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일본의 역사 A Modern History of Japan: From Tokugawa Times to the Present
앤드루 고든. 김우영 옮김. 이산
세미나용으로 샀는데 꽤 비싸다. 일본 근현대사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넘어가기 위해서 이 책을 교재로 골랐는데, 그런 용도로 볼 때엔 나쁘지 않았다. 미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는 일본사를 ‘근대성’과 ‘연관성’이라는 맥락에서 조명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서문에서 밝혔는데, 사실 이 책에서 가장 멋진 부분은 한국어판 서문을 비롯한 저자 서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일본적인 특성과 근대성 사이의 무게중심을 바꾸기 위해 이 책에 A Modern History of Japan 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제목은 일본이라는 장소에서 전개된 특별히 ‘근대적인’ 이야기를 강조한다. 다시 말해 일본의 근대사는 세계의 근대사라는 더 큰 밑그림에서 떼어낼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의 화두는 연관성이다....
도쿠가와 체제는 내적인 요인 때문에 위기에 처했으나 그 붕괴를 촉진한 것은 국제환경의 변화였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의 발흥은 19세기와 20세기 일본에서 진행된 근대화 프로젝트와 관련된 문제이다. ... 국가간의 갈등, 그리고 국가 만들기를 열망하는 국민간의 갈등은 근대 세계사의 세 번째 차원이다.”
“근대사의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다양성은 연관성의 또다른 측면이다. 일본을 포함해 모든 지역의 역사는 세계사라는 더 큰 구도 위에서 펼쳐지는 변주곡이다.
... 이와 같은 일본 근대사의 뚜렷한 특징들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학자와 연구자들이 일본사를 유례없이 특이하거나 이국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 일은더 중요하다. 이런 특수성의 함정이 존재하는 데는 일본인 스스로가 ‘일본적인 것’을 정의하고 보존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사에 대한 개설서를 이전에 몇권 읽었는데, 내 경우는 창비에서 나온 ‘새로쓴 일본사’가 제일 명쾌·명료해서 좋았다. 이 책 ‘현대일본의 역사’은 저자가 앞서 인용한 ‘근대성과 연관성’이라는 생각의 틀을 유지하려고 애쓴 감은 있는데, 본문은 의외로 평이했다. 일본이라는 근대국가가 보여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 한 냉정한 시선은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이 씨실이라면 이산에서 나온 다른 책들, ‘번역과 일본의 근대’라든가 ‘도쿄 이야기’, ‘화려한 군주’ 같은 책들을 날실로 삼아서 디테일을 보완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딸기네 책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끼 울타리. (0) | 2006.05.19 |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그러나 잘 알지 못했던 세상의 몇 가지 사실들 (0) | 2006.05.18 |
전쟁 대행 주식회사- 우리가 고민할 또다른 주제 (0) | 2006.04.13 |
재레드 다이아몬드, 문명의 붕괴- 마지막 한 그루를 베어낸 사람은. (0) | 2006.04.04 |
악마의 눈물, 석유의 역사- 저술이건 번역이건 이 정도면. (0) | 2006.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