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다시 테러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이번에는 미 의회에 독극물 편지가 배달됐다.
미 상원 다수당(민주당)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 의원은 16일(현지시간) 로저 위커 상원의원(공화·미시시피)앞으로 맹독성 물질인 리신이 묻어 있는 편지가 배달됐다고 밝혔다. 의회 우편물 검사센터에서 1차 검사를 한 뒤 독극물 양성반응을 확인하고 2차례 더 검사했으나 모두 양성반응을 보였으며, 이 편지는 메릴랜드 주에 있는 분석센터로 옮겨져 정밀검사에 들어갔다고 리드 원내대표는 밝혔다.
독극물 편지를 받은 미 공화당 상원의원 로저 위커. /AP
2001년 9월 9·11 테러 일주일 뒤인 9월 18일부터 약 한달 간에 걸쳐 당시 미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이던 톰 대슐을 비롯한 여러 의원과 언론사 등에 탄저균이 묻은 편지가 배달된 적 있다. 또 2004년에도 당시 다수당 원내대표였던 빌 프리스트 의원실에 리신이 들어있는 편지가 배달됐다. 2001년 탄저균 편지 사건 뒤 의회는 우편물을 각 의원실에 바로 배달하는 대신, 의사당 부근 검사센터에서 먼저 검사하도록 하고 있다.
2001년의 탄저균 편지 소동 때 미국 정부와 언론들은 이라크 등 ‘불량국가’의 생물학 공격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미 정부에 소속돼 일하던 한 생화학자의 소행으로 결론난 바 있다.
리신 편지의 수신자인 위커 의원은 올해 61세로, 2007년12월 사임한 트렌트 로트의 후임을 뽑는 보궐선거에서 당선됐으며 2012년 재선됐다. 의회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적은 없고 의회 진출 전에는 미시시피 주 의회 의원을 지냈다. 그가 이번 공격의 목표가 된 이유는 아직 불분명하다.
보스턴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폭발물 공격이 있은 뒤 리신 우편물이 배달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2001년과 정황이 비슷하다. 하지만 보스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미 연방수사국(FBI)은 16일 알카에다를 비롯한 국제 테러조직이 보스턴 공격과 관련돼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보스턴 사건은 미국 내에서 일어난 자생적인 공격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편지 사건도 미국 내 테러시도가 확실해 보인다. 이미 탄저균 편지 사건이 있었던데다, 1970~90년대 계속된 ‘유나바머’ 사건 등 우편물을 이용한 공격의 전례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아직 당국은 리신 편지를 보낸 주범의 신원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용의자를 거의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방송은 리드 원내대표와 의회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편지의 수신자로 지목된 위커 상원의원을 비롯해 몇몇 의원들은 안전 확보 차원에서 편지의 송신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리신은 500마이크로그램의 작은 양만으로도 성인 1명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전통약 처방 등에 널리 씌어온 식물 피마자에서 추출되기 때문에 다른 생화학물질보다 구하기가 쉽고 비용도 적게 들어간다. 이 때문에 테러 전문가들은 “대량살상무기(WMD)보다 오히려 테러에 쉽게 쓰일 수 있는 게 리신 같은 물질”이라 지적한다.
1978년 불가리아의 반정부 운동가 게오르기 마르코프가 영국 런던 망명중 리신 중독으로 숨졌는데, 불가리아 공산정부의 암살공작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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