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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태국] 그랜드 팰리스 '이보다 화려할 수는 없다'

평소 싼티, B급, 삼류 취향이기는 했지만 저도 제가 이렇게 화려한 걸 좋아하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방콕 도착한 첫날 싸롱을 안 가져가 1차 시도에 실패하고 사흘째 날 마침내 들어갈 수 있었던 그랜드 팰리스!!! 그런데 싸롱을 챙겨넣은 요니 가방을 또 다시 안 들고 제 가방만 들고간 탓에, 비싼 뚝뚝 타고 궁전 앞까지 갔다가 2차 시도에마저 실패하고 다시 호텔로 터덜터덜 걸어가... 그러면서 더위에 지쳐;; 점심 때에야 다시 나와서 무려 3차 시도 끝에 들어갔습니다. 젠장.. 입장료가 1인당 400바트, 요즘 환율로 계산하면 1만6000원 정도. 그런데 초등학생도 성인 요금 받더이다... 태국에서는 초등학생이냐 중학생이냐가 아니라 키가 120cm 넘느냐가 기준이더군요. 롤러코스터도 아니고... 공식 ..

[2012 태국] 나무와 하나가 된 부처님

아유타야에서는 이 사원, 저 사원을 돌아다니며 유적 구경을 했습니다. 그 중에는 폐허가 되어 간신히 형태만 남은 것도 있고, 지금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화려한 부처님 집도 있었습니다. 먼저, 화려한 쪽부터. 물론 아유타야에서 화려하다 해봤자 방콕의 그랜드 팰리스를 비롯한 금칠 쳐바른(부처님 죄송;;) 사원들처럼 번쩍거리지야 않지요. 하지만 왓 야이 짜이몽콘(Wat Yai Chaimongkon)은 아유타야의 세계문화유산 사원들 중에서 눈에 띄게 화려하고 큰 축에 속한답니다. 부처님들에게 노란 옷을 입혀놨어요. 동남아 소승불교 스님들이 흔히들 입고 다니는 옷 색깔이죠. 사프란 색이라 하나요. (여담이지만, 이태원 할랄 가게 아저씨한테 들은 바로는 사프란이 세상에서 제일 비싼 향신료라고 해요) 저기에..

[2012 태국] 아유타야, 부처님 발바닥을 보다

요니와 둘이서 방콕 여행 다녀왔어요, 지난 달에. 사진과 함께 글 올려야지 해놓고 게으름 피우다 보니 어느 새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려고 하네요. 이것은 남들 일하고 공부할 때 신나게 놀고온 자들의 자랑질이자, 마흔 두 살 엄마와 열 한 살 딸이 함께 보낸 봄을 기억하기 위한 여행기입니다. 출발은 3월의 마지막 일요일 새벽.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밤 10시 넘어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떠났습니다.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은, 방콕 시간 일요일 아침 7시 쯤. 택시요금 바가지 옴팡 뒤집어쓰고 카오산 거리에 가까운 람부뜨리 빌리지 인(Rambuttri Village Inn)으로 갔습니다. 아고다를 통해 미리 예약해뒀고요(2008년 발리 여행할 때부터 호텔 예약에 아고다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ㅎㅎ) ..

베나지르 부토의 삶과 죽음

베나지르 부토(Benazir Bhutto. 1953-2007)는 무슬림 국가인 파키스탄 역사상 첫 여성 지도자였습니다. 부토의 아버지 줄피카르 알리 부토(Zulfikar Ali Bhutto. 1928-1979)는 1971-1973년 파키스탄의 대통령을 지냈고, 대통령에서 물러난 1973년부터 1977년까지는 총리를 역임했습니다. 부토는 인도의 간디-네루 집안이나 미국의 케네디 가(家)와 같은 정치명문가 출신 여성정치인인 셈입니다. 그러나 민족주의자로 파키스탄의 중흥을 꿈꿨던 줄피카르는 1977년 모하메드 지아 울 하크(Mohammad Zia-ul-Haq. 1924-1988) 장군의 군사쿠데타로 실각했고, 부토 가문의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줄피카르는 군부정권에 체포됐으며 ‘정치적 암살을 명령했다’는 날조된..

사육과 육식- 내용도 번역도 엉망인 책

사육과 육식 : 사육동물과 인간의 불편한 동거리처드 W.불리엣 저 | 임옥희 역 | 알마 딱 내 취향 아닐까 생각했는데... 영 내용이 엄떠여. 상업적 대량사육시대(저자는 이걸 '후기사육시대'라고 마치 대단한 시대구분이나 되듯이 '후기' 붙여 이름지었다)가 되면서 동물의 생식과 도축 같은 원초적이고 피튀기는 장면을 사람들 눈 앞에서 사라진 뒤로, 오히려 사람들은 폭력이나 폭력적 섹스에 탐닉하게 되었다? 그런데 상식선에서의 추론 정도- 즉 저자의 '상상'에 머물 뿐, 근거 자료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저자는 미국의 역사가이자 작가라고 한다. 문제의식은 재미있으나 그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인지, 그 사회문화적 함의가 무엇인지, 한마디로 뭐가 문제인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포르노를 많이 봐서..

딸기네 책방 2012.05.13

라나지트 구하, '역사 없는 사람들'

역사 없는 사람들 : 헤겔 역사철학 비판 History at the Limit of World-History (2003)라나지트 구하 | 이광수 역 | 삼천리 | 2011년 11월 부제가 '헤겔 역사철학 비판'이다. 헤겔, 역사철학. 너무 무겁다. 무지하고 가벼운 나로서는 다가가기 참 힘들다. 표지도 무겁다. 하지만 '역사 없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에 끌렸다. 역사 없는 사람들. 키스 휘틀럼이 에서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던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노린 '역사 지우기', 옛 유럽 식민주의자들과 미국 백인들의 아메리카 원주민 역사 지우기 같은 것들이 떠올랐다. 200쪽 남짓한 많지 않은 분량. 요즘 '민족주의'를 화두로 삼은 책을 여러 권 이어서 읽고 있던 차였기에 망설임 없이 꺼내 들었다. 재미있었다. 호미 바바..

딸기네 책방 2012.05.12

일본에서 잘 먹고 살기

아주아주 드물게 올리는 딸기의 먹거리 포스팅.(요리를 잘 못하기 때문에 안 올리는 거라고 마구 추측하지들 마셈 ㅎㅎ) 아무래도 요즘의 식생활에 대해 보고(?)를 좀 해야할 듯 싶다. 왜냐? 그동안 받아먹은&먹고있는&먹을예정인 것들이 잔뜩 있는지라... 일전에 페북에 올렸지만... 이건 게고가 보내준 먹거리들.포장 미역은 집에 좀 있었지만 게고가 보낸 미역 보면서 '이거 맛있겠구나!' 했다. 신문지에 싸놓은 것 보고. 아마도 제대로 된 미역 아닐까 싶어서. 예측이 맞았다! 엄청 맛있었다. 그런데... 한 냄비 끓여먹었더니 없더라능. ㅠ.ㅠ 게고야 넘넘 잘 먹었어.보내준 차 중에서는 우롱차랑 녹차랑 등등 몇가지 꺼내어 잘 우려내 마시고 있다. (실은 요즘 이것저것 차를 우려내어 거의 하루에 두 주전자씩 마시..

4. 로마제국의 분열

4. 로마제국의 분열과 동유럽 우리가 보통 집시라 부르는 사람들, 영어로는 '로마'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그런가 하면 오늘날의 루마니아는 '로마 사람들의 나라'라는 말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로마 제국은 동유럽의 과거와 현재에 엄청난 자국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동유럽 역사 이야기는 로마 제국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 오래전부터 사람들이야 살고 있었겠지만 국가/제도가 만들어진 것이 이 때였으니까요. 역설적이지만 동유럽의 출발은 로마제국의 내리막과 겹쳐집니다. 시기적으로는 3세기 말. 이 때가 되면 로마 제국은 안으로부터 내리막을 걷기 시작합니다. 제국의 군대는 게르만족과 페르시아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용병을 고용하면서 수적으로 불어나 너무 강성해졌고, 황제들은 이를 통제하지 못해 무정부에 가까운 상황이 이어졌..

복제양 돌리 그 후

복제양 돌리 그 후 AFTER DOLLY 이언 월머트,로저 하이필드 | 이한음 역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04월 복제양 돌리가 태어나던 때가 기억난다. 멋모르고 국제부에서 텔렉스 받아 외신기사 훑어보는 당번을 하고 있었다. 과학 담당기자를 해서 과학 쪽 일을 많이 아는 여자선배가 계셨다. 나는 그때 정말이지 뭘 통 몰랐다. 정확히 말하면 아무 것도 몰랐다. 과학도 몰랐고 영어도 몰랐고... 외국 통신 읽는 것도 서툴렀다. 더더군다나 '클론'이란 것은 몰랐다. 사전을 찾아보니 '쌍둥이'였다. 왜? 왜 쌍둥이가 문제가 되지? 돌리? 뭔 돌리? 양의 쌍둥이가 왜 문제야? 왜들 난리야? 그러고 나서야 알았다. 그것이 그 유명한 복제양 돌리의 탄생이었다는 것을. 한 가지 위안이 있었다면, 아마도 나 뿐 아..

다르다넬스의 승리와 무스타파 케말

오늘은 제가 엄청 좋아하는 터키 이야기... 2004년에 무려 20일 동안 터키를 여행한 적 있었답니다 ^^ 터키, 하면 떠오르는 인물, 일본에서 '토루코의 황태자'라 불렸던 꽃미남 축구선수 일한 만시즈...가 아니고, 터키의 국부(國父)인 무스타파 케말(Mustafa Kemal 1881-1938)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스만 투르크라는 노쇠한 이슬람 제국을 현대 터키공화국으로 변신시킨 건국 영웅으로, 국민들에게서 ‘터키의 아버지’를 뜻하는 ‘아타튀르크(Atatürk)’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선사받았습니다. 그래서 케말의 공식 호칭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입니다. 케말은 오늘날의 그리스 테살로니키(Thessaloniki) 지역인 옛 오스만 령 살로니카(Salonica)에서 태어났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