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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구나-지단과 피구에게 영광을.

이번 독일월드컵을 보면서, 처음부터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아르헨티나가 떨어져서? 특별히 그것 때문에 몹시 마음이 아픈 건 아니다. 어차피 바티의 팀이 아닌지도 한참 됐는걸. 내게 바티 만큼의 스타는 없다. 아니 나에게 뿐 아니라 축구팬 누구에게도, 2006년 현재 '가브리엘 오마르 바티스투타'와 같이 흡입력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사자 같은 스타는 없을지도 몰라. 그래도 좋은 것이 있었다면-- 지단님과 피구였다. 지금은 돈지랄하다 망조가 든 레알이라지만 한때 지구방위대에서는 지단님이 중원을 지휘하고 피구가 길을 열고 호나우두가 짐승처럼 서성이고 라울이 받쳐주고 호베르투 카를로스가 점핑을 하는, 그런 아주 잠깐의 멋진 시절이 있었다. 그들이 합쳐서 내놓은 성과는 우습게도 별볼일 ..

빈 서판- 애 엄마들한테 900쪽짜리 책은 무리겠지?

빈 서판 The Blank Slate (2002) 스티븐 핑커 (지은이) | 김한영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4-02-16 와우... 두껍다. 900쪽이 넘는다. 비싸다. 액면가 4만원.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을 읽을 때 이 책이 누차 언급되는 걸 보고 과감히 구입했다. 그후로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책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길어서, 라고 하면 나 자신에게 변명이 될까. 한번 붙잡고 읽기 시작하면 몇십페이지가 후딱 넘어가는데, 900쪽을 단번에 읽을 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본성을 무시하지 말라’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렇게 긴 책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 서구인들이 갖고 있는 ‘본성 두려움증’ 다시 말하면 유전자결정론에 대한 공포증은 나치의 인종대학살이라는 잔인한 기억의 산물이니만..

돌리 탄생 10주년

오는 5일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돌리의 탄생은 전세계에 큰 충격을 던져줬다. 돌리의 후예들인 여러 복제동물들이 뒤를 이어 태어났고 생명공학의 미래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생명공학 시대를 상징하는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열광과 우려를 한몸에 받았던 돌리는 죽고 없지만,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아빠 없는 복제 양 영국 스코틀랜드 로슬린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가 돌리의 탄생을 세계에 알린 것은 1997년2월22일. 복제의 대상인 어미양의 젖샘세포에서 유전자를 복제해 인공적으로 `제작'한 돌리의 탄생은 외신을 타고 일제히 전세계에 타전됐다. 돌리의 탄생은 충격 그 자체였다. 암수 유전자가 합쳐져 새 생명체가 탄생한다는 자연의 원리를..

분열과 통일의 독일사- 논쟁적이면서도 깔끔한 독일사

분열과 통일의 독일사 A CONCISE HISTORY OF GERMANY 메리 풀브룩 (지은이) | 김학이 (옮긴이) | 개마고원 | 2000-12-16 솔직히 나는 합스부르크 카롤링거 이런 이름들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독일이라는 나라가 언제 어떻게 형성됐는지 하는 것은 잘 몰랐고, 신성로마제국이 독일 땅에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내가 몰랐던 것이 그 뿐이겠냐만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세계사 책에서 스쳐듣고 넘어갔던 것들조차도 모두 잊은지 오래이고, 심지어 나는 독일이 어느 나라랑 국경을 맞대고 있는지도 잘 몰랐다. 워낙 유럽의 역사하고는 거리가 멀었는데 이 책 서평을 보고 한번 읽어봐야지 했었다. 제목이 ‘분열과 통일의 독일사’로 되어있는데, 케임브리지 세계사 강좌 시리즈로 나온 것들 중 첫 번째 권이라고..

딸기네 책방 2006.07.04

멕시코, 정말로 '진실'은.

멕시코 대선에서 선두권에 있는 두 명의 후보가 1%의 표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가 오차범위 내에 있는 두 후보간 표차를 정확히 가리기 위해 결과 발표를 보류한 가운데, 한 쪽은 선거 승리를 선언하고 한 쪽은 결과 불복 의지를 내비쳤다. 정국은 극도의 혼미상태로 가고 있으며 선거 후유증이 예고됐다. 가판대 앞에서 선거 뉴스를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 대체 누가 이겼다는 거야. 칼데론이 40만표 앞섰다고 하는데, 먼데서 봐도 좀 개운치가 않다. /AFP AFP통신은 2일 치러진 대선에 전체 유권자 7000만명 중 4000만명 가량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집권여당인 우파 국민행동당의 펠리페 칼데론 후보가 득표율 36.4%를 차지해 좌파 민주혁명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의 35..

멕시코의 진실은.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하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어쩌면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김영삼=IMF’ ‘김대중=6·15’인 것처럼, ‘노무현=FTA'로 가는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FTA해서 나라를 수렁에 빠뜨린 역사적인 인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언론에 종사하고 있는 나는 FTA와는 상관없는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몸담고 있는 회사가 워낙 꼴통인 관계로, 이렇게 부도덕한 집단에서 나라 망치는 일에 무기력하게 동참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많이 든다. 멕시코 대선이 지금 막 치러지고 있다. 세계 언론의 관심은 ‘중남미 좌파열풍이 멕시코에서도 이어질 것인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

로마에서

두달전 아프리카 다녀올 때, 로마에서 뱅기 갈아타면서 몇시간이 남아 시내 나가서 놀다 왔어요. 로마... 내가 그리던 꿈의 도시;;라고나 할까요. 역사유적도 좋지만, 그 날씨, 그 분위기! 어느 바실리카...입니다. 저기 적혀있는 걸 보니 산타마리아 안젤리 어쩌구 하네요 바실리카 안에서 열리고 있던 전시회 출품작. 왜 저런걸 만들었을까나... 이 바실리카, 분위기 꽤 괜찮았습니다. 정작 천정높은 예배당 안에서 찍은 사진들은 몽땅 흔들리게 나와서 저런 곳만 보여드립니다 ㅠ.ㅠ 제가 로마에 다녀왔다는 확실한 증거! 바로바로~ 콜롯세움입니다. 역시나 사진이... 저거 뿐이로군요 로마 외곽 공항(공항이 두군데라는데 이름은 까먹었어요)에 내려서 택시 타고 40분 정도 달려서 시내에 도착했어요. 카라칼라 보고싶었는..

워런 버핏을 보면서

세계 2위 부자인 미국의 투자전문가 워렌 버핏(75) 버크셔 헤더웨이 회장이 재산 대부분인 370억 달러(약 35조원)를 자선재단에 기부하기로 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업 경영자의 인격을 포함한 기업의 가치를 투자 기준으로 삼는 독특한 투자방식,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의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 같은 검소함으로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려온 버핏의 `마지막 투자' 대상은 결국 `사람'이었던 셈입니다. 세계 갑부들의 재산 기증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뽑은 세계 갑부 10명만 놓고 보더라도 대부분이 세계적인 기부자들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히 버핏의 재산 기증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 모았고, 파장도 엄청났습니다. 신선한 충격의 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첫째는 기부 액..

와리스 디리, 사막의 꽃

사막의 꽃 Desert Flower (1998) 와리스 디리 (지은이) | 이다희 (옮긴이) | 섬앤섬 | 2005-07-30 재미있었다. 슬프고, 가슴 아프고, 두렵고, 즐겁고, 신나는 이야기. 소말리아 유목민 소녀가 늙은이와의 결혼이 싫어서 움막집을 나와 맨발로 사막을 건넌다. 모래먼지가 날리는 길을 상처투성이 발로 걸어서 모가디슈로, 런던으로. 소녀는 ‘우연히도’ 모델이 되고 유명해지고 돈을 번다. 왕자님은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신데렐라 스토리다. 우연? 와리스 디리는 자신의 행운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알고 있다. ‘우연히도’ 모델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소말리아의 사막에서 런던까지는 멀고 먼 길이었다. 살고자 하는 의지, 남다른 인생을 살고픈 욕망, 싸울 줄 아는 용기와 담대함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

딸기네 책방 2006.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