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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동화 Goldblatt und Silberwurzel
가브리엘 요시포비치 | 라픽 샤미 | 러셀 호번 | 미셸 투르니에 | 베르톨트 브레히트 | 이반 비나르 | 이탈로 칼비노 | 자크 루보 | 토르그니 린드그렌 | 페터 마르긴터 | 프란츠 홀러 | J.M.G. 르 클레지오 (지은이) | 전대호 (옮긴이) | 궁리 | 2003-04-12
미셸 투르니에, 이탈로 칼비노, 라픽 사미. 내 머릿속 책꽂이를 한칸 한칸 뒤지면서 꼽아보자자면 투르니에의 에세이들은 자다가도 웃을만큼 재미있었고, 다소 사악하고 엽기적이며 코믹한 단편들은 먹다죽어도 절반만 아쉬울 만큼 맛있었고, 내가 읽은 단 하나의 장편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은 심오하고 원초적이어서 여행길의 나를 정신 못 차리게 만들었더랬다. 라픽 사미는 주옥같은 거짓말로 나를 울리고 웃긴 바 있고, 이탈로 칼비노로 말씀드리자면 이 게으른 독서가가 목하 열애중인 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거기에 베르톨트 브레히트, 르 클레지오까지. 책은 독일의 어느 출판사가 유명작가들의 단편 중 ‘나무’라는 모티프를 가진 것들을 골라서 묶은 것인데, 이래저래 단편집 치고는 작가 이름들이 대단하다.
면면으로 보아 굉장한 책임에 틀림없을 거라고, 아마도 대작은 아니겠지만 이쁘거나 처연하거나 소름 돋게 만드는 이야기보퉁이들이 빼곡할 거라고 생각하고서 이 책을 주문했다. 나무동화. 나무는 통 나의 관심거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고른 것은 사실 저런 작가들 이름 때문이었다. 칼비노는 ‘나무위의 남작’에서 심도 깊은 나무관(觀)을 보여준 바 있는데 라픽 사미나 투르니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던져놓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서 책장을 펼쳤다. 표지의 그림부터 심상치는 않았다.
‘기획 단편집’ 답게 책은 잘 짜여져 있다. 나무를 중요한 소재로 삼은 창작 동화(혹은 우화)나 세계 곳곳의 민담을 짤막하게 다시 쓴 것들로 되어있는데 일관된 흐름이 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모두 ‘옛날 이야기’들이다. 창작동화에 해당되는 것들도 우화/민담의 형식을 의도적으로 차용해 스토리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했다.
민담이 보통 그렇듯이, 토막살인에 식인에 근친상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끼워놓아 엽기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그러나 그 속에는 (역시나 민담 특유의) 슬픔과 풍자와 위안이 있다. 글자보다 더 눈길을 끄는, 예쁘고 기묘하고 신경을 긁는 모니카 바이스너의 그림들은 화집으로 판다 해도 돈 주고 사서 볼 만하다.
유명작가들의 이름을 줄줄이 나열했는데, 실제로 책에서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내게는 좀 생소한 작가들이었다. 제일 앞에 실린 프란츠 홀러의 ‘원시림 책상’은 자연 예찬같으면서도 부조리한 느낌이 좋았고, 러셀 호번의 ‘올리버의 비밀’은 음울하면서도 죽음과 구원을 동시에 담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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