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6277

부재자 선거 등록!

누구에게 전하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일기 삼아 정리해놓는 요즘의 생활. 1. 머리를 자르고 간만에 퍼머. 일본 미용실 비싸다며 한번도 안 갔는데 결국 다녀왔네요. 2004년에는 1년간 한번도 안 가고 그냥 쭉 머리를 길렀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_- 머리가 자라니까 어찌나 엉키고 빠지는지. 하도 많이 빠져서 결국 잘랐더니 속이 시원하네요. 일본은 동네 미용실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가기 힘들어요. 네 군데 돌아봤다가 포기하고, 결국 예약하고 월요일에 다녀왔습니다. 아저씨인지 총각인지 아무튼 젊은 남자분 혼자서 운영하는 곳인데 한번에 한 손님만 받더군요. 울나라 언니들은 여러사람 받아놓고 동시다발로 잘 하던데, 이 분만 그런 건지 다른 곳도 그런 건지, 공들여 머리를 말아주긴 합디다만... 손은 ..

장자일기/ 앉아서 잊다(坐忘)

38. 안회가 말했습니다. "저는 뭔가 된 것 같습니다." 공자가 물었습니다. "무슨 말인가?""저는 仁이니 義니 하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좋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얼마 후 안회가 다시 공자를 뵙고 말했습니다. "저는 뭔가 된 것 같습니다.""무슨 말인가?""저는 禮니 樂이니 하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좋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얼마 지나 안회가 다시 공자를 뵙고 말했습니다. "저는 뭔가 된 것 같습니다.""무슨 말인가?" "저는 좌망(坐忘)을 하게 되었습니다."공자가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좌망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손발이나 몸을 잊어버리고, 귀와 눈의 작용을 쉬게 합니다. 몸을 떠나고 앎을 몰아내는 것. 그리하여 '큰 트임(大通)'과 하나됨. 이것이 제가 말씀드리는 좌망입니다."공자..

14. 동유럽을 가득 채운 '독립국가들'

14. 11세기 중반의 동유럽 11세기 중반이 되면 역사상 처음으로 발트 해안에서 지중해까지 이어지는 동유럽 세계에 독립 국가들이 가득하게 됩니다. 이들 국가들 중 크로아티아와 제타(Zeta) 같은 몇몇 나라는 아주 잠깐 동안 존재했을 뿐이지만 훗날 19-20세기 민족주의 열풍이 일었을 때에 건국의 '역사적 근거'로 인용되곤 했지요 폴란드, 헝가리, 보헤미아(체코),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비잔틴(그리스).... 나라마다 복잡한 사정이 있고 내분이 일어나고 지배자가 바뀌고, 또 나라들끼리 싸우고 점령하고... 복잡하게 전개되던 11세기였습니다만, 핵심은 이 겁니다. 이 시기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동유럽 여러 나라의 틀이 만들어졌다는 것. 폴란드에서는 ‘용맹왕’으로 불렸던 볼레스와프1세가 후예들에게 ..

장자일기/ 아! 내 스승

36. 의이자(意而子, 의지의 선생)가 허유를 만나러 갔습니다.허유가 말했습니다. "요 임금이 자네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던가?"의이자가 대답했습니다. "요 임금이 제게 말하기를 '너는 반드시 인의를 실천하고 시비를 분명히 말하라'고 했습니다.""그런데 자네는 무엇 때문에 여길 찾아왔는가? 요 임금이 벌써 자네 이마에 인의로써 먹물을 새겨 넣고 시비로 자네 코를 자르는 형벌을 가했는데, 자네가 어찌 저 자유분방하고 유동성 많은 도의 세계에서 노닐 수 있겠는가?""그러나 저는 그 언저리에서라도 노닐고 싶습니다.""그럴 수 없네. 눈먼 자는 얼굴의 아름다움이나 수놓은 옷의 색깔과 상관이 없는 것이니까." 37. 의이자가 말했습니다. "미인 무장(無莊)이 그 아름다움을 잊고, 장사 거량이 그 힘을 잊고, 황제(..

[5월의 교토] 교토 여행 첫날엔, 아라시야마

시간이 많이 지나갔네요. 5월에 교토(京都)에 갔습니다. (여행기 참 빨리도 올리네요... 여행 사진들을 이제야 정리하느라고;;) 가마쿠라, 닛코, 하코네 모두모두 좋아합니다만, 도쿄와 가마쿠라와 닛코와 하코네를 합쳐도 교토 한 곳만 못하지요! 일본에서는 역시 교토! 교토 여행 중에 들렀던 한 절에는 '얏바리 아미타(역시 아미타불)'라는 구호가 쓰여있어 살짝 웃었습니다만, 일본에선 얏바리 쿄오토오! 도쿄 시나가와에서 출발, 신칸센 타고 교토 역에 도착한 것은 5월 4일. 어린이날을 낀 골든위크가 시작되던 금요일이라서 붐빌 것으로 예상했습니다만 역시나...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유스호스텔을 잡지 못해 교토역 앞 허름한 여관에서 하룻밤 묵었습니다. 그리고 본격 교토나들이는 5일부터. 교토의 서쪽을 둘러싼 아..

13. 갑자기 떠오른 폴란드

13. 10세기 말~13세기 폴란드의 흥기 폴란드 민족은 963년 '갑자기' 역사의 전면으로 떠올랐습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게르만계 유럽 세계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사람들이, 잘 조직된 슬라브 국가를 만들어 짠! 하고 나타난 양상이었다고 할까요. 이 새로 뜬 나라를 다스린 것은 미에슈코1세 Mieszko I(960-992년 재위 추정)라는 부족 지도자였습니다. 미에슈코의 직책은 ‘피아스트(piast)’ 즉 부사령관이었지만 그 집안이 성공적으로 여러 부족집단들을 다스렸기 때문에 피아스트라는 말이 신생 폴란드 국가의 지도자를 가리키는 명칭이 됐다고 합니다. 17세기 초반에 그려진 미에슈코1세의 초상화. /위키피디아 명민한 미에슈코는 자신들이 이교도라는 이유 때문에 기독교 게르만 세력으로부터 더욱 압력..

아라사키 모리테루, 오키나와 현대사

오키나와 현대사 아라사키 모리테루. 정영신, 미야우치 아키오 옮김. 논형. 8/22 근래 읽은 책들 중 아라사키 모리테루를 언급한 것들이 많아서 궁금하던 차였고, 마침 집에 이 책이 있어서 옳다구나 하면서 집어들었다. 주로 1970~80년대 이후로 오키나와에서 펼쳐진 '운동'들을 조망하고 있다. 오키나와는 항상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이다. 아열대의 바다와 비밀의 숲 같은 것이 아니라, 평화와 생태의 상상력 말이다. 류큐는 무기가 없는 왕국이었다는 식으로 류큐의 과거를 둘러싼 신화(인지 허구인지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가 퍼져있기도 하거니와, 실제로 오키나와는 일본에 속해 있으면서 일본이 아닌 것을 지향한다. 그 '일본이 아닌 것'은 국민국가의 실체를 벗어던진 미래형 공동체를 가리킨다. 실체가 있냐고? 그..

딸기네 책방 2012.09.19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사이에 읽은 책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쾌도난마 한국경제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부키 7/18 신식민지주의론 : 글로벌화시대의 식민지주의를 묻는다 "新"植民地主義論니시카와 나가오. 박미정 옮김. 일조각. 8/9 나니아 나라 이야기 1~7C.S. 루이스 글,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8/17 국경을 넘는 방법 : 문화·문명·국민국가. 니시카와 나가오. 한경구, 이목 옮김. 일조각 8/16이 책을 먼저 읽고 신식민지주의론을 읽는 것이 순서에 맞았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몇년 더 먼저 나온 것이니까. 하지만 어느 쪽이 되었든 다 재미있었고 의미깊었고 생각할거리를 천 톤씩 던져주는 책들이었다. 다윈의 대답 3- 남자 일과 여자 일은 따로 있는가? Divided Labou..

마크 트웨인, "여성에게 투표를 허하라"

마크 트웨인 Mark Twain (1835–1910. 본명은 새뮤얼 클레먼스 Samuel Langhorne Clemens). 우리에겐 (1876)으로 유명한 미국의 작가. 저는 어릴 적 계몽사 전집에 들어있던 (1881)라는 작품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만... 뭐 그리 많이 읽어보지도 않았네요. 은 소년물이어서 그런지 별로 재미 없었던 기억... 오늘은 그 작가, 마크 트웨인의 짧은 연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때는 1901년, 장소는 뉴욕의 한 유대계 여학교. 트웨인은 여성도 아니고 유대인도 아닌데 그 곳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19세기 말 이후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던 정치적인 이슈 중의 하나는 여성 참정권(투표권) 문제였습니다. 뉴질랜드가 세계 최초로 1898년 여성들의 투표권을 인정하자 이웃한 호..

마크 트웨인,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충고'

Advice to Youth, by Mark Twain "Always obey your parents, when they are present" Being told I would be expected to talk here, I inquired what sort of talk I ought to make. They said it should be something suitable to youth--something didactic, instructive, or something in the nature of good advice. Very well. I have a few things in my mind which I have often longed to say for the instruction o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