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6212

디카 새로 장만... 그리고 마크 뉴슨

하이엔드 디카 하나 살까 해서 며칠 전에 대형 가전매장인 '빅카메라'에 갔다. 캐논 G7 후속모델 있으면 하나 살까 했는데... 마음에 딱 드는 게 있었다. 파워샷 G1X 라는 녀석이다.파워샷이 G7에서 G12까지 업그레이드되다가, 최근 이 녀석으로 한단계 뛰어오른 모양이다. '콤팩트 카메라 사상 최고의 화질' 어쩌구 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딱 내가 원하는, 셔터속도/노출 등이 바디의 다이얼로 조절되는 것. 지칠이 쓰면서부터 매뉴얼 기능에 익숙해져서 오토샷 잘 안 쓰게 된다(무척이나 사랑하던 나의 지칠이는 요니가 들고다니며 장난치더니 줌 나가고 렌즈커버 살짝 찍히고 그러다가 결국 어딘가로 처박혔어여). 그런데 이 녀석은 가격이 6만엔대. 아무리 하이엔드라 해봤자 DSLR도 아니고 '똑딱이'인데 90만원은..

철학의 길과 청명한 산길, 어느 쪽이 좋을까?

저절로 철학자가 될 것만 같은, 고즈넉한 언덕배기 산책로. 청량한 공기에 고사목과 맑은 물, 호수가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산길. 어느 쪽이 더 좋을까요? 5월에 두 곳을 여행했습니다. 아쉽게도 4월의 태국 여행조차 여행기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터라... 사진으로라도 뭉텅이씩 올려서 함께 감상하면 좋은데, 사실 여행기라는 게... 남의 여행기를 여간해서는 읽게 되지 않잖아요. :) 그래도 며칠 전 보고 온 산길 풍경이 너무 생생해서, 생각난 김에 5월의 여행지 두 곳의 사진을 한장씩 뽑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여러 친구들께서 '좋아요' 눌러주고 댓글도 달아주셨더라고요. 먼저, 이 곳입니다. 이 곳은 교토 히가시야마의 '철학의 길(哲学の道)'입니다. 교토는 가로세로 십자로들이 크..

아서 쾨슬러, '한낮의 어둠'

아서 쾨슬러의 (문광훈 옮김. 후마니타스)을 읽었다. 지난해 가을, 마포의 후마니타스 책다방 주차장에서 열린 책 싸게팔기 행사 때 사다놓았던 소설이다. 피아노 위에 아무렇게나 쌓아두고 있다가 일본으로 가져와서는 다시 아무렇게나 쌓아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엊그제 '안 하던 짓'을 하기 시작했다. 자기 전에 잠자리에 누워서 책을 보는 짓. 언제부터였을까? 소설이 아닌 책들을 주로 읽게 되면서부터 누워서 책 보는 것을 안 하게 됐다. 누워서 보는 책은 아주 재미있어야 하는데, 내가 보는 책들이 아무리 재미있다 하더라도 대개 밑줄 쳐가며 읽어야 하는 '정보성' 서적들이다보니 버릇이 그렇게 바뀌어버린 것 같다. 엊그제는 꽤 피곤했다. 이틀 동안 하루 너댓시간씩 비포장 도로를 걷는 가벼운 트레킹을 하고 집에 온 터..

딸기네 책방 2012.05.29

요니와 함께 한 월요일

요니와 함께 한 월요일...은 사실 말이 안 된다. 왜냐? 우린 계속 함께 있으니까... 홈스쿨링하는 자들의 즐거움이랄까... 하지만 오늘은 요니와 제법 파란만장;;한 하루를 보냈다. (여담이지만 요니와 엄마 사이에 '파란만장'은 유행어 같은 말이다. 라는 음모로 가득찬 막장 고전소설을 요니가 읽은 뒤로 이 말을 애용하고 있기 때문...) 아침에 요니는 수학 문제집도 풀고, 영어로 된 책도 한 권 읽었다. 그리고 엄마와 요니는 점심 먹고 자전거 타고 집을 나섰다. 집 근처 쌈지공원에 가서,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려고. 날씨는 느무 좋았다. 바람이 셌지만 덕분에 세탁기 두 번 돌려 오후에 외출하기 전까지 모두 말려 걷어두었고... 오늘은 온타케산의 늘 가던 카페 대신 좀 다른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던 것이었..

그들이 온 이후

지난 토요일에 딸과 함께 도쿄 우에노의 국립과학관에서 열리고 있는 에 다녀왔다. 잉카 문명의 여러 면모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잉카 유물도 구경시켜주는 전시회였다. 재미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열리는 '무슨무슨 문명 전시회'와 비슷하지 않을까 했는데 일본의 전시 수준은 그보다는 훨씬 뛰어났다. 일본인 학자의 해설 동영상은 물론이고 3D입체 영상까지 있어서 초등학교 5학년 딸도 아주 즐겁게 감상했다. 전시회의 부제는 '마추피추(우리식 표기는 마추픽추) 발견 100년'이었고, 전시품 중에는 유골(두개골)과 미라도 있었다. 그런데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지막 황제 아타우알파의 처형 장면을 담은 1분여 짜리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스페인 침략자들의 잔인한 원주민 학살을 비중 있게 조명했다는 점이었다. ..

딸기네 책방 2012.05.22

추억의 ABE 목록- 원제/작가/재출간

인터넷에서 퍼다 모으고, 제가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원래의 ABE는 해적판(당시엔 저작권 개념도 없었지만)에다가 일어책 중역 의혹이 짙은 것들도 많아서, 책 이름 저자 이름이 좀 엉망입니다... 책이야 더할나위 없는 것들이었지만 ㅎㅎ ABE 1 : 나의 학교 나의 선생 (조반니 모스카, 허인 역) 추억의 학교 / 조반니 모스카 / 김효정 (옮긴이) / 우리교육 Ricordi di Scuola / Giovanni Mosca ABE 2 : 조그만 물고기 (에릭 크리스챤 호가드, 박순녀 역) The Little Fishes / Erik Christian Haugaard ABE 3 : 형님 (제임스 콜리어, 이가형 역) My Brother Sam Is Dead / James Lincoln Collier ABE ..

[2012 태국] 방콕의 스님들이 사는 곳

방콕 여행 네째 날. 아침에 모처럼 일찍부터 움직여보자 해서, 60바트 내고 뚝뚝이 타고 카오산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 대리석 사원에 갔습니다. 원래 이름은 왓 벤짜마보핏(Wat Benchamabophit)인데 대충 '대리석 사원(Marble Temple)'이라고 부릅니다. 1899년 출라롱꼰 왕 시절에 이탈리아 대리석을 수입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바로 근처에 두싯(Dusit) 왕궁과 거기 딸린 전시관, 두싯 동물원 등이 몰려 있어요.... 음... '몰려'있다고 하기엔 드넓은 지역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 대리석 사원은 두싯 왕궁 짓고 나서 거기 사는 왕실 일가를 위해 신축된 것이니, 큰 범주로 봐서 하나의 구역이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대리석 사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외부를 온통 대리석으로 마..

일본 채소 고야

일본에서 늘 궁금했던 것, 고야.원래 오키나와 지역에서 많이 먹던 채소라고 한다. 애호박 크기에 도깨비방망이처럼 우툴두툴한 독특한 모양 때문에 궁금하면서도 선뜻 손을 대기가 어려웠다. 그러다가 며칠전 용기를 내어 하나를 샀다. 그리고 나서도 다시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어제 요리;;를 했다. 먼저 사진부터. 오키나와 미군기지 주변에서, 마치 우리나라의 부대찌개처럼 깡통 음식(햄 종류)들과 두부와 계란과 숙주 등등을 볶아서 먹는 '고야 찬푸루'라는 음식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새우와 함께 볶았다. 아지님 말로는 일본 사람들은 주로 돼지고기와 함께 볶아먹는다고 하는데, 고야 찬푸루의 출생을 보면 오키나와 섬이라는 특성상 돼지고기보다는 두부, 계란과 함께 볶는 게 원조인 것 같다. 나는 새우볶음에 고야..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Who Sings the Nation-state?주디스 버틀러, 가야트리 스피박 대담 | 산책자 | 2008년 07월 굉장히 어려우면서, 또한 재미있었다.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주디스 버틀러와 가야트리 스피박은 모두 여성이다. 버틀러는 젠더와 관련된 정치이론을 발전시켜온 사람이고, 스피박은 서발턴 문제에 천착해온 사람이다. 책은 '국가/민족국가/주권'에 대한 두 사람의 대담을 싣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책도, 서발턴의 목소리를 강조하기 위한 책도 아니다. 하지만 소수자의 감수성이 물씬 묻어난다. 여성, 원주민,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빼앗긴 자들, 팔레스타인의 난민들, 이 모든 소수자들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젠더 문제에 대해 정색하고 고민하거나 공부해 본 ..

딸기네 책방 2012.05.19

5. 로마로 들어온 이민족들

5. 4-6세기 이민족의 이주 로마 제국이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지면서 오늘날 동유럽과 서유럽을 가르는 '문화적 단층선'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지난번에 했는데요. 문화·역사적으로 본 ‘유럽’은 그레코-로마 전통, 기독교, 그리고 이른바 ‘야만인’이라 불렸던 ‘새로운 민족들’이라는 세 가지 요소의 결합을 통해 형성됐습니다. 그 중 앞의 두 가지 요소들은 4세기가 시작될 무렵 이미 지중해의 로마 세계에 있었던 것들이고, 맨 마지막 요소는 4-9세기에 걸쳐 로마 제국의 영토 안으로 비(非) 로마계 민족들이 이주해 들어오면서 덧붙여졌습니다. 이 세 가지 문화적인(이럴 때엔 '사회적인' 혹은 '민족적인' 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요?) 요소가 없었다면 유럽의 동과 서를 가르는 선은 그저 지리적 구분선 정도로만 남았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