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스크랩] 자크 루보, '빈곤'

딸기21 2005. 11. 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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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사과나무
자크 루보


옛날에 늙은 아주머니가 한 명 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빈곤’이었다. 그녀가 가진 것이라곤 사과나무 한 그루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녀에게 기쁨을 주어야 할 이 사과나무는 오히려 골칫거리였다. 사과가 익으면 마을에서 불량배들이 몰려와 전부 따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나고, 어느 날 희고 긴 수염을 드리운 노인이 빈곤 아주머니네 집 대문을 두드렸다.
“아주머니.”
노인은 부탁했다.
“빵 한 조각만 주시오.”
“당신도 불쌍한 사람이군요.”
항상 동정심이 많았던 빈곤은 비록 가진 것이 없었지만 다정하게 말했다.
“여기 한 조각 있어요. 받으세요. 더는 없답니다. 드시고 힘내세요.”
“당신이 이토록 착하니, 소원을 하나 말해보시오.”
노인이 말했다.
아주머니는 한숨을 내시더니 소원을 말했다.
“내게 소원은 딱 하나뿐이에요. 내 사과나무를 만지는 사람은 사과나무에 붙어 내가 떼어줄 때까지 꼼짝 못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매번 사과를 도둑맞는 걸 참을 수가 없답니다.”
“당신의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오” 라고 말한 후 노인은 떠났다.

이틀 후 빈곤 아주머니는 사과나무를 살펴보러 나갔다. 사과나무에는 수없이 많은 아이들과 하인들이 달라붙어 있었고, 아이를 찾아 나온 엄마들, 아이와 아내를 구하러 온 아버지들도 붙어 있었다. 새장을 빠져나온 앵무새 두 마리, 닭 한 마리, 거위 한 마리, 부엉이 한 마리, 그리고 여러 종류의 다른 새들과 염소 한 마리도 붙어 있었다. 이 놀라운 광경 앞에서 빈곤 아주머니는 웃음을 터뜨리고 기쁨으로 두 손을 마주 비볐다. 그녀는 그들 모두를 그 상태로 좀더 놔둔 후에 풀어주었다.
상황을 알아차린 도둑들은 더 이상 사과를 훔쳐가지 않았다.

세월이 흐른 뒤, 또다시 누군가가 아주머니네 집 대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시오? 나는 저승사자요. 당신과 당신이 기르는 개는 충분히 오래 살았고. 나는 당신들을 데려가기 위해 왔소.”
빈곤 아주머니는 말했다.
“저승사자의 명을 어찌 거역하겠어요? 하지만 여장을 꾸리는 동안 좀 기다려주세요. 정원 사과나무에 정말 맛있게 익은 사과가 열렸답니다. 기다리면서 하나 드셔보세요.”
“그렇게 친절하게 부탁하니 하나 먹어보지.”
주렁주렁 열린 사과를 보자 저승사자의 입에 군침이 돌았다. 저승사자는 가장 높은 가지에 달린 빨간 사과를 따러 기어 올라갔다. 그러나 사과에 손을 대자마자 뼈만 남은 손과 온 몸이 나무에 붙어버렸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나무에서 내려올 수 없었다.
“옳지, 이 늙은 악당아. 그렇게 매달려 있으니 힘을 못 쓰는구나.”
빈곤 아주머니가 달려와 말했다.

그런데 저승사자가 나무에 붙어 있게 된 이후로 아무도 죽지 않았다. 물에 빠진 사람도 죽지 않고, 마차에 깔린 사람도 아무렇지 않은 듯 일어났다. 심지어 목이 잘린 사람도 죽지 않았다.
그렇게 겨울이나 여름이나, 비오는 날이나 눈오는 날이나, 십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저승사자가 나무에 매달려 있게 되자, 아주머니는 저승사자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가 원하는 만큼 살 수 있게 해준다는 조건하에 저승사자를 풀어주기로 결심했다.
저승사자는 아주머니와 약속을 하고 나서야 나무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이리하여 사람은 참새보다 더 오래 살게 되었고, 세상에는 언제나 빈곤이 존재하게 되었다.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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