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일본의 ‘과거사 부정’을 질타하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에 1일 과거사 문제를 다룬 두 일본인의 독자투고가 나란히 실렸습니다.
하나는 “일본은 이미 사과했다”고 강조한 주미 일본대사의 글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일본은 원자폭탄 희생자인 동시에 원폭을 부른 가해자”라 반성하는 일본계 미국인의 글이었습니다.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미국 주재 일본대사는 이 신문 독자투고에서 “일본은 겸허함과 후회를 안고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Japan faces history, with humility and remorse)”며 이미 일본 정부가 수차례 주변국들에 사과했다고 주장합니다.
사사에 대사는 “일본 정부는 깊은 후회와 진정한 사과의 뜻을 밝혔고, 2차대전 희생자들에게도 진심으로 애도를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역사를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직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노력은 역사학자나 지식인들의 성과를 통해 진전을 보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역사관을 정치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사사에 대사는 “한국을 비롯한 이웃나라들은 일본의 소중한 파트너”라면서 일본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천황'에게 절하는 아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침략의 정의는 학계에서나 국제적으로나 확실하지 않다”며 일본의 아시아 주변국 침략 사실을 부인하는 ‘망언’을 하자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7일 “일본은 왜 독일처럼 역사 앞에 정직하지 못하나”라고 비판하는 사설을 실어 강력 비판했습니다. 사설의 제목은 "역사와 마주할 능력이 없는 아베 신조"였습니다.
사사에 대사의 투고는 이런 비판에 대한 반론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 아베의 저따위;; 발언에 대해서는 며칠 전 WP 사설이 아니더라도, 이미 아베의 1기 총리 집권 때부터 비판이 거셌습니다. 뉴욕타임스는 2007년 6월에 "위안(부)는 없다(No Comfort)"라는 사설을 싣고 "대체 아베는 일본 군 위안부 문제의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가며 왜 사과를 못하겠다는 것이냐"고 질타한 바 있습니다.
사사에 대사의 ‘해명’ 곁에는 유키 헤닌저라는 사람의 글이 나란히 실렸습니다.
헤닌저는 스스로를 “일본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은 60대 여성”이라고 소개한 뒤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일본)는 원자폭탄의 희생자라고만 배웠을 뿐, 원폭을 불러온 전쟁의 주요 침략자라는 사실은 배우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일본의 (과거사) 부정은 독일의 속죄와 얼마나 대조적인지 종종 생각하곤 한다”며 “미국에서 중국인, 한국인, 필리핀인, 타이완인, 네덜란드인을 만나면서 일본이 전쟁 기간 저지른 행동을 세계가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불편한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헤닌저는 “내 조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미국에 있는 내 일본인 친구들은 일본이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세계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出る釘は打たれる)’는 일본 속담을 소개하면서 일본에서는 아무도 이런 민감한 문제를 나서서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글들을 읽을 때마다... "한국은 과연 정직하게 역사를 마주 대하고 있는가"를 되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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