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논란과 부동산 투기 논란 등에 시달리다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직을 포기한 미국 기업가 김종훈씨가 워싱턴포스트에 한국의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다.
김씨는 지난달 30일자로 실린 이 기고에서 “정치에 큰 관심이 없던 내가 순진하게 장관직을 수락했다”면서 한국 정·관·재계의 변화 거부세력들이 자신의 국적을 문제삼아 장관이 되는 것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정치·경제 환경에서는 아웃사이더인 내가 장관이 될 수 없다는 게 분명했다”고 사임 이유를 설명했다.
이중국적 논란을 빚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지난 2월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빌딩 15층의
임시 집무실에서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기자
김씨는 특히 한국 언론과 인터넷 사용자들의 ‘마녀 사냥’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인터넷은 물론 주류 언론들까지 나서서 자신을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결된 스파이로 몰았고, 자신의 아내를 매매춘 알선자 식으로 중상모략했다는 것이다. 김씨 부부는 서울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 건물에 입주해있는 유흥업소에서 성매매가 벌어졌다는 의혹이 있었다.
김씨는 한국이 ‘아시아의 호랑이’라 불리며 고속 성장을 한 데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21세기에 성공하는 국가와 경제권이 되려면 국적에 대한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이민자로서 열 네살 때부터 미국에서 자라온 자신의 인생을 소개하며 미국에 대한 ‘애국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CIA 자문위원을 했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미국을 깊이 사랑하기 때문에 미국이 준 축복에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미국에 봉사하겠다고 결심한 이유였지만 나는 내가 태어난 나라도 늘 사랑해왔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 웹사이트에 올라온 김씨의 기고에는 3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두 나라에 대한 애국심’을 주장하는 김씨에 대한 빈축의 글이 대부분이었다. 자신을 ‘미국에 사는 한국인’이라고 밝힌 사람은 “당신은 결국 한국에서의 부동산 투자 등이 문제가 되어 낙마한 것 아니었느냐”고 지적했다.
‘정치적다수’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은 빌 클린턴 정부 때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의 사례를 들었다.
올브라이트는 체코 출신으로 미국과 체코의 국적을 모두 갖고 있었기 때문에 체코 대선 출마설이 돈 적 있다. 그러나 체코 국적을 가졌다 해도 올브라이트는 미국에서의 성공을 등에 업고 그쪽 정계에 진출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살아온 미국의 각료로 복무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다른 나라 국적을 지닌 사람이 각료가 된 적은 없다고 지적한 이들도 있었다.
몇몇 인터넷 사용자는 “민족주의는 항상 능력을 발휘하려는 사람들의 적이 된다”, “사람들은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이에게서도 늘 결점을 찾아내곤 한다”며 김씨에게 공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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