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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여름의 베트남] 땅 위의 하롱베이, 땀꼭 & 호알루

딸기21 2012. 11. 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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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

베트남(이라 해봤자 하노이 근방이지만)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이 하롱베이였다.
하지만 용이 내려온다는 천혜의 그곳은 바가지 관광으로 기분 살짝 잡쳐 
100% 만족스런 나들이가 되지 못했고.

구원은 항상 의외의 곳에서 오는 법이니. 요니와 나에게, 하롱베이보다 더 좋았던 곳이 있었다.
바로바로~ 땅 위의 하롱베이라 불린다는 땀꼭 Tam Qoc, 
그리고 베트남 최초의 수도였다는 호알루 Hoalu.

아만다 호텔 리셉션에 당일 여행 패키지를 예약했는데... 
하롱베이 다녀왔던 그 조이트래블이네? -_-
하지만 이번엔 가이드 언니가 좋았어여... 언니가 아니고
애기처럼 귀여운 꼬마 제리.

이 가이드 아가씨, 키가 요니만하니 150cm 정도 되려나. 체구도 요니와 비슷한 정도.
베트남 사람들이 그리 크지 않지만 특히나 작다. 그래서 자기 영어이름이 제리란다.
'톰과 제리'의 그 제리. 자기네 사무실에 큰 애가 있어서 걔는 톰, 자기는 작다고 제리라고 부른단다.
두고두고 느낀 거지만 이 언니 비즈니스 마인드 정말 장난 아뉨다... ㅎㅎ


여기가 호알루... 유적치고는 좀 썰렁했음



제리 아가씨의 인도로 승합차를 타고 1000년 전 베트남의 수도였다는 호알루에 갔다.
경치는 그저 그랬다. 딱히 볼 것도 없고... 당시 왕의 사당 하나, 
그리고 앞에 냇물과 맞은 편 동글동글한 산.
하지만 가는 길, 도로에 벼이삭 늘어놓고 말리는 풍경이 참 좋았다.

그리고 땀꼭으로 이동.
승합차에서 내려 점심 먹고, 
자전거(별도 옵션인데 가이드가 자전거 타고 달려가니 안 탈수는 없음 ㅋㅋ) 타고
땀꼭의 절까지 시골길을 달렸다.
나와 요니는 자전거 신봉자들이니, 그 더위 속에서도 정말정말 무척이나 환상적으로 즐거웠다.

땀 줄줄 흘리며 자전거 타고 아스팔트 달리는 게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베트남의 시골 모습이 좋았다. 벼이삭 말리는 것, 논에서 일하는 모습,
정말로 하롱베이의 섬들을 그대로 뭍에 얹어둔 듯한 바위산들이 좋았다.


자전거 타고 달리고 또 달려서... 연못 위 바위산 중턱에 있는 절에 올라갔다.
아래 왼쪽 사진, 베트남 모자 쓰고 요니 앞에 달리는 사람이 제리 아가씨.



제리를 따라 꽤 오래 달렸던 것 같다. 
적어도 30분은 넘게 자전거로 달렸으니 거리가 상당히 되었던 듯.
목적지는 절벽 위의 절. 처음엔 절벽 기슭, 
돌계단 올라가 만나는 전망좋은 건물이 그 절인 줄만 알았다.

한데... 그 옆에 문이 있네? 동굴이 있네?
계속 따라 올라가니... 흑흑, 벼랑길 돌길 따라 더 올라가라네? 이 더위에..
한참을 올라가~ 올라가~ 종유동굴 지나 작은 암자같은 곳.
거기서 산 아래 내려다보며 숨 한번 쉬어 주고.

절에서 내려와 다시 자전거 타고 허위허위 달려서.
자전거 대여소 옆에는 강이 흐른다. 여기서 배를 타는 것이 패키지에 포함돼 있었다.
잠시 타고 말겠지, 했는데 무려 2시간 동안 나룻배 타고 흔들흔들...
경치는 좋았지만 더위에다가(그래도 그날 비교적 흐렸던 것이 다행)

사공 아줌마, 장난 아니었어여... 동굴 따라 흘러흘러 어디론가 가더니
자기 아는 사람인지, 배 타고 물건파는 사람에게서 기념품 사라고 윽박지르다시피...
그래도 안 사니까, 시위하듯 손에서 노를 놓고 아주 거기서 버티고 있네...

그렇게 버티다가도 우리가 안 사니까 이번엔 또 다른 나룻배 가게 앞에 가서 배 세워두고. 쩝.
그런데 살 수가 없는 것이, 가제수건 같은 허접한 손수건 한 장을 몇천원씩 불러대면 어쩌냐고...


여기도 그렇고, 하노이 부근의 또 다른 곳(무지개 폭포 어쩌고 하는 곳)의 강에서도 그렇고
여성들이 뱃사공 일을 한다고 한다. 아줌마 뱃사공들이 저 나룻배에 손님을 태우고 유람을 시켜준다.



암튼 뱃놀이 즐기면서 강변을 다시 거슬러 올라왔다.
베트남에서 본 아주 신기한 장면 하나... '물논'.
논이 다 무논(물논)이지, 할 수도 있지만 이건 진짜 물 논이다!
강 위에 모를 심어 벼가 자라고 있었다.
벼가 논 아닌 곳, 즉 강 가운데로 흩어져나오지 않도록 가장자리에 그물을 쳐두었고
그 곁에서 사람이 나룻배 위에 서서 관리를 하더라...

베트남은 진정 쌀의 나라...
나중에 사파 Sapa 의 소수민족 마을에 가서도 느낀 거지만.

쌀은 다들 아시는대로 노동집약적인 작물... 단위면적당 열량 산출이 많은 대신
엄청난 노동이 필요하다. 비 많이 오고 여름 덥고 사람 많은 곳이어야 하고,
역으로 그 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릴 수 있는 것이 쌀 아닌감.
억척같이, 그악스럽게, 바지런하게, 물 위에까지 키우는 그 쌀.
(나중에 사파에서 다락논과 벼랑밭 봤을 때엔 거의 경이로움을 느꼈음)

울나라도 쌀 키우는 나라인데 유독 베트남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은
물논과 다락논 모두 기계 농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에고에고... 얼마나 힘들까,
사람 손으로 저걸 다 하고 있으니 얼마나 고달플까...

6시 쯤 하노이 도착.

승합차에서부터 우리를 꼬시는 데에 성공한 제리 아가씨에게 사파 투어 예약하고

호텔 돌아와 빨래 잔뜩 하고.
여행만 가면 나는 빨래 하는 게 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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