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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여름의 베트남] 사파 산골마을 여행

딸기21 2012. 12. 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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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2

하노이에서의 하루하루... 좀 지칠 수 있겠다 싶고 요니도 관광보다 좀 '노는' 걸 원하는 것 같아서
오전에 호텔 체크아웃하고 잠시 짐을 리셉션에 맡겨둔 뒤 거리로.

맛있는 고기완자 국수로 점심을 때우고, 커피 한 잔 하고, 

요니와 둘이 시내 중심가에 가까이 있는 Army Guest House(어떤 지도엔 Army Hotel이라 돼 있음)로.


거기 묵을 계획이었던 게 아니라, 거기 수영장이 있어서... 
지금껏 내가 놀아본(?) 수영장 중에서 가장 깊었다. 가장 안쪽은 2.4m에 이르니...

물 속에 들어가 바닥에 납작 붙으려면 수압 때문에 몹시 숨이 찼다.

물은 살짝 짠 물... 이유는 모르겠으나 -_- 물안경 없이 눈 뜨고 놀기 딱 좋았음.
베트남 물가 생각하면 이용료가 싼 편은 아니었는데

(정확한 액수는 기억 안 나지만 우리돈으로 4000원 정도였던가...)
중국 애들인지 베트남 애들인지 잔뜩 몰려들어 복작복작. 

요니와 맛없는 피자를 먹고 다시 아만다 호텔 앞으로 돌아와 '게코'에서 커피와 레몬주스를 마셨음.


제리에게 돈 주고 4박3일 사파 투어 예약했는데, 제리가 자기네 사무실 제끼고 직거래 하자고 했다.
미심쩍은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번 믿고(뭘 알고 믿었는지는 모르지만) 돈을 줬다. 
그런데 제리가 저녁까지 안 와... 머야머야, 나 사기 당한 거야?
그런데 저녁 무렵 허둥지둥 달려온 제리. 쪼끄만 아가씨가 어찌나 바쁘게 돌아다니는지. 
사기는커녕... 기차표 주면서 

"하노이 시내 당일치기 패키지 투어도 혹시 할 마음 있으면 저한테 맡겨주세요"


이런 억척 또순이같으니.... 꼭 돈 많이 벌고 성공하길 기도해줄게~



위 사진은, 호안끼엠 호수 부근, 수영장에서 오는 길에 본 가게.
지금도 명목상 사회주의 공화국이지만 과거 공산국가의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 나라보다도 자본주의적이 돼가는 베트남. 


'그 때 그 시절'의 인민 동원용 포스터들은 이제 여행객을 위한 기념품이 되어 

저런 포스터 가게에서 팔리고 있다. 
저걸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언젠가는 북한의 포스터나 선전물들도 관광객용 기념품이 되는 시대가 올까?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도 베트남의 영원한 국부(國父) 호치민에 대한 경외감은 그대로인 듯.
호안끼엠 호숫가 밤 산책 때 찍은 호 아저씨 포스터 사진. 


6. 13


한 밤(12일 밤)에 하노이 역에서 사파(Sapa) 가는 기차를 타고 밤새 달렸음.

야간열차가 침대차인데 제법 시설은 괜찮았으나

저녁에 게코에서 마신 아이스커피 탓인지

(열대 지방에서 얼음 안 먹는 게 철칙인데 걍 먹어버렸더니 ㅠ.ㅠ)
밤에 배탈인지 몸살인지 나서 끙끙 앓았음. 

(이 때부터 아프기 시작해서 실은 여행 돌아온 뒤까지 거의 2주 동안 엄청 아팠네요)


사파는 베트남의 소수민족인 몽족(그 안에서 검은 몽족, 푸른 몽족 등으로 나뉘기도 함)이 사는 곳.

하노이에서 패키지 투어로 많이 가는데, 오고 가고 보통 야간열차로 이동. 
야간열차 중에도 침대가 딱딱한 것이 있고 푹신한 편인 것이 있다는데 우린 다행히 후자였음. 
기차가 덜컹거리긴 하지만 있을 건 다 있고 깨끗하고 꽤 좋았다. 

오전 6시가 채 안 되어 사파로 가는 길목인 라오 차이(Lao Cai) 도착. 

거기서 버스로 갈아타고 사파로 이동. 대략 1시간 정도 걸린 듯. 

우리의 숙소는 Sapa Summit Hotel. 
서밋...이면 정상. 시설이 top class 여서 정상이 아니라, 
사파 중심가(라 해봤자 작아요) 벗어나 언덕길 꼭대기에 있어서 서밋 호텔인 듯... ㅋㅋ

암튼 새로 지어서 시설 좋고, 꼭대기 입구에서 보는 것과 달리 
산비탈에 숨어있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꽤 큰데다 공들인 정원도 있고 직원들도 친절. 

특히 몸 상태 완전 듁음이어서 몽족 마을 민박하러 떠날 때까지 두어시간 쉴 곳이 필요했는데
자기네 스탭들 쓰는 방(욕실 딸린 객실~) 하나를 공짜로 빌려줘서 엄청 고마웠음 ㅠ.ㅠ

야간열차에서 잠 설치고, 이른 아침부터 다시 버스로 이동하고, 
호텔에는 큰 짐만 맡겨놓은 뒤 소지품 챙겨서 트레킹으로 몽족 마을 향해 이동하는 투어 프로그램.
컨디션 최악이던 나는 걍 요니 데리고 바가지 오토바이 택시 타고(호텔 스탭이 거액 받고 태워줌 -_-)
몽족 마을로 이동해 점심 먹고, 거기 마을 사람한테 다시 바가지로 엄청 쥐어주고 오토바이로 이동. 


드디어 도착한 몽족 민가...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유스호스텔 같은 민가 흉내낸 숙소.
(사진에 보이는 저 집 아니예요~ 저 집은 진짜 농민 집이고... 우리가 묵은 집은 사진이 없네 -_-)

아래층에는 여기 운영하는 몽족 주민들 쓰는 공간과 부엌, 화장실, 샤워실 등이 있고
위층에는 매트리스 쫙~ 늘어놓고 투숙객들이 묵게 돼 있음.
드넓은 방에 매트리스들이 깔려 있지만 하나하나 모기장 쳐져 있어서 나름 단독 객실 분위기 났음.

요니는 엄마 간호하는 틈틈이(요니가 정말 애 많이 썼다 ㅠ.ㅠ) 처음 묵어보는 몽족 집 분위기와 모기장에 신나 했음. 

저녁이 되어, 살짝 나아져서 요니와 조금 걸었다. 
정말 공기 좋고 기분 좋은 산골 마을... 

6. 14

조금 몸 상태가 나아져서 오전 트레킹에 동참. 그런데 넘 힘들었다 ㅠ.ㅠ 

열대 지방에서 아픈건 정말 안된다니까... 


점심은 몽족 마을 식당에서. 베트남의 음식은 느무나도 맘에 든다!!
어제 짐 맡겨둔 서밋 호텔 돌아와서 오후 트레킹 생략하고 또 널부러져 쉬었음. 



힘 들긴 했지만 사파의 시골 풍경은 참 좋았다. 


여기 찍은 사진들에 늘 나오는 것은 다락논. 
얼마나 부지런히, 얼마나 힘들게 농사짓고 사는 것인가 싶은, 

인간의 의지와 능력을 새삼 높이 보게 만드는 다락논. 
발리에서도 산골 다락논을 얼핏 보았지만 사파는 규모가 그보다 훨씬 크다. 


사파는 고산지대여서 온통 산이고 계곡인데(여기서 북쪽으로 넘어가면 중국) 몽땅 다락논이다. 
다락논도 만들지 못하는 산비탈에도 나무는 없다. 모두 옥수수다. 

이 산악지대 전체가 이들에겐 논이고 밭인 것이다.


캇캇 마을 가는 길에 본 소들.
재미난 것은, 소들이 쉬고 있는 저 건물이 무려 이 마을 '인터넷 센터'라는 것... 


여기라고 변화를 비켜갈 리는 없지. 
베트남이 개혁개방을 하면서 90년대 이후 관광객들이 늘었고, 특히 근래엔 사파가 워낙 유명해져서 
서양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한국인들은 물론이고.

 
그렇게 외지 사람들이 들어오고 돈이 흐르기 시작하니 여기도 많이 변해기고 있다고. 
몽족 가이드 아가씨(책과 인터넷으로 공부했다는데 영어를 엄청 잘한다... 에고 주눅들어) 말로는
요 몇년 새 호젓하던 사파에서 돈 얽힌 살인사건까지 일어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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