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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의 해파리 소녀

한국은 올해 초유의 무더위를 겪었다는데 일본은 여름 내내 쾌청. 일본 날씨에 '쾌청'이란 말은 정말 안 어울리지만 올해에는 정말 그렇습니다. 날씨가 증말 짱입니다... 거의 8월 내내 맑은 날, 따가운 햇볕, 너무너무 파랗고 맑은 초가을같은 하늘. 요니와 날마다 하늘을 바라보며 구름 모양에 감탄하곤 합니다. 요니는 자기가 '구름 관찰자'라고 하네요. 요사이 집에 콕 박혀있던 요니와 엄마. 외출하자고 했더니 요니가 "오늘은 구경보다는 좀 신나게 놀고 싶다"고 하네요. 그래서 바다를 볼 수 있는 요코하마에 갔습니다. 한국으로 말하자면 도쿄는 서울, 요코하마는 인천, 가와사키는 부천 정도랄까요. 우리 집은 도쿄의 남서쪽 끄트머리에 있어서 가와사키와 가깝고, 가와사키 지나서 요코하마와도 멀지 않습니다. 전철을 ..

12. 헝가리 사람들은 어느 민족?

12. 10-13세기 헝가리의 흥기 투르크계인 마자르 Magyar 족은 핀란드-우그리아계 언어를 씁니다. 이들과 언어적 관련성을 보이는 것은 핀란드계와 에스토니아계라고 하는데요. (옛날에 핀란드와 헝가리가 우랄알타이 어족이라서 우리랑 언어구조가 비슷하다고 선생님한테 들은 적 있는데 사실이 아닌가 봅니다. 아무튼 재미삼아 헝가리어를 구글번역기로 돌려보면, 최소한 영어를 비롯한 다른 유럽언어들보다는 알아먹게끔 나오더군요 ㅎㅎ) 마자르족은 원래 유라시아 스텝 지대에 살고 있었는데, 또 다른 스텝 부족인 펜체네크 Pencheneg 족에 밀려서 9세기 후반 중·동부 유럽에 들어왔습니다. 그 중 아르파드 Árpád 가문이 이끄는 마자르족 일곱 부대는 판노니아에 기지를 세우고 대모라비아를 무너뜨리며 유럽 깊숙이 쳐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되다

“만약 아직도 미국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나라임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도 선조들의 꿈이 우리 시대에도 살아있는가 묻는 사람이 있다면, 민주주의의 힘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밤이 바로 당신의 의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학교와 교회 투표소 주변에 늘어선 처음 보는 긴 줄과 사상 최고의 투표율, 이번만은 달라져야만 한다고, 내 목소리가 바로 그 변화라고 믿고 평생 처음으로 투표를 하러 나와 서너 시간씩 기다렸던 사람들이 바로 그 대답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젊은이와 노인, 부자와 가난한 사람, 민주당원과 공화당원, 흑인과 백인, 라틴계, 아시아계, 아메리칸 인디언, 동성애자, 이성애자, 장애인, 비장애인... (중략) 우리가 앞으로 어떤 성과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 냉소..

11. 혼란에 빠져든 11세기의 발칸

11. 11세기 초반의 발칸 반도 927년 시메온이 죽자 불가리아의 왕좌는 아들 페투르1세 Petur I(927-969년 재위)에게 넘어갔습니다. 페투르는 선량했지만 심지가 약했다고 합니다. 이런 지도자들이 꼭 말썽이죠... -_- 독실한 정교 신자였던 그는 아버지가 벌였던 기나긴 전쟁을 끝내고 비잔틴 황제 로마누스 레카페누스 Romanus I Recapenus(로마누스1세·920-944년 재위)의 손녀와 혼인, 제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했습니다. 힘이 약하면 옆엣것들과 돈독해지게 마련이죠... 로마누스는 그 보답으로 페투르의 황제 호칭과 오흐리드의 총대주교를 정점으로 하는 불가리아 정교의 독립성을 인정해주었습니다. 하지만 페투르처럼 온화한 군주가 비잔틴과의 평화를 도모한다고 해서 나라가 강해질 리가 있나..

[5월의 교토] 파란 교토

파란 나라도 아니고 파란 교토라니. 그런데 5월에 찾아간 교토는 정말로 파란 빛이 눈부셨다. 교토의 서쪽, 아라시야마 근처에 있는 유명한 텐류지(天龍寺). 교토에 가는 사람은 대개들 들러볼만한 곳이니 설명은 패스. 그 주변에 아라덴이라는 작고 귀여운 전철도 있고(개찰구가 따로 없고 아이처럼 앳된 차장이 두칸짜리 전철 가운데에서 손 내밀고 표받아 깜놀) 이런 대숲도 있다. 숲의 이름은 치쿠린, 글자 그대로 竹林이다. 혹시 우리나라엔 이런 죽림 없을까. 담양 죽녹원이 이쁘다던데 못 가봤다. 한국에 돌아가면 꼭 들러보리라. 인터넷 검색해보니 경남 사천에 죽림역, 전북 완주군에 죽림온천역이 있는데 폐쇄됐거나 쓰지 않는다네... 일본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은 '자연'이다. 이렇게 말하면 일본 사람들은 어쩌면 놀랄지..

10. '모든 도시의 여왕', 콘스탄티노플

10. 10-12세기의 콘스탄티노플 니케아 공의회를 통해 로마 제국을 기독교에 맡긴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330년 새 수도를 지어 신에게 바쳤습니다(으윽 갑자기 서울을 봉헌한다던 어떤 사람의 얼굴의 생각나는... ;;). 고대 그리스의 식민 항구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새로운 로마’는 콘스탄티누스의 도시라는 뜻에서 콘스탄티노플(동로마의 언어인 그리스어로는 콘스탄티노폴리스라 하는 게 맞지만 우리 귀에 익은 것은 영어식으로 읽은 콘스탄티노플...)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도시는 보스포루스 해협의 유럽 쪽 해안에 있었는데, 세모꼴 땅 끝에 자리 잡아 방어하기가 쉬웠습니다. 이스탄불 여행을 해본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바로 위 북쪽으로는 작은 강이 초승달 모양으로 흐르며 보스포루스와 만나는 하구가 있었습니다..

단죄 받지 않은 밀로셰비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Slobodan Milošević. 1941-2006). 죽은 지 벌써 6년이 지났군요... 시간 참 빨리 가네요. 옛 유고연방 말기에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죠. 유고슬라비아 연방 내 세르비아 공화국 출신입니다. 이 유고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나중에 동유럽 얘기하면서 다시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하나의 민족국가로 묶여본 일이 없는 집단들을 억지로 묶어놓았던 나라라서 이후의 분열상이 너무나도 끔찍한 학살로 이어지게 되지요. 유고의 비극에 대해서는 조 사코의 시사만화 를 초초강추 하고요. 다시 밀로셰비치로 돌아가서- 1989년부터 1997년까지 세 차례 유고연방 내의 공화국 중 하나였던 세르비아 대통령을 지냈고, 동유럽 공산국가들이 스러져 가던 1997년부터 2000년까지는 유고슬라비..

9. 비잔틴에 도전한 불가르 족의 나라, 불가리아

9. 8~10세기 불가리아의 흥기 불가르족이 서쪽으로 밀려들어와 오늘날의 동유럽에 한 자리 차지하고 비잔틴에 맞섰다는 것이 몇백년 간의 스토리였고요. 불가르족은 681년 비잔틴 제국과 조약을 맺어 발칸 산맥 북부와 다뉴브 강 남쪽의 땅에 대한 통치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불가르의 칸(지배자)들은 수도인 플리스카에 머물며 새로 얻어낸 영토에 살고 있던 슬라브계 원주민들을 통치했습니다. 새 영토는 왈라키아를 비롯한 다뉴브강 북쪽 지역에서 북서쪽 유라시아 스텝 지대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9세기가 시작될 무렵의 불가리아 지도입니다. '불가르 칸국'이라고 돼 있네요. 서쪽에 아바르 칸국, 동쪽에 카자르 칸국 등등이 보입니다. /위키피디아 건국 영웅 아스파루흐의 후계자들인 불가리아(‘1차 불가리아 제국’이..

아웅산 수지가 꿈을 이룰 날

아웅산 수지(Aung San Suu Kyi. 1945-)는 1945년 1월 버마에서 태어났습니다. 수지는 2차 대전 당시 버마를 일본 식민지배로부터 해방시킨 독립 영웅 아웅 산(Aung San 1915-1947.) 장군의 딸이죠. 저야 뭐... 한국사람들 대개 그렇듯이 아웅 산의 이름을 버마 독립영웅이라기보다는 '아웅산 폭탄테러'로 더 먼저 들었더랬죠. 오늘은 신문 국제면에 누구보다도 자주 등장하는 사람, 그러나 모습을 보기는 너무 힘들었던 사람, 지나온 행적보다 미래가 더 궁금한 사람, 아웅산 수지 여사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영국 지배 하에서 버마 재야 내각을 이끌던 아웅 산 장군은 수지가 두 살 때 정적에 암살됐습니다. 어머니 킨치(Khin Kyi)는 남편이 숨진 뒤에도 새로 태어난 버마 정부 내에..

8. 동유럽의 중세는 어땠을까요

8. 9세기 중반의 동유럽과 '대(大) 모라비아' 비잔틴(동로마) 제국과 프랑크 왕국(신성로마제국)이 서로 세력을 넓히려 싸우면서 동유럽에서는 정치·문화적 압력이 갈수록 커져갔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9세기 중반 동유럽에서는 두 나라가 독립국가로 떠올랐습니다. 불가리아 제국(the First Bulgarian Empire)과 대(大)모라비아 제국(Great Moravian Empire)이었습니다. 그 중 동유럽 최초의 독립국가로 탄생한 것은 불가리아였습니다. 7세기 후반 나라를 세운 이래로 불가리아의 군주들은 성공적으로 영토를 불리며 비잔틴 제국의 중요한 외교 상대로 떠올랐습니다. 보리스1세(Boris I·852-889년 재위)가 다스릴 무렵이 되자 불가리아는 발칸 북부와 중부의 광대한 영역에서 지배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