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4세의 NBA 센터입니다. 나는 흑인이고, 게이입니다(I‘m gay).”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와 워싱턴 위저즈에서 뛰어온 제이슨 콜린스(34·사진)는 ‘올스타’ 명단에 오르거나 엄청난 플레이로 유명세를 탄 적 없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심지어 NBA 주요 경기에서 풀타임으로 뛴 적조차 거의 없다.
하지만 2012-13 시즌 위저즈에서의 플레이를 끝으로 지금은 자유계약선수(FA) 명단에 올라 있는 콜린스는 “나는 게이입니다”라는 두 마디 말로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NBA 사상 현역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뿐만 아니라 미국 메이저 프로스포츠의 현역 선수로는 처음으로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것이다.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미 프로농구(NBA) 선수 제이슨 콜린스(왼쪽)가 지난 19일 경기를 하고 있다. /로이터
이 사실은 스포츠전문지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5월6일자 커버스토리로 실렸다. 29일 커버스토리가 이 잡지 웹사이트를 통해 미리 공개되면서 스포츠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소동에 휩싸였다. 미 대법원이 동성애자 결혼금지법 위헌심리에 착수한 가운데, 그동안 동성애 언급이 금기시돼온 영역에서 ‘커밍아웃’이 잇따를지 관심을 끌고 있다.
앞서 NBA 출신의 존 아마에치가 동성애자임을 밝힌 적은 있지만 그는 이미 은퇴한 뒤였다. 지난달 축구선수 로비 로저스가 커밍아웃했으나 그는 이와 동시에 은퇴를 선언했다. 여성 배구선수 브리트니 그리너도 동성애자임을 밝혔는데 그 역시 곧 은퇴 발표를 할 계획이다.
콜린스의 ‘용감한’ 커밍아웃에는 격려가 줄을 이었다. 대선 후보 시절에도 스트레스를 농구로 풀었다고 할 정도로 농구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보도가 나온 뒤 곧바로 콜린스에게 전화를 걸어 “용기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콜린스는 NBC방송 객원기자로 일하고 있는 빌 클린턴 전대통령의 딸 첼시와 친구 사이로 알려졌다. 첼시는 페이스북에 “NBA 사상 처음으로 공개된 동성애자 선수가 되는 용기를 발휘했다”며 친구를 칭찬했다. 빌 클린턴 전대통령도 “스포츠 역사에 남을 중요한 순간”이라며 콜린스의 용기를 높이 평가하는 성명을 냈다.
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는 “@jasoncollins34(콜린스의 트위터 계정)가 자랑스럽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LA레이커스의 스티브 내시는 트위터에 “때가 왔다. 가장 큰 존경을”이라는 글을 남겼고, 오클라호마시티의 케빈 듀런트와 닉스의 제이슨 키드, 샌안토니오의 토니 파커 등 동료 선수들의 격려가 잇따랐다.
물론 찬사 일변도는 아니었다. 미 프로풋볼(NFL) 마이애미 돌핀스의 마이크 월러스는 “세상에 아름다운 여성들이 이렇게 많은데, 남자들이 남자들과 사귀려 하네”라는 비아냥 섞인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미국 언론들도 콜린스의 커밍아웃을 크게 다뤘다. 뉴욕타임스는 “‘나는 게이다’라는 말로 마지막 장애물을 깨뜨린 NBA 센터”라는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오는 7월 재계약을 앞둔 콜린스에게 이번 커밍아웃이 독이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예측도 나왔다.
미국에서는 전국적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등 동성애자 차별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연방 대법원은 연방법으로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것이 위헌인지를 가려 6월말 결론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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