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새 교황과 바티칸의 관료들, 누가 이길까?

딸기21 2013. 3. 1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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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 가톨릭 대교구는 13일 1970년대부터 2000년 사이에 벌어진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4건에 대한 보상금으로 피해자들에게 1000만달러(약 110억원)를 주는데 합의했다.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올초 바티칸이 금융투명성에 관한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고 항의했고, 바티칸은 유럽연합(EU)의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도이체방크 대신 비EU 국가인 스위스의 컨소시엄으로 금융거래 상대를 바꿔버렸다. EU 금융당국과 독일로부터는 바티칸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로마의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교황이 군중 앞에 손을 흔드는 동안에도, 이면에선 성추문과 부패·돈세탁·비밀계좌·관료주의·파벌다툼이 검은 연기를 내고 있다. 새 교황 프란치스코가 맞부딪쳐야 할 무거운 과제들이다.

 

가장 큰 숙제는 성추문. 미국과 유럽에서 줄줄이 터져나온 사제들의 성추행·아동성학대 사건은 베네딕토16세 즉위기간 내내 가톨릭을 짓누른 악몽이었다. 주교들이 공개 사과하고 피해자들에게 합의금을 주며 무마하고는 있지만, 동시다발 성추문은 가톨릭의 도덕성을 의심받게 하는 거대 스캔들이 돼버렸다. 성추문보다는 지역 내 빈곤에 관심을 기울여온 새 교황이 어떻게 가톨릭의 이미지를 쇄신할지가 눈길을 끈다.



새 교황님, 축빠 인증!

A photo of the membership card of Argentine Cardinal Jorge Bergoglio from the San Lorenzo soccer club, 

of which he is known to be a fan, is seen in this undated handout photograph 

distributed by the club on March 13, 2013, 

after Bergoglio was elected as the new Pope. REUTERS/San Lorenzo soccer club/Handout

 

바티칸의 부패·돈 문제도 교황의 골칫거리가 될 것이 틀림없다. 지난 2010년 바티칸의 계좌에서 3000만달러가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20세기 내내 바티칸의 비밀 금융계좌들은 돈세탁과 검은 돈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터였다. 

조사 결과 베네딕토16세의 측근 에토레 고티 테데시 바티칸은행장이 공금을 빼내간 정황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테데시는 2년을 더 버티다 지난해에야 물러났다. 80억달러는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비밀계좌의 돈에 대해 “국제 기준에 맞춰 투명하게 관리하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전임 교황은 이를 거부했다.

 

새 교황이 개인적으로 아무리 청렴했다 해도 자신을 에워쌀 로마의 관료들에 맞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네딕토16세도 지난해 교황청 집사의 내부문서 유출사건이 터지자 눈물을 흘렸다 한다. 남미에서 온 77세의 교황이 바티칸의 돈줄을 놓고 이합집산해온 파벌들을 일거에 누를 수 있을까. 

더욱이 전-현 교황이 공존하는 이례적인 상황인데, 여전히 큰 파벌을 거느린 전 교황의 존재로 해서 새 교황의 보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보수적인 추기경들이 추진력있는 개혁가 대신 ‘몇 년 시간을 끌어줄’ 무난한 인물을 고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시대변화를 교리에서 어떻게 풀어낼 지도 문제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피임을 허용하고 있고 낙태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양성평등은 지속적인 추세다. 하지만 강경보수파였던 베네딕토16세는 이 모든 변화를 거부했다. 

새 교황은 낙태와 사형제에 반대하지만 콘돔은 쓸 수 있다는 입장이고, 동성 결합 커플의 입양에 부정적이면서도 미혼모들에 대해선 온정을 보여왔다. 그러나 전임 교황보다 덜할지라도 새 교황 역시 교리 문제에서는 보수주의자다. 반세기 넘게 절연해온 중국과의 관계 등 국제적인 문제에 대한 견해는 확인된 바 없다.

 

영국 가디언은 프란치스코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짚었다. 해방신학이 영향력을 발휘하던 중남미에서 아르헨티나 가톨릭은 유독 보수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특히 아르헨티나 교회는 1970~80년대 군사독재정권의 인권유린, 이른바 ‘더러운 전쟁’을 묵인·방조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프란치스코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이 된 뒤 이를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그 시절의 침묵’은 여전히 족쇄로 남아 있다. 

가디언은 “새 교황은 2010년 과거사와 관련해 인권단체들로부터 고발을 당한 적 있는데 법원의 두 차례 출두 요구를 모두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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