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W. 사이드. 박홍규 옮김. 교보문고
너무 유명하고 중요하고 의미 있는 책이라, 뭐라뭐라 끄적일 만한 의견 따위 있을리 없고. 다만 생각보다 재미없었다는 점, 그래도 늦게나마 읽기는 잘했다는 점. 18세기 이래 유럽의 오리엔탈리즘을 주로 중근동에 대한 유럽의 문헌들을 바탕으로 다루고 있는데, 저자 자신은 ‘중근동 이외의 지역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마찬가지다’라면서 오리엔탈리즘을 굉장히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읽는 동안 지겨우면서도 감동을 좀 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머리 속에 이 생각 저 생각 많이 떠올랐지만 정리를 못했다.
첫째 유럽이 중동/아시아 말고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를 대해온 태도도 ‘오리엔탈리즘’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아니면 다른 틀이 필요한 것인지), 둘째 ‘서발턴은 대신 남의 입을 빌려서는 제대로 말할 수 없다’ 식의 비판에서 사이드 스스로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점(나는 서발턴이 대리인들의 입을 통해서라도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셋째 오리엔탈 세계의 일원인 한국 사람으로서 서양에서 베껴온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치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 등등의 문제가 머리 속에 좀 남는다.
책에선 셈족과 관련된 서양인들의 인식을 주로 추궁하는데 안티세미티즘이 오히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에서 이스라엘의 무기로 악용(?)되고 있는 현실도 의미심장하다는 생각.
첫 번째 문제는 아무래도 요즘 내 관심사가 중동보다 아프리카 같은 곳으로 많이 가 있다 보니 “아시아 특히 중동에 대해선 이런 얘기라도 나오지만 아프리카는 완전 죽은 땅 취급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유럽이 유사 이래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해야 했던 중근동 말고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같은 경우는 아예 짐승 취급하며 노예로 삼고 더 몹쓸 짓을 많이 했는데, 유럽이 아프리카, 아메리카에 대해서는 사이드가 말하는 것 같은 ‘타자화’ 하는 과정조차도 불필요하게 여겼던 것이 아니었을까.
두 번째는 사이드가 중동의 이야기를 하는데 워낙 출신 성분이 엘리트이다보니깐... 늘 나오는 비판의 일종인 것이고. 세 번째는,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해서 역시 우린 고민이 너무 적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뜬금없는 소리인지 모르지만 유전자 결정론 내지 ‘종족/민족/인종 환원론’이 워낙 많다는 것. 그런 것들 어떻게 해야 고칠수 있나 우리나라 학자들도 고민을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번역과 관련해서는 할말이 좀 있다. 오리엔탈리즘을 비판하는 책이고, 번역자도 열변을 토해가며 오리엔탈리즘 내지는 한국인들의 서구지향성을 비판하는데 책의 고유명사 표기 자체가 오리엔탈리즘적이다. 마호메트, 아라비아어, 우마이어, 가자 서해안, 아브델 마레크, 우르만, 만수어, 플로벨... 인내심을 요하는 이런 표기들이 거듭된다는 점. 역자가 열성을 다했긴 했는데 아무래도 아랍 중동 이 쪽에 대해선 잘 모르는 분인 탓인 듯. 이 분이 번역한 책을 전에도 읽은 적 있지만 의지와 문제의식에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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