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55

키프로스의 줄타기 외교와 경제 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에서 키프로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0.5% 미만입니다. 키프로스의 면적은 경기도보다도 작은 9251㎢이고, 인구는 100만명이 조금 넘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경제를 두고 주변국들이 왜들 그렇게 애를 태우는 걸까요. 이 나라가 중요한 것은 위치 때문입니다. 서유럽과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 모두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는 지정학적 중요성이 이 섬나라의 역사를 좌우해왔습니다. 지중해 동쪽 끝에 있는 이 섬은 이미 3000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아왔기 때문에 신석기 이래의 유적이 즐비하다고 합니다. 이 작은 땅을 유라시아의 거의 모든 제국들이 거쳐갔습니다. 아시리아, 이집트, 페르시아, 마케도니아, 로마, 비잔틴, 아랍 제국을 거쳐 프랑스와 베네치아 공국, 오스만투르크, 그리고 ..

게이츠 재단 "콘돔 디자인 10만달러 현상 공모"

준비되지 않은 임신을 막고, 여성들의 에이즈 감염 등 질병을 막는 가장 값싸고 손 쉬운 방법은? 콘돔이다. 남성들이 콘돔을 쓰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연간 150억개의 콘돔이 팔리고, 세계 200여개 나라 중 콘돔이 쓰이지 않는 곳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에선 남성들이 콘돔을 쓰길 거부하면서 에이즈가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산모를 통해 아이들이 감염되는 일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선재단으로 꼽히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이 문제와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 게이츠 재단은 최근 자신들이 운영하는 ‘세계보건의 위대한 도전(Grand Challenges in Global Health)’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새로운 콘돔 디자인을 개발하는 사람에게 10만..

베레조프스키,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죽음

크렘린은 냉혹했다. 한때의 벗이자 ‘공신’이었던, 하지만 나중엔 적이 되어버린 자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1)은 용서하지 않았다. 탈(脫)소비에트 시대를 풍미한 러시아 갑부 보리스 베레조프스키(67)가 모스크바로 돌아가고자 했던 마지막 소망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망명지인 영국에서 숨졌다고 이타르타스통신 등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레조프스키는 이날 런던 교외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냉전이 끝난 뒤 러시아의 민영화 바람을 타고 신흥재벌(올리가르히)의 선두를 차지했던 풍운아의 쓸쓸한 최후였다. 베레조프스키는 모스크바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수학자 출신인 그는 옛 소련이 무너진 뒤 사업가로 변신해 놀라운 상술을 발휘했다. 국영기업들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러시아 최대 자동차회사인..

클린턴 타산지석, 부시 반면교사... 오바마의 중동 정책은 '옆에서 보는 것'?

“전임자들 전철을 밟지 않으려니 빈손에 빈말뿐.” 취임 이래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처음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처지다. 수십년 된 이·팔 분쟁에 대해 딱히 내놓을 것이 없고, 당면 현안인 이란 핵과 시리아 사태에 대해서도 뾰족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중동 순방 둘째날인 21일 오바마는 헬기를 타고 예루살렘에서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로 이동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있는 라말라는 예루살렘에서 불과 10㎞ 떨어져 있다. 세계의 지탄을 받는 이스라엘의 분리장벽을 지나지 않으려고 굳이 헬기를 탄 것으로 풀이됐다. 오바마는 라말라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과 회담했지만 원론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반발 속에서 요르단강 서안에 ‘E1 정착촌’이라는 새 유대..

이라크전 10년, '하지 말았어야 했던 전쟁'

>2003년 1월18일, 영하 7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 속에 미국 워싱턴의 의회의사당 앞에 수만명이 모여 ‘전쟁 반대’를 외쳤다. 미국을 ‘깡패 국가’라 부른 것은 북한도 이라크도 이란도 아닌, 미국의 시민들이었다. 시위대의 구호 중에는 ‘정권 교체(레짐 체인지)’도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정권 교체의 대상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악마 취급하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아니라 부시 자신이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이던 프랑스에서도 그날 40개 도시에서 반전 평화시위가 벌어졌다. 영국, 러시아, 일본,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 독일, 스웨덴, 그리고 한국.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평화집회가 열려 미국의 무모한 전쟁 계획에 항의했다. 베트남전 반대 시위가 유럽과 미국에 국한된 것과 달리 이 때..

시리아 상대 군사행동 들어가나... 비행금지구역 거론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결국 시리아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설 것인가. 미국 정부와 의회,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 시리아 대공방어망 파괴 등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시리아 정부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의 위험성, 점점 커져가는 난민문제 등이 ‘행동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미군 유럽사령부의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사령관이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19일 “나토 회원국들이 만일에 대비한 군사작전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스타브리디스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규군의 제공능력을 없애기 위해 방공시설을 공습하는 방안을 나토국들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는 2011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리비아를 공습, 비행금지구역으로 만든 ..

남극 해저 1.6km에서 고래뼈 발견

과학자들의 흥미를 끄는 고래 뼈가 남극 깊은 바다 밑에서 발견됐다. 거대한 고래 뼈가 남극 심해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며, 고래 뼈가 바다 밑 모래 위에서 발견된 것도 드문 일이다. 영국 국립해양연구소 해양생물학 연구팀은 18일 칠레 남쪽 남극해에 있는 영국령 사우스샌드위치 섬 근해에서 대형 고래 뼈를 발견해 학술지 ‘심해연구’에 탐사 결과를 발표했다. 길이가 10.7m에 이르는 밍크고래의 뼈로, 해수면에서 1.6km 아래의 모래 위에 놓여 있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이 뼈가 해양 생태계의 순환시스템을 연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래 같은 대형 생물이 죽어서 물 속에 가라앉으면 분해자 역할을 하는 생물들이 달려들어 살을 뜯어먹는다. 가장 먼저 상어나 먹장어, 갑각류가 달..

올 프리츠커 상은 일본 건축가 이토 도요오에게

재작년 대지진과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은 일본 센다이 시의 미야기노에는 ‘모두의 집’이라 불리는 나무 지붕의 작은 집이 한 채 서있다. 방 몇 개와 주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거실로 이뤄진 특이할 것 없는 단층짜리 건물이다. 하지만 이 집을 설계한 이들의 면면은 눈부시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이토 도요오(伊東豊雄·71)를 비롯해 야마모토 리켄, 구마 겐고, 나이토 히로시, 세지마 가즈요 등이 힘을 합쳤다. 도쿄 중심가 오모테산도의 TOD‘s 빌딩과 긴자 미키모토 빌딩 등으로 유명한 이토는 ‘모두의 집’ 외에도 이와테현 가마이시 재건계획의 자문을 해주고 있으며, 2년전 3·11 대지진 뒤 센다이 시가 입은 건물 피해들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특히 센다이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이토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영국 기자, 중국 공안에 끌려가며 리포트

악명 높은 중국의 ‘보도 통제’가 서방 카메라를 통해 생중계되는 일이 벌어졌다.영국 TV채널 스카이뉴스에는 15일 이상한 화면이 송출돼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 방송의 베이징 특파원 마크 스톤이 톈안먼 광장에서 뉴스를 전하다가 카메라맨과 함께 중국 공안(경찰)에 끌려 가는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탄 것이다. 영국 스카이뉴스의 마크 스톤 베이징 특파원이 15일 텐안먼 광장에서 중국 지도부 교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스톤 기자는 이 보도 도중 중국 공안에 끌려갔으며, 이 과정이 그대로 방송됐다. 사진/스카이뉴스 웹사이트 체포되기 전 스톤 기자는 톈안먼 광장을 배경으로 중국 지도부 교체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스톤 기자는 경찰차에 태워지면서도 리포트를 계속했고, 시청자들은 기자가 보도 도중 구금되는 ..

새 교황과 바티칸의 관료들, 누가 이길까?

미국 로스앤젤레스 가톨릭 대교구는 13일 1970년대부터 2000년 사이에 벌어진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4건에 대한 보상금으로 피해자들에게 1000만달러(약 110억원)를 주는데 합의했다.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올초 바티칸이 금융투명성에 관한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고 항의했고, 바티칸은 유럽연합(EU)의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도이체방크 대신 비EU 국가인 스위스의 컨소시엄으로 금융거래 상대를 바꿔버렸다. EU 금융당국과 독일로부터는 바티칸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로마의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교황이 군중 앞에 손을 흔드는 동안에도, 이면에선 성추문과 부패·돈세탁·비밀계좌·관료주의·파벌다툼이 검은 연기를 내고 있다. 새 교황 프란치스코가 맞부딪쳐야 할 무거운 과제들이다. 가장 큰 숙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