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설탕이 듬뿍 들어간 청량음료를 규제하고 흡연과 싸우기 위해 전국 캠페인까지 벌이는 ‘웰빙주의자’다. 그런데 뉴욕 시 당국이 당분 많은 탄산음료를 규제하기로 하자 반작용으로 커피 수요가 늘고 있다.
미디엄 사이즈에서 ’라지’(대형) 사이즈로 컵 크기를 늘린 손님들은 설탕도 더 많이 주길 바라기 때문에 커피점 점원들과의 은근한 신경전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뉴욕시는 지난해 6월 탄산음료 규제 방침을 발표했다. 그 뒤 스타벅스나 던킨 같은 커피체인점에서 손님들이 사가는 커피는 보통 사이즈의 컵에서 대형 사이즈로 바뀌기 시작했다. 컵 크기 뿐 아니라 내용물도 바뀌었다. 블랙보다는 설탕을 타서 먹는 아메리카노나 우유를 넣은 카페라테, 캬라멜을 넣은 ‘마키아토’ 주문이 크게 늘었다.
문제는 컵 크기가 늘어난 반면에 커피점에서 주는 설탕의 양이 정해져 있다는 것. 탄산음료 규제를 앞두고 어쩔 수 없이 커피점으로 발길을 돌려 온 손님들은 라지 사이즈에 맞춰 설탕도 늘려 주길 바란다. 하지만 커피점에서 알아서 설탕을 듬뿍 넣어줄 리는 없으니, 설탕을 더 받으려면 굳이 사람들이 줄 서있는 카운터로 가 설탕을 ‘구걸’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 당국은 탄산음료 뿐 아니라 커피에 대해서도 함유된 우유량과 칼로리, 설탕의 비율을 엄격히 규제할 계획이다. 커피의 양에 따라 설탕의 양에도 제한을 둔다. 건강이 중요하긴 하지만, 시 당국이 커피에 무얼 타느냐까지 규제하느냐는 볼멘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타임스퀘어 부근의 던킨도너츠 점포에서 중간 크기의 아이스커피를 사들고 나오던 욜란다 리베라라는 30세 여성은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보통은 커피를 사들고 가게 밖으로 나오기 마련이어서 설탕을 더 얻을래야 얻을 수 없으니 번거롭다”고 불평했다.
가게들이 커피에 설탕을 듬뿍 넣어 손님에게 주면 규정을 위반한 것이 되니, 손님들에게 커피를 건넨 뒤 자유롭게 설탕을 넣을 수 있도록 하는 점포들도 생겨나고 있다.
아메리카노의 경우는 엄격한 설탕 규제를 받지만, 우유가 50% 이상 함유된 카페라테는 설탕 규제에서 제외된다. 시 대변인 서맨사 르바인은 “규정은 아주 단순하다”며 “라지 사이즈 커피라도 설탕을 네 봉지 넘게 넣지 않으면 상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유가 정확하게 얼마나 들어갔는지, 설탕을 네 개 넣었는지 다섯개 넣었는지를 하나하나 누군가 검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점포는 당국 눈치를 보면서 규제를 피해 손님들 비위를 맞추려 하고, 시민들은 커피숍에서 무얼 주문해 어떻게 설탕을 쏟아부을지 고민을 하는 상황이 되게 생겼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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