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80

[스크랩] 폭격의 역사-지옥의 묵시록

폭격의 역사 A History of Bombing 스벤 린드크비스트 (지은이) | 김남섭 (옮긴이) | 한겨레출판 | 2003-02-25 때로는 재미있게, 때로는 심각하게 읽었다. 찬찬히 생각을 정리해보면 좋겠지만, 진지하게 리뷰를 올릴 정신이 없네. 36 퀴비에의 소멸 개념은 동시대인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마지막 인간’(1806)을 최초로 쓴 사람은 프랑스인 작가 쿠쟁 드 그랭비어였다. 그의 소설에서 태양은 어슴푸레해지고, 지구는 나이를 먹고, 인간들은 점점 더 기진맥진해져 완전히 지쳐버린다. 생식 가능한 마지막 남자는 비행선으로 생식 가능한 마지막 여자와 짝을 짓기 위해 브라질로 날아간다. 그러나 문명의 마지막 조종은 이미 울렸다. 그 심장부인 파리는 숨을 멈췄다. 모든 것은 붕괴하고 사막으로 ..

딸기네 책방 2005.09.15

동물원에 대한 책 2권

동물원이 나오는 그림책 2권을 읽었다. 한권은 욕하면서 봤다. 꼼꼼이랑 같이 보다가 열받음. 또 한권은, 머리를 식혀주는 정반대의 동물원 이야기. 나는 동물원에 가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동물을 좋아하든 동물원을 좋아하든, 동물원에 한번이라도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봤을 법한 얘기. 이글라우로 간 악어. 야노쉬 지음. 시공주니어. 아, 정말 황당했다. 예쁜 그림책을 내 눈으로 보고 내 손으로 골라서 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럴 일이 통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집에 아이 그림책이 이미 많아서, 내가 골라서 사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모두 주변 육아선배들에게 얻은 책들이다. 이 책도 그렇게 우리집에 들어왔다. 그림이 이뻐보여서, 선배 언니가 전해준 2박스 분량의 그림책들..

딸기네 책방 2005.09.15

전쟁의 풍경 속에, 역사의 잔인한 순환 속에

전쟁의 풍경 Paisajes de Guerra (1996) 후안 고이티솔로 (지은이) | 고인경 (옮긴이) | 실천문학사 | 2004-11-04 “알제리라고 하는 이 광활한 묘지에서, 우리의 발걸음은 닫혀 있던 무덤에서 열어젖혀진 무덤으로 걸어가 먼저 사상과 꿈과 말을 묻고, 그 다음 가진 것 없이 살다가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죽은 남자, 여자, 어린이들의 처형당한 시체를 묻고 있다.” “그 수가 많냐 적냐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들 순교를 한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이 있고, 동물처럼 이 게토에 영원히 갇혀 있습니다. 조금씩 죽어가는 생명을 느끼며 마음은 폭탄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다 언젠가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자살 테러 공격에 아무 무기나 들고 뛰어들 겁니다. 죽는 것에 대해선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딸기네 책방 2005.09.09

무함마드는 이렇게 말했다

무함마드는 이렇게 말했다 Mohammed (2002) 하르트무트 보브친. 염정용 옮김. 배철현 감수. 들녘(코기토) 책 제목이 좀 황당하다. 이 책은 무함마드의 언행록(하디스)도 아니고, 부제에 붙어 있는 것처럼 ‘이슬람교의 역사와 신화’를 다룬 책도 아니다. 서구의 기존 무함마드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뒤 이슬람 옛 문헌사료들을 통해 본 이슬람 초기 성립사를 간략하게 정리한 책이다. 이슬람교의 ‘역사와 신화’라는 말도 우습지만, 번역자의 수준이 높은 데에 비해 제목이 책의 가치를 많이 갉아먹는다. 200쪽이 채 안 되니, 분량이 많은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슬람 사료들을 빼곡히 인용해 무함마드의 행적과 이슬람교 초기 성립과정을 충실하게 재구성해낸다. 저자는 독일의 이슬람/아랍어문학자라고 하는데 기존 ..

딸기네 책방 2005.07.26

파시즘-열정과 광기의 정치 혁명

파시즘 The Anatomy of Fascism (2004) 로버트 O. 팩스턴 (지은이) | 손명희 | 최희영 (옮긴이) | 교양인 | 2005-01-10 파시즘 자체에 별반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유럽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지라, 유럽현대사 공부하는 셈 치고 읽었다. 실은 책을 다 읽은지 며칠이 지났는데, 독후감을 쓰기 전에 이 책의 ‘의미’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을 못했다. 왜냐? 휴가 받아 노느라... 그러고 나서 까먹어버렸다. 내가 분명 며칠전에 무슨 책 하나를 읽은 것 같은데 뭐였더라... 폼잡으려고 사무실 책상 내려앉도록 쌀가마니처럼 쌓아둔 하드커버 책들을 훑어보니 ‘파시즘’이 보였다. 이런, 까먹고 있었잖아. 책은 아주 묵직하다. 두껍고 자세하고..

딸기네 책방 2005.07.26

중동의 평화에 중동은 없다 - 촘스키의 젊은 시절 글들

중동의 평화에 중동은 없다 Middle East Illusions (2003) 아브람 노엄 촘스키 (지은이) | 송은경 (옮긴이) | 북폴리오 | 2005-03-07 책은 촘스키에 대한 책이 아니라 '촘스키가 쓴 책'인데 내 눈에는 책의 내용보다 촘스키가 더 많이 눈에 들어왔다. 1960년대부터 2002년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촘스키의 글들을 묶었다. 이-팔 문제에 대해 깊이 알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이 책을 찾아서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의 내용 중 절반 이상은 오래전에 쓰인 것들이고, 심지어 1979년 이란 혁명 이전의 상황을 담고 있다. ‘미국의 대테러 정책에 대한 촘스키 보고서’라는 부제는 잘못된 것이다. 이 책은 이-팔 문제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 두루두루 미국이..

딸기네 책방 2005.07.04

레벌루션 No.3- 소년특공대에 경의를 표함

레벌루션 No.3 Revolution No. 3 가네시로 카즈키 (지은이) | 김난주 (옮긴이) | 북폴리오 | 2006-02-10 ‘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읽고 감동받아 이 책을 읽어버리고야 말았다. 단 하루만에. 심신위축증에 걸린 만년부장 아저씨를 ‘플라잉 대디’로 만들어줬던 소년특공대, 바로 그들의 이야기다. 책은 옴니버스처럼 몇 개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돼 있다. 짜식들, 귀엽고 웃기고 발칙하다. 작가는 이 우스꽝스런 삼류고교 삼류인생 예정자들의 순진난만한 모험담을 펼쳐놓는 와중에 한마디씩 톡톡 폭탄알을 심어놓는다. 이 자그마한 폭탄들이 파열음을 내는 곳은 경직되고 계급화된 일본 사회이지만 내 눈엔 우리 사회도 남의 말 할 처지는 아닌 듯싶다. 내가 밟은 몇 개의 폭탄들. 헤헤헤, 알만하군. 순신은,..

딸기네 책방 2005.05.26

'앵무새 죽이기'의 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 작가 모습 드러내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수십 년 간 대중의 눈을 피해 은둔해 온 '앵무새 죽이기'의 작가 하퍼 리(79)가 로스앤젤레스 공공도서관에서 수여하는 상을 받기 위해 지난 19일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리는 미국 남부지역의 인종차별을 다룬 이 1960년 작 소설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몇 년 후부터 인터뷰와 대부분의 초청을 거부해 왔다. 그러나 지난 1962년 `앨라배마에서 생긴일'이란 이름으로 이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에서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 역을 맡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고(故) 그레고리 펙의 부인 베로니크 펙과 평생지기가 된 리는 이날 베로니크 펙의 초청에 응했다. 당시 그 영화에서 무고하게 백인여성을 강간한 혐의를 받는 흑인역을 연기한 브..

딸기네 책방 2005.05.25

플라이 대디 플라이- 못난이 아빠와 소년특공대

플라이, 대디, 플라이 가네시로 카즈키 (지은이), 양억관 (옮긴이) | 북폴리오 가네시로 카즈키. 일본 이름의 재일조선인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집에 이 작가의 소설책 몇권이 있었는데 한번도 들춰보지를 않았다. ‘재일한국인(자이니치)’이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러웠다고 할까, 아무튼 그랬다. 독자인 내가 저 꼬리표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책장 한번 안 열어봤을 정도인데 작가 자신에게는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그 꼬리표는 소설 안에서 그냥 달랑달랑, 분명 눈에 띄는 표식인 동시에(주인공의 한 명인 ‘박순신’의 이름에서 드러나듯) 무겁지도 음울하지도 않게 달려있다. 무거움, 어두움, 그런 것들을 예상하고 있던 나의 선입견은 책 앞날개에 쓰여 있는 작가 소개를 읽으면서 달아나버렸다. 이 정도면 마음 편히 읽어도 ..

딸기네 책방 2005.05.25

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When Sophie Gets Angry -Really, Really Angry... 몰리 뱅 (지은이) | 이은화 (옮긴이) | 케이유니버스 | 2000-12-23 최근 읽은 아이 그림책 중에 가장 맘에 드는 책. 이건 아이가 아니라 나를 위한 책이다. '제 분에 못이겨 아이에게 화내는 엄마'를 위한 책. 그림이 처음엔 좀 낯설었다. 굵은 테두리가 있는 그림책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면과 면을 굵은 선으로 구분해놓는 것이 아이의 정서발달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어디서 주워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때문이다. 그런고로 나는 피카추 따위의 그림을 몹시 안 좋아한다. 헌데 이 책은 바로 그 테두리로 넘쳐난다. 사람도, 인형도, 색색깔 테두리로 둘러쳐져 있다. ..

딸기네 책방 200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