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무크타르 마이의 고백- 그녀의 투쟁

딸기21 2006. 9. 9. 10:37
728x90

무크타르 마이의 고백

무크타르 마이 (지은이) | 조은섭(옮긴이) | 자음과모음(이룸) | 2006-08-24




무크타르 마이에 대해 끄적거린 적도 있고, 파키스탄 여성 문제에 대한 글을 때 무크타르 사건을 인용한 적도 있고 해서 이 책이 나오자마자 구해놨다. 마이는 이혼하고 친정 식구들과 함께 살아가던 여성인데, 어린 남동생이 동네 유력한 집안 딸과 말을 했다는 이유로 ‘집단 성폭행’이라는 ‘징벌’을 당한다. 


이 사건은 워낙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외신에서 유독 많이 다뤄진 것은 사건 자체의 끔찍함을 넘어 마이의 투쟁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파키스탄에서 어느 집안 딸네미가 성폭행 당했다고 유력자들을 고소하고 법정투쟁을 벌이는 것은, 그것도 대법원까지 가는 가열한 싸움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몇달 새 이런저런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게 됐다. 의도한 것은 아니고 우연히 겹쳐진 것 뿐인데, 그 여성들의 이름을 적어보자면 -- 김혜자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잉그리드 베탄쿠르 (콜롬비아의 딸), 와리스 디리 (사막의 꽃), 콘돌리자 라이스 (콘돌리자 라이스) 그리고 이 책이다. 콘돌리자 라이스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제3세계 여성의 투쟁에 대한 것이거나, 혹은 제3세계 여성·아이들에 대한 것(김혜자의 책)이다. 모두 재미있었고, 전문 저술가들의 것이 아닌 만큼 치밀함은 없었지만 소박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있었다. 감동적이기도 했다. 


마이 사건은 여성 할례 문제를 다룬 와리스 디리의 이야기 같은 것에 비하면 ‘보편적’인 것으로 보기엔 너무나 극단적이지만 파키스탄에서는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특히 책에서 간단하게 다루고 있지만, 마이 사건은 인도-파키스탄에 아직까지 남아 있는 카스트 제도, 부족 제도, 빈부 차이 등 다종다양한 신분상 차별 등 전근대적인 문제들과 연관돼 있다. 거기에 이슬람 전통을 내세운 꼴통들의 폭력성이 덧붙여지는 것으로 보인다.

집단 성폭행, 염산 테러처럼 약한 자들을 겨냥한 공격. 이슬람권 중에서도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아랍권보다는 변방 격인 터키나 파키스탄에서 유독 그런 현상이 많이 나타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좋을까. 또한 그것의 치유책은 무엇일까. ‘테러와의 전쟁’ ‘문명의 충돌’로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인데, 참 암담하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