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77

존 파울즈가 죽었군요.

컬렉터는 보지 못했지만,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매우매우 재미있게 읽었더랬다. 잘은 모르지만, '영국식 음산함'과는 좀 다른 '프랑스식 적막함'이랄까. 뭐, 딱히 어느나라식인지를 따질 필요는 없을지도. 오늘자 BBC 기사입니다. 오비추어리(부고 기사)는 역시 뉴욕타임스가 짱인 듯. BBC의 오비추어리는 어쩐지 별로인 것 같지만. Writer John Fowles dies aged 79 Essex 출신. 옥스퍼드대학에서 불문학 전공. 교사생활 하다가 '컬렉터' 1963년 발표하면서 화려하게 등단. 'The Magus' 'The Collector' 등 대표작. 프랑스중위의 여자(1969년작) - 메릴 스트립과 제레미 아이언스 주연으로 영화화, 1981년 오스카상 노미네이트. It was seen as a ..

딸기네 책방 2005.11.08

[스크랩] 프란츠 홀러, '원시림 책상'

원시림 책상 프란츠 홀러 어떤 상인의 사무실에 마호가니 목재로 된 커다란 책상이 있었다. 이 사무실에 들어오기 위해 상인은 거의 전부 유리로 된 백화점의 맨 위층까지 매일 승강기를 타고 올라와야 했다. 상인은 마호가니 책상에 앉아 전세계로 전화를 하면서, 아프리카산 땅콩을 노르웨이에, 노르웨이산 고무장화를 아프리카에 팔았다. 그리고 저녁이면 컴퓨터로 이익을 따져보았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사무실 문을 잠그고 승강기를 타고 주차장으로 사라졌다. 그러면 사무실에 커다란 마호가니 책상만이 벽장, 고무나무와 함께 우두커니 남았다. 책상은 아마존 원시림에서 자른 마호가니로 만든 것이었다. 책상은 매일 밤 늙은 고무나무와 얘기를 나누면서 원시림에 대해 들려주었다. 책상은 또한 보름달의 아름다움과 나뭇가지 사이로 들..

딸기네 책방 2005.11.08

미야자와 겐지의 시 하나

雨ニモマケズ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켄지 宮澤賢治 雨ニモマケズ 비에도 지지 않고 風ニモマケズ 바람에도 지지 않고 雪ニモ夏ノ暑サニモマケヌ 눈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丈夫ナカラダヲモチ 튼튼한 몸을 갖고 慾ハナク 욕심은 없으며 決して瞋ラズ 결코 화내지 않으며 イツモシヅカニワラツテヰル 언제나 조용히 웃는다 一日ニ玄米四合ト 하루에 현미 네 홉과 味噌ト少シノ野菜ヲタベ 된장과 약간의 야채를 먹고 アラユルコトヲ 모든 일을 ジブンヲカンジヨウニ入レズニ 자신을 계산에 넣지 않고 ヨクミキキシワカリ 잘 보고 듣고 행하고 이해하며 ソシテワスレズ 그리고 잊지 않고 野原ノ松ノ林ノ蔭ノ 들판의 솔숲 그늘 少サナ萱ブキノ小屋ニヰテ 삼간초가에 살며 東ニ病?ノコドモアレバ 동쪽에 병든 아이 있으면 行ツテ看病シテヤリ 가서 간병해 주고..

딸기네 책방 2005.10.26

전염병의 세계사- 기대 만발 재미 만발

전염병의 세계사 Plagues and Peoples (1998)윌리엄 맥닐 (지은이) | 김우영 (옮긴이) | 이산 | 2005-09-30 아시아에서 시작된 조류독감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조류독감으로 740만명이 숨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예측을 내놓은 가운데, 얼마 전에는 1918년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스페인 독감'이 최근 발생한 아시아 조류독감과 매우 유사한 바이러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외신 보도가 뒤따랐다.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스페인독감을 일으킨 바이러스는 조류에서 파생됐으며, 인체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조류-인체 감염에서 인체-인체 감염으로 변질되면서 이 바이러스는 막대한 인명피해(2000만~5000만)를 냈다는..

딸기네 책방 2005.10.17

[스크랩] 이탈로 칼비노, '도둑들만 사는 나라'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더니, 알라딘의 어느 분이 이런 단편을 알려주셨습니다. 재미있어요. 한번 읽어보세요.) Italo Calvino ‘ The Black Sheep ’ There was once a country where everyone was a thief. At night each inhabitant went out armed with a crowbar and a lantern, and broke into a neighbour‘s house. On returning at dawn, loaded down with booty, he would find that his own house had been burgled as well. And so everyone lived in h..

딸기네 책방 2005.09.26

이탈로 칼비노, 나무 위의 남작

나무 위의 남작 Il Barone Rampante (1997) 이탈로 칼비노 (지은이) | 이현경 (옮긴이) | 민음사 | 2004-08-10 읽기도 전에, 마치 이 작품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탈로 칼비노의 작품이라고는 한두 편 밖에 읽지 못했고, 작가의 이력에 대해서도 별반 아는 바가 없는 주제에 말이다. 이 작품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었다기보다는, 많이 상상하고 기대했다는 편이 맞겠다. 처음 칼비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습지만 소설이 아닌 조너선 스펜스의 역사책(‘칸의 제국’)을 통해서였다. 그 책에 인용된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한 구절이 맘에 들어, 인터넷에서 꽤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다운받아 훑어봤었다. 나의 생각과 달리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 SF문학으로 ..

딸기네 책방 2005.09.21

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Damals War Es Friedrich (1980)한스 페터 리히터 (지은이) | 배정희 (옮긴이) | 보물창고 | 2005-08-25 알라딘의 어느 분 서재에 들렀다가 이 책이 새로 나온 걸 알게 됐다. 댓글 달다가, 혼자 괜히 감격해서 이렇게 주절거린다. 감격해버렸다. 이렇게 반가울데가.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책, 내 머릿속 책꽂이의 어느 한부분을 아프게 누르고 있는 책 중의 하나다. 벌써 몇년 째 잊고 있었지만, 이렇게 제목을 들으니 다시 머리 속에 멍이 드는 듯한, 종이에 잉크가 번져나가듯 그렇게 멍울 같은 것이 퍼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어릴 적 동서출판사에서 나왔던 에이브 문고 중에 저 책이 있었다. 에이브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당연..

딸기네 책방 2005.09.21

[스크랩] 폭격의 역사-지옥의 묵시록

폭격의 역사 A History of Bombing 스벤 린드크비스트 (지은이) | 김남섭 (옮긴이) | 한겨레출판 | 2003-02-25 때로는 재미있게, 때로는 심각하게 읽었다. 찬찬히 생각을 정리해보면 좋겠지만, 진지하게 리뷰를 올릴 정신이 없네. 36 퀴비에의 소멸 개념은 동시대인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마지막 인간’(1806)을 최초로 쓴 사람은 프랑스인 작가 쿠쟁 드 그랭비어였다. 그의 소설에서 태양은 어슴푸레해지고, 지구는 나이를 먹고, 인간들은 점점 더 기진맥진해져 완전히 지쳐버린다. 생식 가능한 마지막 남자는 비행선으로 생식 가능한 마지막 여자와 짝을 짓기 위해 브라질로 날아간다. 그러나 문명의 마지막 조종은 이미 울렸다. 그 심장부인 파리는 숨을 멈췄다. 모든 것은 붕괴하고 사막으로 ..

딸기네 책방 2005.09.15

동물원에 대한 책 2권

동물원이 나오는 그림책 2권을 읽었다. 한권은 욕하면서 봤다. 꼼꼼이랑 같이 보다가 열받음. 또 한권은, 머리를 식혀주는 정반대의 동물원 이야기. 나는 동물원에 가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동물을 좋아하든 동물원을 좋아하든, 동물원에 한번이라도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봤을 법한 얘기. 이글라우로 간 악어. 야노쉬 지음. 시공주니어. 아, 정말 황당했다. 예쁜 그림책을 내 눈으로 보고 내 손으로 골라서 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럴 일이 통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집에 아이 그림책이 이미 많아서, 내가 골라서 사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모두 주변 육아선배들에게 얻은 책들이다. 이 책도 그렇게 우리집에 들어왔다. 그림이 이뻐보여서, 선배 언니가 전해준 2박스 분량의 그림책들..

딸기네 책방 2005.09.15

전쟁의 풍경 속에, 역사의 잔인한 순환 속에

전쟁의 풍경 Paisajes de Guerra (1996) 후안 고이티솔로 (지은이) | 고인경 (옮긴이) | 실천문학사 | 2004-11-04 “알제리라고 하는 이 광활한 묘지에서, 우리의 발걸음은 닫혀 있던 무덤에서 열어젖혀진 무덤으로 걸어가 먼저 사상과 꿈과 말을 묻고, 그 다음 가진 것 없이 살다가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죽은 남자, 여자, 어린이들의 처형당한 시체를 묻고 있다.” “그 수가 많냐 적냐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들 순교를 한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이 있고, 동물처럼 이 게토에 영원히 갇혀 있습니다. 조금씩 죽어가는 생명을 느끼며 마음은 폭탄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다 언젠가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자살 테러 공격에 아무 무기나 들고 뛰어들 겁니다. 죽는 것에 대해선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딸기네 책방 200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