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한국 사회, 안과 밖

방글라데시 참사로 본 한국 글로벌 기업의 사회책임

딸기21 2013. 5.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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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요즘 기업의 사회책임이라는 말이 유행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권과 노동권은 빠뜨린 채, 기부나 헌혈 같은 ‘시혜’를 강조하는 측면이 많습니다. 이미 한국은 여러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 소비자들과 기업 노동조합, 언론, 정부가 모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방글라데시 참사와 같은 일이 한국 공장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지난달 24일 일어난 방글라데시 다카 외곽 사바르의 의류공장(라나 플라자) 붕괴 사건으로 미국과 유럽 대기업들의 책임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한국에도 글로벌경영을 외치며 세계로 진출한 대기업들이 많다. 한국 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도 방글라데시 여공들의 죽음은 스쳐 지나칠 사건만은 아니다. 이미 우리는 그들의 노동력을 이용하고 있고, 그들의 생산품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더스트리올의 윤효원 자문위원이 1일 서울역 앞에서 열린 노동절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경향신문 김기남 기자


 

국제제조업노조연합체인 ‘인더스트리올’의 윤효원 자문위원에게서 1일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사회책임과 시민의식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더스트리올은 국제섬유·봉제·피혁노조연맹, 국제금속노조연맹, 국제화학·에너지·광산·일반노조연맹이 통합해 지난해 출범한 조직으로, 140개국 5000만명이 가입돼 있다. 윤 자문위원은 “한국 정부와 기업, 노조, 시민사회 모두가 글로벌 시대의 인권·노동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 사태에서 드러났듯 의류공장들은 대표적인 ‘노동착취 공장(스웻샵·sweat shop)’들이다. 1990년대 미국 나이키의 축구공과 스포츠화가 아시아 스웻샵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스웻샵 반대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고, 의류·섬유공장에 실태에 대한 국제 감시체계도 만들어졌다. 문제는 늘 빈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윤 위원은 “비정부기구들이 사바르의 라나 플라자 공장건물도 정기조사를 했는데, 이번엔 노무관리보다 공장 건물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이 라나 플라자의 공장들과 관련돼 있다는 얘기는 없다. 하지만 윤 자문위원은 “한국 의류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해 노무관리에 문제가 많다”며 언제라도 불의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07년 파키스탄의 한국 의류업체 공장이 노조 탄압으로 물의를 빚었고, 2010년에는 또 다른 한국 업체가 방글라데시 치타공에서 노동자들을 감금·폭행해 비난을 받았다. 아시아의 한국계 하청공장들은 파업이 많기로 유명하다. 윤 위원은 “특히 베트남처럼 노조 활동이 활발하고 노동법이 정비돼 있는 나라에서 한국식 노무관리는 마찰을 일으키기 쉽다”“구미 기업들에 비해 한국 하청업체들의 임금이 크게 낮은 것은 아니지만, 비인간적인 대우나 사회보장 지출을 피하기 위한 불법행위 등으로 갈등이 잦다”고 전했다.

 

유엔은 코피 아난 사무총장 시절인 1999년에 기업에 윤리적 책임을 부여하는 ‘유엔 글로벌 콤팩트’를 제안했으며, 국내에도 협회가 만들어졌다. 이 협약은 인권·노동권·환경·반부패를 기업 사회책임(CSR)의 4가지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이런 기준보다는 ‘사회공헌’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많다. 최근 포스코가 인도에서 짓고 있는 제철소 문제가 논란이 됐다. 제철소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시위를 하다 사상자가 나왔고, 주민 활동가들이 한국을 찾아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3월25일자 21면 보도

포스코 측은 현지 정부와 주민들 간의 충돌이라 말한다. 하지만 윤 위원은 “글로벌 기업이 각국에서 사업을 할 때에는 노동자들과 지역사회, 현지 정부 등 이해당사자들과의 대화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포스코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과거 국내 기업들이 지역사회와의 공존보다는 현지 법의 사각지대를 활용해 사업을 하곤 했다”는 것이다.

 

“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노조도 외국 사업장의 실태에는 아직 관심을 쏟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활동을 감시하는 비정부기구도 많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도 국제 노동단체들의 요청에 묵묵부답인 경우가 많고요.” 

그는 언론의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 기업들이 외국에서 사회책임에 반하는 일을 저질러도 국내 언론에 보도되는 일은 많지 않은 데, 이런 무관심과 방치가 시민사회 전체의 인권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윤 위원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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