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오래 전 일이지만 머릿속에 남아 있는 사건이 하나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위탁운영하던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한 환자가 숨졌다. 정확히 말하면 ‘퇴원 직후’에 숨졌는데 상황이 간단치 않았다. 환자는 위중했고, 인공호흡기를 떼는 순간 곧바로 사망하리라는 걸 의사들은 알았다. 시립 보라매병원은 돈 없는 이들이 많이 가는 곳이었다. 숨진 사람은 50대 남성으로 기억한다. 첫부인과의 사이에 아이가 있었지만 젊었을 때에 이혼했다. 재혼한 부인이 만삭이었을 때에도 폭행을 한 나쁜 남편이었다. 수사기록만 보면 그렇다. 그는 더 이상 입원해있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고, 먹고살 길이 막막한 부인은 호흡기를 떼어달라고 의사들에게 부탁했다. 의사들은 처음엔 말리며 거절하다가 부인의 요청에 못 이겨 퇴원을 시켰다. 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