸기네 책방 2005.09.21

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Damals War Es Friedrich (1980)한스 페터 리히터 (지은이) | 배정희 (옮긴이) | 보물창고 | 2005-08-25 알라딘의 어느 분 서재에 들렀다가 이 책이 새로 나온 걸 알게 됐다. 댓글 달다가, 혼자 괜히 감격해서 이렇게 주절거린다. 감격해버렸다. 이렇게 반가울데가.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책, 내 머릿속 책꽂이의 어느 한부분을 아프게 누르고 있는 책 중의 하나다. 벌써 몇년 째 잊고 있었지만, 이렇게 제목을 들으니 다시 머리 속에 멍이 드는 듯한, 종이에 잉크가 번져나가듯 그렇게 멍울 같은 것이 퍼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어릴 적 동서출판사에서 나왔던 에이브 문고 중에 저 책이 있었다. 에이브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당연..

딸기네 책방 2005.09.21

[스크랩] 폭격의 역사-지옥의 묵시록

폭격의 역사 A History of Bombing 스벤 린드크비스트 (지은이) | 김남섭 (옮긴이) | 한겨레출판 | 2003-02-25 때로는 재미있게, 때로는 심각하게 읽었다. 찬찬히 생각을 정리해보면 좋겠지만, 진지하게 리뷰를 올릴 정신이 없네. 36 퀴비에의 소멸 개념은 동시대인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마지막 인간’(1806)을 최초로 쓴 사람은 프랑스인 작가 쿠쟁 드 그랭비어였다. 그의 소설에서 태양은 어슴푸레해지고, 지구는 나이를 먹고, 인간들은 점점 더 기진맥진해져 완전히 지쳐버린다. 생식 가능한 마지막 남자는 비행선으로 생식 가능한 마지막 여자와 짝을 짓기 위해 브라질로 날아간다. 그러나 문명의 마지막 조종은 이미 울렸다. 그 심장부인 파리는 숨을 멈췄다. 모든 것은 붕괴하고 사막으로 ..

딸기네 책방 2005.09.15

동물원에 대한 책 2권

동물원이 나오는 그림책 2권을 읽었다. 한권은 욕하면서 봤다. 꼼꼼이랑 같이 보다가 열받음. 또 한권은, 머리를 식혀주는 정반대의 동물원 이야기. 나는 동물원에 가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동물을 좋아하든 동물원을 좋아하든, 동물원에 한번이라도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봤을 법한 얘기. 이글라우로 간 악어. 야노쉬 지음. 시공주니어. 아, 정말 황당했다. 예쁜 그림책을 내 눈으로 보고 내 손으로 골라서 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럴 일이 통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집에 아이 그림책이 이미 많아서, 내가 골라서 사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모두 주변 육아선배들에게 얻은 책들이다. 이 책도 그렇게 우리집에 들어왔다. 그림이 이뻐보여서, 선배 언니가 전해준 2박스 분량의 그림책들..

딸기네 책방 2005.09.15

전쟁의 풍경 속에, 역사의 잔인한 순환 속에

전쟁의 풍경 Paisajes de Guerra (1996) 후안 고이티솔로 (지은이) | 고인경 (옮긴이) | 실천문학사 | 2004-11-04 “알제리라고 하는 이 광활한 묘지에서, 우리의 발걸음은 닫혀 있던 무덤에서 열어젖혀진 무덤으로 걸어가 먼저 사상과 꿈과 말을 묻고, 그 다음 가진 것 없이 살다가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죽은 남자, 여자, 어린이들의 처형당한 시체를 묻고 있다.” “그 수가 많냐 적냐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들 순교를 한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이 있고, 동물처럼 이 게토에 영원히 갇혀 있습니다. 조금씩 죽어가는 생명을 느끼며 마음은 폭탄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다 언젠가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자살 테러 공격에 아무 무기나 들고 뛰어들 겁니다. 죽는 것에 대해선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딸기네 책방 2005.09.09

무함마드는 이렇게 말했다

무함마드는 이렇게 말했다 Mohammed (2002) 하르트무트 보브친. 염정용 옮김. 배철현 감수. 들녘(코기토) 책 제목이 좀 황당하다. 이 책은 무함마드의 언행록(하디스)도 아니고, 부제에 붙어 있는 것처럼 ‘이슬람교의 역사와 신화’를 다룬 책도 아니다. 서구의 기존 무함마드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뒤 이슬람 옛 문헌사료들을 통해 본 이슬람 초기 성립사를 간략하게 정리한 책이다. 이슬람교의 ‘역사와 신화’라는 말도 우습지만, 번역자의 수준이 높은 데에 비해 제목이 책의 가치를 많이 갉아먹는다. 200쪽이 채 안 되니, 분량이 많은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슬람 사료들을 빼곡히 인용해 무함마드의 행적과 이슬람교 초기 성립과정을 충실하게 재구성해낸다. 저자는 독일의 이슬람/아랍어문학자라고 하는데 기존 ..

딸기네 책방 2005.07.26

파시즘-열정과 광기의 정치 혁명

파시즘 The Anatomy of Fascism (2004) 로버트 O. 팩스턴 (지은이) | 손명희 | 최희영 (옮긴이) | 교양인 | 2005-01-10 파시즘 자체에 별반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유럽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지라, 유럽현대사 공부하는 셈 치고 읽었다. 실은 책을 다 읽은지 며칠이 지났는데, 독후감을 쓰기 전에 이 책의 ‘의미’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을 못했다. 왜냐? 휴가 받아 노느라... 그러고 나서 까먹어버렸다. 내가 분명 며칠전에 무슨 책 하나를 읽은 것 같은데 뭐였더라... 폼잡으려고 사무실 책상 내려앉도록 쌀가마니처럼 쌓아둔 하드커버 책들을 훑어보니 ‘파시즘’이 보였다. 이런, 까먹고 있었잖아. 책은 아주 묵직하다. 두껍고 자세하고..

딸기네 책방 2005.07.26

중동의 평화에 중동은 없다 - 촘스키의 젊은 시절 글들

중동의 평화에 중동은 없다 Middle East Illusions (2003) 아브람 노엄 촘스키 (지은이) | 송은경 (옮긴이) | 북폴리오 | 2005-03-07 책은 촘스키에 대한 책이 아니라 '촘스키가 쓴 책'인데 내 눈에는 책의 내용보다 촘스키가 더 많이 눈에 들어왔다. 1960년대부터 2002년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촘스키의 글들을 묶었다. 이-팔 문제에 대해 깊이 알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이 책을 찾아서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의 내용 중 절반 이상은 오래전에 쓰인 것들이고, 심지어 1979년 이란 혁명 이전의 상황을 담고 있다. ‘미국의 대테러 정책에 대한 촘스키 보고서’라는 부제는 잘못된 것이다. 이 책은 이-팔 문제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 두루두루 미국이..

딸기네 책방 2005.07.04

레벌루션 No.3- 소년특공대에 경의를 표함

레벌루션 No.3 Revolution No. 3 가네시로 카즈키 (지은이) | 김난주 (옮긴이) | 북폴리오 | 2006-02-10 ‘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읽고 감동받아 이 책을 읽어버리고야 말았다. 단 하루만에. 심신위축증에 걸린 만년부장 아저씨를 ‘플라잉 대디’로 만들어줬던 소년특공대, 바로 그들의 이야기다. 책은 옴니버스처럼 몇 개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돼 있다. 짜식들, 귀엽고 웃기고 발칙하다. 작가는 이 우스꽝스런 삼류고교 삼류인생 예정자들의 순진난만한 모험담을 펼쳐놓는 와중에 한마디씩 톡톡 폭탄알을 심어놓는다. 이 자그마한 폭탄들이 파열음을 내는 곳은 경직되고 계급화된 일본 사회이지만 내 눈엔 우리 사회도 남의 말 할 처지는 아닌 듯싶다. 내가 밟은 몇 개의 폭탄들. 헤헤헤, 알만하군. 순신은,..

딸기네 책방 200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