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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일기/ 손가락과 말

딸기21 2006. 10. 1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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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과 말(馬)


11. 손가락이 손가락을 가지고 그 손가락이 손가락이 아님을 밝히는 것은 손가락 아닌 것을 가지고 손가락이 손가락 아님을 밝히는 것보다 못하다. 말을 가지고 말이 말 아님을 밝히는 것은 말 아닌 것을 가지고 말이 말 아님을 밝히는 것보다 못하다. 하늘과 땅도 하나의 손가락, 만물도 하나의 말.

[일반적으로] 되는 것을 일러 됨이라 하고 되지 않는 것을 일러 되지 않음이라 한다. 길은 다녀서 생기고 사물도 그렇게 불러서 그렇게 된다. 어찌해서 그렇게 되는가? 그렇다고 하니까 그렇게 되는 것이다. 어찌해서 그렇지 않게 되는가? 그렇지 않다고 하니까 그렇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사물에는 본래 그럴 까닭이 있고, 그럴 가능성도 있지. 그렇지 못한 것은 하나도 없고, 그럴 수 없는 것도 하나도 없다.


통 뭔소린지.

해설을 보니, 논리학파의 공손룡이라는 자가 ‘지물론’이라는 책에서 ‘내 손가락은 손가락이 아니다’라고 했단다. 장선생님은 이 말을 반박하려고 했다는 것. 해설자 말을 보편 특수 개별 개념으로 바꿔보면 내 손가락은 개별자이니 보편자로서의 손가락과 다르다는 그런 얘기라는데, 그럼 장선생님이 얘기한 ‘손가락 아닌 것을 가지고 손가락이 손가락 아님을 밝히는 것’은 대체 뭔가? 이 소는 소가 아님을 입증하는 거하고, 저 말은 소가 아님을 입증하는 거하고 어느게 낫고 자시고 하나?


12. 이와 같은 이유로 작은 풀줄기든 큰 기둥이든, 추한 사람이든 서시든, 사물은 아무리 엉뚱하고 이상야릇한 것이라도, 도의 견지에서 보면 모두 통하여 하나가 된다. 나누어짐이 있으면 이루어짐도 있고, 이루어짐이 있으면 허물어짐도 있다. 모든 사물은 본래 이루어짐과 허물어짐이 따로 없이 모두 통하는 하나이다. 오로지 높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만이 모두 통하는 하나를 깨닫고,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는 차별의] 범주 대신, [양쪽을 포괄하는] ‘보편적인 것(庸)’에 머무를 수 있다.

보편적인 것이란 쓸모 있음을 말한다. 쓸모 있음이란 통함이고 통함이란 즐김이다. 즐김은 도에 가까움이다. 있는 그대로를 그렇다 하는 것(因是)이다. 그러면서도 그런 줄 모르는 것, 그것을 도(道)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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