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먹을 게 없다 Aus Teufels Topf Die neuen Risiken beim Essen
한스 울리히 그림 (지은이) | 오은경 (옮긴이) | 모색 | 2001-08-30
“더 이상 먹을 게 없다.”
이런 종류의 책들을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읽은 적이 없었는데 이거 읽다보니 정말 무서워졌다.
책 편집이... 꼭 팜플렛처럼 어설프고 촌스럽다. 우리말 문장이 깔끔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 하지만 식품 전문가인 번역자가 한국 상황과 (출간당시를 기준으로) 최근 뉴스들까지 모아준 덕에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글쓰기 방식은 저널리스틱한 르포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지만 촌스러운데 번역자 덕에 책이 더 유용해진 것 같다.
식품안전문제는 항상 고민거리다. 특히 나같은 아이엄마에게는 ‘가장 큰 고민거리’ 중의 하나다. 직장 일 하랴 집안일 하랴 정신없는 요즘 엄마들이 값비싼 유기농 농산품에 질 좋은 재료로 뭐든 직접 만들어 아이를 먹인다는 건 내가 보기엔 불가능하다.
내 경우는, 실은 거의 신경 못 쓰고 있다. 탄산음료 과자류 되도록 안 먹이는 편인데 그것은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내가 그런 종류들을 별로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과자 초컬릿 사탕 껌 콜라 햄버거 그런 것들 좋아하지 않았으니, 지금도 우리집에는 당연히 그런 것들이 거의 없다. 아이가 사탕과 젤리를 찾으면 하나씩 주기는 하는데 많이 먹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항생제 범벅인 고기는? 방부제 투성이 수입산 밀가루로 만든 국수와 빵은? 농약 묻은 채소는? 방부제로 철갑을 둘렀다는 오렌지는?
집 근처에 홈플러스가 있어서, 주말에 거기에서 장을 본다. 우유니 두부니 요샌 종류가 많아 고르기도 힘들다. 파스퇴르에서 나온 어느 우유는 1리터 조금 못 미치는 양에 무려 6900원이고, 유기농 표시 없는 매일우유 플라스틱병에 든 것은 1900원이다. 유기농 배와 사과는 엄두를 못 낸다. 차마 오렌지는 못 먹이겠어서 풋사과 봉지에 넣어 싸게 묶은 것을 사다가 먹인다.
두부는 조금 까다롭게 고르는 편이다. 두부를 워낙 좋아하는 가족이어서 밥처럼 즐겨 먹는 탓도 있지만, 대두는 옥수수와 함께 유전자조작( GM) 생산이 가장 많은 식품이기 때문이다. 풀무원에서는 좋은 두부 내놓으면서 SOGA라는 이름의 저가 브랜드를 따로 만들어 파는데 이건 영 의심스럽다. 벌써 3-4년 전에 대두는 전세계적으로 ‘GM이 일반형보다 많아진’ 작물이 됐다. SOGA 제품은 모두 미국산 콩으로 만든다고 해서 사지 않는다. 홈플러스에서는 2000원이 넘는 고급 두부를 사면 SOGA 두부를 끼워주는데 일부러 그것 대신 다른 보너스가 달린 상품을 고른다.
책은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론을 자주 언급하는데 나는 벡하고는 영 인연이 없는지 집에 그의 책이 오랫동안 꽂혀있는데도 들춰보지를 않았다. 중요한 것은 위험의 종류가 어떤 것이며 피할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점일텐데... 식품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지만 피하는 방법을 모르겠으니 그것이 문제로다. 안 먹고 살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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